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봉투엔 행복이 있다, 없다?
월급봉투엔 행복이 있다, 없다?
  • 오도엽 객원기자
  • 승인 2012.07.0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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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팀 쿡의 연봉은 442,260,000,000원
한국 직장인 절반은 2,000,000원 못 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참고자료>
한국CXO연구소, ‘최근 2년간 국내 매출 1천대 상장기업 등기임원 보수 및 임원 보수율 분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0년 빈곤 실태조사’
통계청, ‘2012년 3월 경제활동 인구조사 부가조사’
대한상공회의소, ‘청년층 중소기업 취업의사 및 미스 매치 실태’
잡코리아, ‘가계경제현황’, ‘2012년 직급과 연봉수준’ 외

당신은 월급을 어떻게 받나요?
이제는 빳빳한 현금을 명세서가 적힌 누런 월급봉투에 담아주는 직장은 찾기 힘듭니다.
현금은 곧바로 은행으로 가고, 급여명세서를 통해 행복을 느끼거나 한숨을 쉴 겁니다.
직장인의 월급봉투를 뒤졌습니다. 애플의 CEO 팀 쿡에서부터
최저임금인 4,580원조차 받지 못하는 이들의 호주머니까지 탈탈 털어 들여다봤습니다.
얼마나 받아야 행복한 연봉일까? 연봉의 액수는 행복의 수치가 담겨 있을까?
답 대신 고민할 공간을 던집니다.
명절날 고속도로에 멈춰선 차들처럼 꼼짝하지 않은 내 월급봉투의 숫자, 그 정체의 원인도 살짝 들춥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한 달에 200만원만 벌었으면….”
올해 서른 둘, 송화선의 희망 급여다. 이 정도만 벌면, 여럿이 함께 살아야 하는 ‘홈쉐어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 홀로 밥을 짓고, 나 홀로 샤워를 할 수 있는 ‘원룸’에서 사는 꿈을 이룰 수 있다. 한 달에 10만원은 부담 없이 투자해 좋아하는 영화를 맘껏 볼 수 있다. 50만원쯤은 적금을 들어 미래를 준비할 수도 있다.

송화선은 자신을 ‘실무의 여왕’이라고 한다. 2008년 대학을 마치고, 그가 해 온 일은 대부분 ‘사무보조’다. 홈쇼핑, 영화제 사무국, 방송국을 옮겨 다니며 온갖 잡다한 일을 도맡아 했다. 급여는 한 달에 백만 원을 겨우 넘겼다. 부족한 생활비는 주말 과외 알바를 뛰어 보충했다.

가장 오래 근무한 곳이 1년 4개월이다. 스스로 일을 그만둔 적은 없다. 계약이 만료되었거나 회사가 어려워서다. 협회의 회장이 바뀌었다고 쫓겨나는 황당한 일도 겪었다.

“한달에 200만원만 벌었으면...”

송화선만 이런 꿈을 꿀까?
대한민국 직장인 월급봉투를 훔쳐봤다.

대기업 월급봉투에 담긴 거품

먼저 대기업에 다니는 이들의 월급이다.
잡코리아가 국내 매출 100대 기업 가운데 직원 연봉을 공시한 88개 업체를 비교한 자료를 살폈다.

‘1억 4400만원’
하나대투증권에 다니는 남성 직원의 평균 연봉이다.
대한민국 상위 1%의 기준이 1억 488만원이다. 하나대투증권에 다니는 남성의 대부분은 상위 1% 기준보다 37%를 더 받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의 여성 직원 평균은 6200만원이다. 전체 평균은 1억1500만원으로 비교 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연봉을 차지했다.

하나대투증권만이 아니다. 금융업종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연봉이 높다. 금융업 평균 연봉은 6800만원이다. 그 다음이 제조업으로 6585만원, 건설업 6424만원 순이다. 위 자료에 따르면,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회사 가운데 6곳이 보험, 증권, 은행처럼 금융업체다.

