인건비 분담금은 오르는데 감원?
인건비 분담금은 오르는데 감원?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2.03.0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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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한국인 직원 감원 계획에 노조 반발
소관부처는 책임 떠넘기기 급급

ⓒ 한국노총
주한미군 시설관리부대(INCOM)가 한국인 직원 491명을 감원할 계획을 밝혀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노총 외기노련 산하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조(위원장 김인석)는 7일 오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조합원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인 근로자 감원 결사반대 및 생존권사수 총력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서는 김인석 위원장을 비롯해 의정부, 송탄, 오산, 평택 등 4명의 지부장들이 삭발식을 단행하고 플래카드에 손도장을 찍으며 투쟁의지를 밝혔다. 또 집회를 마친 조합원들은 인근 거리를 행진하며 합참사령부와 주한미군 용산기지 정문 앞에서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막대한 방위비 분담금을 지원하면서도 자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와 고용안정조차 보장하지 못하고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한국정부에 대해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2011년 한국 정부가 지불한 방위비 분담금 중 인건비 부분의 결산액은 3,380억 원에 달하며 매년 조금씩 오르고 있다. 이 돈은 주한미군이 고용한 한국인 직원들의 임금을 위한 것이다. 이들은 모두 9,000여 명이며 임금의 70%를 한국 정부가 지불한 방위비 분담금에서 충당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인 직원의 인건비로 쓰일 액수를 추산해 보면, 매년 미국에 지불하는 방위비 분담금이 지나치게 많다. 외기노련에서는 한국인 직원들의 평균 연봉을 4,300만 원으로 추정할 때, 매년 600억 원 이상이 ‘인건비 지원’ 명목으로 초과 지불되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 금액은 2,000여 명 이상 직원을 더 채용할 수 있는 돈이다.

ⓒ 한국노총
주한미군이 이번에 한국인 직원 감원을 추진하고 있는 까닭은 미국 경제 사정으로 국방예산이 감축됐기 때문이다. 특히 소방서, 공병대 등의 시설관리부대는 전 세계 미군 조직에서 점차 축소되고 통합되는 추세다. 시설관리부대 한국사령부(INCOM-K) 역시 하와이에 주둔중인 태평양사령부(INCOM-P)로 합쳐졌다.

노조에서는 “국민의 세금으로 천문학적인 방위비 분담금을 지불하고 있으면서, 이 금액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쓰이는지 이라크에서 쓰이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자국인 직원의 인건비를 위해 지불되는 금액이니 제 몫에 맞게 쓰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 주한미군의 감원계획 즉각 철회 ▲ 2012년도 임금인상 실현 ▲ 노사합동 연구팀 구성으로 합리적인 정책수립 마련 등을 주장하며, 한국정부가 직원들의 고용안정 및 주한미군과 적극적인 협의에 임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또 하나의 문제는 어떤 정부 부처가 해당 사안을 책임지고 다뤄야 하는지, 그 소관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한미 양국 간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협의는 현재 외교통상부에서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는 국방부에서 이를 전담했다. 또 아무래도 주한미군과 가장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곳도 국방부일 수밖에 없다. 그에 반해 한국인 직원의 고용과 관련된 내용은 고용노동부 국제협력과의 소관이다.

노조는 “각 부처마다 서로 자기 소관이 아니라며 일을 떠넘기려고만 할 뿐, 해결의지가 없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사정이 복잡한 것은 미국 쪽도 마찬가지인데, 국방예산을 심의하는 것은 미 의회이고, 임금인상·고용 등과 같은 부분을 주한미군 사령부와 의회 등지에서 가결시켜도 절차상 인사관리국과 같은 기관에서 퇴짜를 놓는 경우도 있다.

한국인 직원 감원 계획을 갖고 있는 주한미군 시설관리부대에 고용된 이들은 2,700여 명이다. 주한미군은 이미 지난 1월 25일 감원 해당자 중 정년이 임박한 이들 133명을 우선적으로 감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