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잡은 손, 세상을 바꾼다
맞잡은 손, 세상을 바꾼다
  • 김현정 기자
  • 승인 2012.07.04 18:24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사의 사회적 책임 실천 확산을 위한 협약식 개최
[현장 1]UCC, 한국마사회, DB정보통신 등 선도사업장 참여

기업의 봉사활동이나 기부는 아주 익숙하다. 그러나 그 익숙함 속에서 노동조합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만약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면 노동조합은 결코 배제될 수 없는 동반자다. 노사가 손을 잡는다면, 더 많은 노사가 손을 잡는다면 세상은 새로운 방식으로 아름다워질지도 모른다.

▲ 김제락 경기고용노동지청장(왼쪽에서 네번째) 등이 참석한 가운데 노사의 사회적 책임 실천 협약식이 열렸다.

미래의 공유, 실천의 약속

지난 6월 5일,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에서는 「노사의 사회적 책임 실천 확산을 위한 협약식」이 열렸다. 협약식에서는 노사 간 협력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선도사업장이 소개됐다. KT,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분당서울대병원이 속한 UCC(Union Corporate Committee), 한국마사회, DB정보통신이 선도사업장으로 선정되어 사회공헌사례와 향후 계획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선도사업장들은 각기 가지고 있는 미래상을 공유하고, 사회공헌의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 것을 다짐했다. 또한 고용노동부 경기지청과의 협약을 통해 지속적인 사회적 책임의 실천을 약속했다.

김제락 경기지방고용노동청장도 인사말을 통해 “사회의 일원으로서 기업과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에 보다 주목해야 한다”며 “정부도 사회적 책임 실천 선도기업을 발굴해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그 모범적인 활동을 계속 전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KT와 UCC가 함께 하는 장학사업

UCC가 보여주는 새로운 가능성

3개 노사가 제시한 사회적 책임 실천의 방향은 다양했다. DB정보통신은 대-중소기업 상생을 이루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고, 한국마사회는 지역공동체의 동반성장을 도모한다. UCC는 일자리 창출과 장학사업, 농촌 봉사활동, 환경보호 활동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인 성과와 계획을 발표했다.

노사 간 협력을 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바꿔낸다는 점에서 선도사업장들의 활동은 주목할 만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UCC의 활동은 눈에 띈다. 지난 2011년 10월에 출범한 UCC는 KT, 한국농수산식품유통센터, 분당서울대병원이 함께 구축한 노사 간 협의체다. 다수의 노동조합과 기업이 공동의 목표를 두고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나선 것은 국내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따라서 UCC는 자연스럽게 ‘연대’라는 강점을 갖게 된다. 노동조합과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그간에도 활발하게 이뤄져 왔지만 대부분 개별 단체의 일회성 행사에 그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회원사 간의 연대를 생성하면 ‘사회적 책임’ 이라는 추상적인 단어에 실천력을 부여할 수 있다. 또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활동들을 통해 개별 사업장 내부 구성원들까지 하나로 묶어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UCC의 강점은 회원사의 특성을 살린 사회공헌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올해 5월 실시한 UCC의 봉사활동은 분당서울대병원 소아병동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UCC에 참여하는 3개 노사의 구성원들이 함께 어린 환자들에게 동화도 읽어주고 선물도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KT 노사가 진행해 온 장학사업도 UCC 활동을 통해 폭이 좀 더 넓어졌다. UCC 회원사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도 10명의 고등학생을 선정해 장학금을 지급함으로써 사회공헌의 성과를 키웠다. 마찬가지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촌 지역 봉사에 다른 회원사들이 참여하기도 한다.

UCC는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하는 노사의 특성을 살리되, 협력을 통해 기존의 활동보다 더 큰 효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런 장점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내부적 네트워크를 든든히 만드는 동시에 회원사의 확대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현재 3개의 노사가 협력하는 것으로도 상당히 고무적인 활동이라고 볼 수 있지만, 더 큰 영향력과 성과를 위해서는 역시 더 많은 노사가 함께해야 할 것이다. UCC도 지속적으로 회원사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점점이 흩어진 노동조합들의 활동을 연결 짓는 모습에서 UCC의 미래를 기대하게 된다.

▲ UCC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소아환자를 위한 봉사활동을 펼쳤다.

시혜가 아닌 상생이다


기업도 노동조합도 사회적 책임의 실천이라는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에게 ‘나눔’의 의무가 있다고 본다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일방적인 의무가 아닌 새로운 기회로 이해할 수도 있다. 노동조합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고, 새로운 노사협력의 문화를 형성할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과거에 비해 노동조합 활동에 무관심한 조합원들이 늘어난 것은 최근의 노동계가 가지고 있는 고민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책임의 실천을 통한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낼 수는 없을까? 사회공헌활동이 내부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노동’으로 인식된다면 새로운 문제가 하나 추가되는 셈이겠지만, 모두가 공유하는 비전이 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다. 나아가서는 노동조합의 사회연대 방법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바람직한 노사문화 형성을 위해서도 사회적 책임의 실천은 고려할 가치가 있다. 이미 보편적 개념으로 자리 잡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본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마케팅이나 이미지 개선의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한 노동조합의 파트너십 형성이 필요하다. 물론 노사협력의 문화를 만드는 열린 공간으로도 활용 가능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책임의 실천에는 나눔과 연대, 내부 결속력 강화, 노사 간 견제와 균형의 가능성까지 내포되어 있다는 점이다.

결국, 노사의 사회적 책임 실천은 누군가의 일방적인 시혜가 아니다. 노동조합과 기업, 그리고 사회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상생의 움직임이다. 노사정이 손을 맞잡은 협약식도 그래서 의미가 있다. 남은 것은 협약식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하는 고민과 노력과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