금융업체의 높은 연봉에는 숨은 비밀이 있다. 금융회사 연봉은 주가의 오르내림에 따라 주어지는 성과급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연봉에 거품이 있다는 말이다. 1997년처럼 금융위기가 몰아치면 한순간에 쪽박 찰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기도 하다.

금융업계 연봉에 시민들의 시선은 따갑다. 시민이 맡긴 돈으로, 이익이 날 때는 막대한 성과급을 챙기고, 손실로 위기가 닥치면 공적자금을 달라고 손을 내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월급도 최고일까

꿈의 직장 ‘삼성전자’의 연봉 순위는 어떨까?
1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남성 8860만원, 여성 5350만원으로 전체 평균 7765만원이다. 서열 12위에 멈췄다. 1등이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을 것 같은 삼성인데, 연봉은 예외다. 삼성전자는 매출 165조원에 영업이익 16조 2500억원으로 국내 최대 기업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힘을 얕게 봐서는 안 된다. 등기임원의 평균 연봉은 109억원으로 국내 1위다. 2위인 SK이노베이션(46억 4730만원)에 비해 2배가 넘는다.

삼성전자 임원들은 연봉을 많이 받은 걸까?
임원들의 ‘1인당 생산력’을 비교할 수 있는 ‘임원보수율’이 있다. 임원보수율은 매출액에서 등기임원 1명에게 지급한 보수 비율을 말한다.
국내 1천대 기업 평균 임원보수율은 0.14110%이다. 매출 10조원 이상 기업 평균은 0.01877%다. 삼성전자의 임원보수율은 0.00902%다. 1천개 기업 가운데 최하위 권에 속하는 951위다.

이는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높다는 말이다. 한편으로는 임원과 직원이 발휘하는 ‘생산력’에 비해 급여는 낮다는 걸 말하기도 한다.
경쟁력이 높은 직장에 다닌다고 연봉도 높을 거라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직원 1인당 영업이익을 가장 많이 낸 회사는 어딜까? 최고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리는 삼성전자가 아닐까, 라고 생각하기 쉽다.

1인당 이익을 많이 낸 회사는 호남석유화학이다. 직원 1인당 6억 4300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호남석유화학의 직원 평균 연봉은 7300만원으로 18위다. 여성 직원 평균 연봉은 3587만원이다. 88개 업체 가운데 81위를 차지한 STX팬오션의 여성 평균 연봉은 3554만원이다.
돈 되는 회사에 다니면 높은 연봉을 받는다는 공식도 성립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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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봉투에 담긴 행복

연봉은 어떻게 결정된 걸까?
노동자가 생산한 가치일까, 매출액일까, 영업이익일까, 경쟁력일까, 아니면 노동조합의 힘일까?
앞에서 봤듯, 단순히 연봉 액수만을 놓고는 답을 찾을 수는 없다. 한해에 5억에서 10억을 번다는 스타 애널리스트들은 40대 초반에 제 발로 은퇴를 한다고 한다. 너무 고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봉이 높다고 직장에 오래 다니는 것도 아니다. 1억1500만원의 평균 연봉을 받는다는 하나대투증권의 평균 근속년수는 7.7년에 불과하다. 83위인 신세계의 평균 연봉은 4300만원인데, 근속년수는 7.6년이다.

근무기간만 놓고 보면, 1위와 83위 회사 가운데 어느 곳이 ‘행복한 일터’인지를 알 수 없다. 어느 직장에 다닐 때 신나게 일할까도 찾기 애매하다.
연봉 액수라는 수치 이상의 복잡한 상관관계가 가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성과 남성’이라는 잣대를 넣으면 어떨까?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로 바뀔 수 있다. 다만, 88개 대기업의 남성 평균 연봉은 7002만원인데, 여성은 4270만원으로 62%라는 것만 알고 있자.

