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기자들의 희노애~ 악
노동기자들의 희노애~ 악
  • 오도엽 객원기자
  • 승인 2012.07.0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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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좌담 1] 노동담당 기자들의 수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 때 : 2012년 6월 13일 늦은 6시
● 곳 : 서울 정동 민주노총 소회의실
● 참석 : 매일노동뉴스 조현미 기자 / 오마이뉴스 최지용 기자 / 참세상 윤지연 기자 / 참여와혁신 박종훈 기자
● 진행 : 오도엽 객원기자
● 정리 : 김주도 기자 / 김현정 기자
● 사진 : 봉재석 기자

노동만을 쓰는 언론은 배고프다.
언론사에서 노동 담당 기자들은 찬밥이다.
이들이 모여 수다를 떤다. 왜 노동자를 쓰는 지를 물었다. 누구보다도 노동자의 권리를 꿰뚫고 있을 자신들의 노동조건도 물었다. 기쁨과 분노와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즐거운 ‘락’ 대신 ‘악’ 소리를 들었다. ‘악’은 비명이자 환희다.

▲ 조현미 매일노동뉴스 기자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나는 노동 기자다

조현미 고등학교 때 동아리 활동으로 신문을 만들었어요. 취재를 하면서 여러 사람들 만날 수 있는 게 매력적이잖아요. 그때부터 기자 꿈을 가졌고, 대학교 때도 언론을 준비했어요. 기자 준비하는 백수 기간에 도서관에 많이 갔는데, 그때 노동 관련 책 많이 읽었어요. 우리 사회가 발전하거나 좋은 사회가 되려면 평범한 노동자들이 잘 살면 되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노동과 관련된 취재를 하면 재미겠다고 여겼는데, 마침 <매일노동뉴스>가 공채를 하더라고요. 전엔 이런 언론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최지용 전 기자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었어요. 9년 정도 학교 다니면서 학생운동 했고, ‘한국진보연대’라는 단체를 가서 2년 상근 했어요. 처음 단체에 갈 때 난 2년 정도 활동할 수 있겠다고 했어요. 단체에서 홍보 일을 하니까 언론에 관심이 생겼지요. 2년을 채우고 그만둘 시기에 원랜 공장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오마이뉴스> 공채 공고가 떴어요. 전에 시민기자로 기사 올린 경험이 있어서 지원했지요. <오마이뉴스> 떨어지면 공장 간다고 했는데, 합격했죠.

진행 다른 분들은 언론 고시 준비하며 입사하는데 전공도 하지 않고 입사했네요? 그 때는 오마이뉴스 경쟁이 심하지 않았나요?

최지용 그 때 6명 뽑았는데, 700명 정도 지원했습니다. (모두 놀람) 우스개로 제가 ‘사주(대표)와 관계가 있다’고 얘기도 해요. (웃음)

윤지연 저는 학보사 생활을 하고, 언론출판연합회 활동도 하고, <참세상> 들어왔어요. 언론에 일하는 분들을 알고 있는데, 힘들어 하더라고요. 쓰고 싶은 거 못 쓰고, 기사 논조에 대해 (데스크와) 싸우다 그만 두기도 하고요. 언론사는 대학신문 같지 않다, 그런 얘길 들었어요. <참세상>은 내가 생각한 거를 쓰지 못하게 하지 않을 것 같고, 취재하고 싶은 현장을 자유롭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들어갔어요.

▲ 최지용 오마이뉴스 기자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박종훈 저는 2010년 5월에 입사를 했어요. 원래 출판 일을 하다가 기자가 됐어요. 전에는 주로 남이 쓴 걸 읽다가 글 쓰는 일을 시작한 거죠. 기자라는 직업이 자격증이 필요한 거는 아니잖아요. 들어와서 자격이 없는 거보다 실력이 없는 게 문제구나를 느꼈지요. 처음에는 들어가서 실력을 키우자고 쉽게 생각했는데, 오히려 시간 가면서 뼈저리게 부족함을 느끼고 있어요.

윤지연 <참세상>에 와서 현장 많이 가는 건 확실히 보장받고 있어요. 가고 싶은 데를 가지 못하게 하는 것도 없고요. 기사에 문제가 있어도 일방적으로 자르진 않아요. 기자회견이 겹치면 하루 종일 기자회견만 돌아다닐 때도 있어요. 편집장은 심층적이고, 분석적인 기사를 많이 썼으면 바라고, 저도 발굴기사 욕심이 나는데, 인력이 없어서 힘들죠. 제가 며칠간 깊이 있는 기사를 쓰면, 그동안 새 기사가 나오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요. 기자회견도 가고, 심층기사도 쓰고 싶은데, 그럴 수 없죠.

최지용 저는 노동담당 하고 있지만 오늘 검찰청 불법사찰 기자회견 다녀왔어요. 환경, 그 밖에 법조계도 다니죠. 저희도 인력이 문제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심층적인 걸 써야 한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절대적인 일손이 부족하니까, 선택받아야(취재해야) 하는 곳이 선택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때, 제가 힘들었어요. 노동기사를 일주일에 많아야 서너 개 써요. 4대강 쫓아다닐 때는 아예 노동현장은 밀릴 때가 있는 거죠. 여기보다 여기가 중요하다면 어쩔 수 없지요. 그래도 중요성에서 밀려 가야할 곳을 못 가면 죄책감이 들고, 맘에 걸려요.

