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주름
  • 참여와혁신
  • 승인 2012.04.3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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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주름이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본다
마흔 넘다보니 나도 참 많은 주름이 졌다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이 고여 있는
골도 있다 왜 그랬을까?
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첩첩한 고랑도 있다

여름 볕처럼 쨍쨍한 삶을 살아보고 싶었지만
생은 수많은 슬픔과 아픔들이 접히는
주름산과 같은 것이기도 했다 주름의 수만큼
나는 패배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두려움도 많았고
주름이 늘어버린 만큼 알아서 접은 그리움도 많았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주름들이
내 삶의 나이테였다 하나하나의 굴곡이
때론 나를 키우는 굳건한 성장통, 더 넓게
나를 밀어가는 물결무늬들이었다 주름이
참 곱다는 말뜻을 조금은 알 듯도 하다

산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수많은 아픔의 고랑과 슬픔의 이랑들을 모아
어떤 사랑과 지혜의 밭을 일구는 것일 거라고
혼자 생각해보는 것이다

무심코 바라 본 거울 속
한 줄 주름이 늘어있다.
주름이 넓혀놓은 표면적만큼
내 삶도 더 많은 것을 끌어안았으리라.

시집 『사소한 물음에 답함』, 창비, 2009


송경동 _ 1967년 전라남도 보성 출생. 2001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사소한 물음에 답함』, 『꿀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