대기업만 살피니 괜히 자신의 월급봉투를 찢고 싶은 이도 있을 거다. 중소기업 사원의 평균 연봉은 2377만원이다. 대리는 3098만원, 과장은 3892만원, 차장이나 부장은 4778만원이다. (2011년 대기업의 대졸 초임 평균은 3300만원이다.)

조금 위안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죽는 한이 있어도 대기업에 올인하겠다고 입을 악문 이도 있을 거다.

직장인 절반은 200만원 아래다

한탄하며 살지는 말자.
자신의 월급봉투가  아직은 고맙기 때문이다.
임금을 받는 사람 둘 가운데 한 명은 200만원 미만을 받고 산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체 임금노동자는 1731만 명이다. 이 가운데 940만 명이 한 달에 200만원을 벌지 못한다. 54.3%에 이른다. 세금이나 4대 보험료, 거기에 은행에 갖다 바치는 이자를 빼면, 손에 남은 돈은 170만원 남짓이다.

4인 가구 최저 생계비는 149만 5천원이다. 빈곤층에 해당한다. 임금노동자의 절반이 언제든지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인 최빈곤층으로도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다. 육아를 포기하더라도 여성들이 직장을 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도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 임금노동자의 76.7%는 한 달에 200만원을 벌지 못한다. 열 명 가운데 여덟 명이다. 생계를 홀로 책임지는 여성의 대부분이 빈곤의 경계에 서있다는 말이다.

일해도 밥 먹기 힘들다

그나마 200만원이라도 벌면 어찌 생계를 꾸려갈 수 있다. 그나마도 벌지 못해, 일하지만 가난에 허덕이는 ‘워킹 푸어’가 늘고 있다. 그 사회의 중간임금의 2/3에 미치지 못하면 저임금 노동자라고 부른다.

벨기에나 노르웨이의 저임금 노동자는 4%다.
복지 시스템이 잘된 나라라 한국과 너무 동떨어진 결과가 나온 것 같다. 그럼 복지 사각지대인, ‘식코’로 유명한 미국의 저임금 노동자는 얼마나 될까? 24.8%다. 영국은 20.6%, 캐나다는 20%다.

대한민국은 얼마나 될까? 식코의 나라보다 높다. 25.7%로 OECD 국가 가운데 1위로 최악이다.
얼마 전 발표된 보건사회연구원의 빈곤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7%인 340만 명이 빈곤층으로 165만 가구에 이른다. 2006년 조사에 비해 6.7% 증가한 수치다.

빈곤층 가운데 기초수급자는 155만 명으로 88만 가구다. 2006년에 비해 2만 명이 늘었고, 가구 수는 5만 가구가 늘었다.

이들의 수입은 얼마나 될까?
기초수급자는 정부 지원금을 포함해 87만 5천원을 번다. 이는 개인이 아닌 가구 전체의 소득이다. 정부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가구는 51만 8천원이고, 차상위 계층은 83만 9천원이다.

이 수치를 보며 무슨 생각이 드는가?
내 월급봉투가 두둑하다고 여겼다면 다행이다. 빈곤의 사회에 절망을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아직 절망하기에 이르기 때문이다.

2012년 법정 최저임금은 시간당 4,580원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 미만의 액수를 받는 이는 173만 명이다. 여기에는 감시단속직과 같은 최저임금 적용 예외자가 포함되었다. 하지만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있다.

어떤 경우든 임금노동자 열 명 가운데 한 명 꼴인 9.9%가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민간 기업이나 개인사업자 일일까? 정부부문인 공공행정 분야에서도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9만 명으로 9.3%에 달한다.

막을 수 있는 빈곤마저도 정부가 용인하든지, 허용한다는 결과다. 빈곤을 권하는 정부가 아닌가, 의심이 든다.

세계 최고의 연봉은 누구일까

경제 대국 미국에서 최고 연봉을 받는 임원은 애플의 팀 쿡이다. 3억 7800만 달러다. 우리 돈으로 442,260,000,000원이다.

