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갈등, 표류하는 한국노총
깊어가는 갈등, 표류하는 한국노총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2.04.3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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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미달 총선 성적표…5석? 7석?
절차 무시 VS 결과 중시, 분열 계속
[분석 2] 총선 이후 한국노총

총선을 전후해 한국노총의 가장 큰 관심사는 조직분열의 수습이다. 민주통합당 창당 과정에 참여하기로 한 이후 촉발된 내부의 분열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정기대의원대회가 성원 미달로 유회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는가 하면, 회원조합대표자회의를 비롯한 각종 의결기구가 연이어 파행을 겪고 있다. 현 집행부와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는 산별 조직에서 단체로 의결기구 보이콧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의결기구 잇단 파행

지난 4.11 총선에서 한국노총 출신 후보는 모두 5명이 당선됐다. 한국노총은 김경협(부천 원미갑), 김영주(영등포갑), 김동철(광주 광산갑), 한정애(비례), 김기준(비례) 후보가 당선됐다고 밝힌 바 있다. ‘공식 발표’에 대해 사람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17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일찌감치 정치권으로 발을 돌린 김영주 후보나 역시 17대,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동철 후보가 한국노총 출신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에 대한 부분이다. 오히려 새누리당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최봉홍 항운노련 위원장이나 강서을에서 당선된 김성태 전 상임부위원장을 한국노총 출신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현 집행부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조직 내 구성원들의 시선이 다른 방향을 향한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조직의 결의된 바를 흔드는 행위는 특단의 조처가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반대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애초에 결의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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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한국노총 출신 아니다?

운수물류총련(KTF)으로 대표되는 일부 산별들을 비롯해, 다수의 회원조합이 현 집행부가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최봉홍 위원장의 경우, 운수물류총련 초대 의장을 맡고 있다. 최 위원장은 “애시 당초 성원 부족이었던 정기대대나 마찬가지로 파행이었던 지난 임시대대까지, 볼 것도 없다. 이미 그에 앞서 논의하기로 했던 산별대표자회의부터 파행이 시작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위원장이 지적한 것은 지난 11월 30일 열렸던 제33차 중앙집행위원회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파견전임자 임금 문제와 야권 통합정당 참여 등의 주요 안건에 대해 세 시간 넘게 격론을 벌였다. 회의가 길어지자 다수의 대표자들이 자리를 퇴장했고, 제대로 결론을 맺지 못한 채 해당 안건은 임시대대에서 의견을 모으는 것으로 정했다. 최 위원장은 “산별대표자회의가 아니라 뜬금없는 중앙집행위를 연 것은 결국 거수기를 늘리려는 게 아니면, 한 사람씩 발언하며 시간을 끌어 회의를 파행시키자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산별 대표자들이 과연 대표성을 띠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현장을 찾으면 조합원들의 정서는 분명히 다르다”고 밝히기도 했다. 진실이 어떻든 간에 규약 상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의 성립조차 현재는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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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산별, “절차 무시되고 있다”

몇 달 전만 해도 압도적 우세가 점쳐졌던 민주통합당이 총선에서 크게 승리를 거뒀다면 이른바 ‘대세론’에 따라 조직 내 갈등이 자연스레 풀렸을지도 모른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선거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고 당 지도부 쇄신의 길을 걷게 됐다. 한국노총 내부에서도 자연스레 책임에 대한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노총은 4월 18일 회원조합대표자회의를 열고 총선 평가 및 임시대대 개최 등에 대한 안건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27개 회원조합 중 금융노조, 화학노련, 공공연맹 등 불과 7개 회원조합 대표자만이 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일부 참석자는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조직 분열의 수습을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대표자들은 다른 무엇보다 집행부가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정기대대의 무산으로 예산이며 사업계획이 결의되지 않은 채 두 달간 사업을 집행하고 있는 점, 한국노총 출신 후보를 정하는 과정에서 조직의 결의를 모으기 위한 어떤 절차도 없었다는 점 등을 문제 삼고 있다.

현재 민주통합당의 최고위원을 겸하고 있는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선거를 앞두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내외의 상황 등을 대처하려면 보다 기민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며 “회의를 소집해도 참석하지 않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해 보려 해도 통하질 않는다”고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지속적으로 산별조직과의 소통을 통해 사태를 수습해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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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참여, 원래 목적은?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당장 의석이 몇 개냐는 부분 역시 한국노총이 계획하는 사업에 탄력을 붙이는 데 중요하지만, 지금처럼 조직이 뭉치지 못하면 그렇지 않아도 친노-비노하며 계파별로 갈라져 있는 당내 정황 상 한국노총의 입지는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말 많고 탈 많은 이번 민주통합당 참여의 본래 목적은 ‘정치참여를 통한 한국노총의 목소리 내기’이다. 특히 노조법 재개정을 비롯한 한국노총의 핵심 주장을 입법 활동을 통해 본격적으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총선 결과를 차치하고서라도, 조직을 봉합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사업에 힘이 실리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