팀 쿡의 연봉은, 200만원 월급쟁이의 221,130개월에 해당하는 월급이다. 18,427년 일하고, 반년을 더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예수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어진 역사를 9번 반복해야 가능한 시간이다.

한국에서 한 달에 오백만원 이상 버는 직장인은 7%에 불과하다.
93%의 월급봉투 가운데 절반 넘게는 빈곤이거나 빈곤선에서 맴돈다.
많이 벌지 못하는 사람은 머리가 나빠서일까?
부모님을 잘 만나지 못해서일까?
아니면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일까?

한국의 경우는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는 아닌 게 분명하다. 굳이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임을 밝히지 않아도 스스로 일 중독이 되어 일을 하고 있으니, 잘 알 거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일을 해도 행복을 보장해주지 못한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저임금과 빈곤의 악순환은 깊어지고 있다.


고용 경직 VS 고용 안정
OECD 국가의 고용안정성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25.8%로 꼴찌다. 고용안정성 지수란 ‘6개월 이하 단기 고용 근로자가 전체 노동자 중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불안전한 일자리, 짧은 일자리만 맴돌아야 하는 슬픈 취업구조를 말해준다.

OECD 평균 고용안정 지수는 10%다. 한국은 네덜란드 5.18%의 5배에 이른다. 해고와 이직이 자유롭다는 미국은 11.3%로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는 않는다.

1년 이상 장기 실업자 비율을 보면 한국은 0.01%다. OECD 국가 평균은 3%다. 일하지 않으려는 사람보다 어떻게든 일을 하려고 아등바등한 사람이 많다는 말이다. 일자리의 질보다는 일만 할 수 있다면 어디든 일하겠다는 걸 보여주는 수치이기도 하다.

한국 임금 노동자들의 평균 근속 연수는 5.1년이다. 정규직은 6.6년이고, 비정규직은 2.2년이다.
OECD 회원국의 10년 이상 근속 노동자는 평균 33%다. 한국은 16%다. OECD 회원국의 1년 미만 단기 근속자는 평균은 17%다. 한국은 36%다.

OECD 국가들 평균에 비해, 오래 일할 직장 비율과 단기 근속 직장 비율이 뒤바뀐 거다.

빈곤의 문제가 화두다.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골칫거리다. 금융가를 점거하는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국은 고용 구조가 경직되어 사업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1997년 금융위기 이후 ‘정리해고’와 ‘비정규직’과 관련한 ‘노동유연성’ 관련법은 기업의 이익에 크게 반하지 않게 국회에서 통과되어, 시행되고 있다. 문제는 보호 장치가 아직 없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한 공장에서 내쫓긴 사람 가운데 22명이 영정 사진에 담겨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는 실정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기업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었지만 일자리는 늘지 않았다. 그나마 만든 일자리도 불안정하고, 질 낮은 일자리라고 한다.

이제는 한국의 고용 구조가 경직되었다는 말을 되풀이 하기는 기업도 정부도 한계가 왔음을 알 것이다. 통계 수치를 떠나 주변 사람들의 삶에서 찾을 수 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이제 이야기의 첫 주인공인 송화선으로 돌아가자.
서울의 4년제 대학을 마친 송화선은 졸업하는 순간 1,600만원의 학자금 대출금 상환이 돌아왔다. ‘졸업장’은 사회에서 제 값을 하지 못했다. 송화선은 ‘대출통장’만이 절박했다.

송화선이 희망하는 월급은 200만원이다.
200만원만 벌 수 있다면 행복하겠단다.
송화선의 꿈과 행복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송화선의 꿈을 들으며, 자신의 월급봉투를 다시 꺼내자.
혹 구겨진 지폐가 남아 있을 수 있으니, 월급봉투를 샅샅이 뒤지자.
당신의 월급봉투에 행복이 담겨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