▲ 윤지연 참세상 기자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매일 노동하는 기자들

진행 조 기자님은 지금까지 <매일노동뉴스>에 입사해서 기사를 3,276개를 쓰셨네요.

조현미 저희가 ‘매일노동뉴스’잖아요. 기자들이 농담처럼 얘기하는 게 진짜 여긴 ‘매일 노동’을 하는구나. (웃음) 저희가 주6일 근무하거든요. 월요일 신문이 나와야 해서, 토요일 쉬고, 일요일 근무를 해요.
노동계는 특종하기 쉽지 않다는 선배들 말도 있지만, 특종 못 하는 게 아쉬워요. 저희는 전문지라 조직화 된 노조와 정부, 노동관련 기관이나 기업에서 주로 보기 때문에 독자들의 피드백이 다른 인터넷 매체처럼 실시간으로 올라오지도 않아요. 내가 쓰고 있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한테 읽히는지, 이게 뭔가 바꾸는 데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의문이 드는 때가 있죠.

진행 입사해서 처음 쓴 ‘청소노동자 세척제’ 사건이 특종이잖아요.

조현미 그 때 청소노동자들이 어떤 유해물질 쓰는지 취재했죠. 용역 노동자라 (회사 몰래) 잠입 취재했죠. 일할 때 쓰는 물질을 몰래 받아서, 연구소에 맡겨 성분분석하고 그랬어요. 현장 잠입 취재할 때 약간 희열감도 있었어요. 선배가 아이템 줘서 메인기사만 제가 썼는데, 생각보다 잘 썼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어요. 기사 나오고, 바로 노동부에서 관련 대책이 나왔어요.

최지용 저도 3년 좀 안되게 노동 쪽에서 했는데, 특종 해 본적이 없어요. 단독 좀 했는데, 대부분 다 (노동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했어요. 노동계는 특종을 해도 관심이 없어요. (새로운 사실을) 꺼내면 ‘감춰져 있었구나!’ 해야 하는데, 리액션이 부족하죠. 저는 노동 현장의 사안을 마크를 못하는 부채의식이 있어서, 틈만 나면 노동 관련 기획을 많이 하려고 해요. 특수고용노동자 기획을 나름 성공했다고 하고, 회사 특종상도 받았어요.

▲ 박종훈 참여와혁신 기자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윤지연 세진 중공업 폭발사고 있을 때 일하시는 분이랑 통화했는데, 그분이 저한테 폭발사고도 중요하지만 자기네들이 어떻게 사는지 좀 취재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거제에 진보신당 때문에 갔는데, 거기는 양대 조선소가 있잖아요. 노동자들이 작업복 입고 장례식장 가고, 휴일에도 작업복 차림으로 결혼식도 가고 그러세요. 하청 노동자 소개받고, 그분한테 어떻게 지내시냐 했는데, ‘어제 잘렸대요.’ 어떻게 살 거냐고 물었더니, 경기가 좋지 않아 다른 중소 조선소도 여의치 않다며 한숨을 쉬어요. 하청 노동자들이 얼마나 있고, 어떤 대우를 받는지 명확하지 않아요. 조사가 많이 되지 않았잖아요. 거기 가서 그분들 사는 거 보고, 단체들이나 전문가들이랑 같이 해서 구체적으로 노조가 확인하지 못한 것도 취재하고 싶어요.

최지용 제가 입사하고 얼마 안됐을 때, 4대강 현장에 잠입취재 하자고 결정됐어요. 뭐로 공사 현장에 들어갈 거냐 했는데. 두 달 안에 포크레인 자격증 딸 수 있냐? 그래서 딸 수 있으면 그걸로 들어가자 했어요. 수습 끝나고 바로였는데, 그걸 못했어요. 결국 (기획이) 없어져서. 내가 4대강 2년 반 취재했으니까 공사 끝날 때쯤, 권력형 비리 ‘4대강 게이트’를 내가 터뜨려야겠다 싶어서, 편집국장하고 술 마실 때, ‘그걸 할게요. 두 달 시간 달라. 건설사랑 국토부랑 만나면서 취재해서 터뜨리겠다’ 이랬는데, 술김에 편집국장이 ‘그래! 그렇게 해!’ 그랬는데, 다음날부터 잠잠해요. 다시 얘기하기도 참 그렇고. 다음부터 흐지부지 넘어가고 그런 거죠 뭐.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비판이 어려운 노동기자

윤지연 삼성반도체나 굵직굵직한 사안으로 가잖아요. 제 생각에 재능투쟁이나 장기투쟁 사업장에 가면 동력이 떨어지고, 언론도 지치니까 계속 써줄 수는 없으니, 그리고 인력도 딸리잖아요. 어려운 사업장의 투쟁을 쓰는 건, 제 생각엔 활동가가 아니고, 기자로 쓰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들 얘길 일방적으로 전하고, 주관적으로 전하는 것보다, 팩트가 중요하죠. 사측 얘기도 당연히 써야죠. 팩트 확인 해야죠.

조현미 사업장 규모가 좀 크거나 노조가 좀 센 곳, 다른 언론사에서도 관심 가질만한 곳만 더 크게 (기사로) 나가는 현실이에요. 사업장이 작고,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의 투쟁보다는 조직된 노동자들 투쟁 흐름을 따라가면서 취재하잖아요. 노동계의 비주류를 제대로 취재하지 못하는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보매체가 노동계 비판하는 기사 쓰기가 쉽지 않아요. 좋은 게 좋은 거다, 조중동이 비판하는데 우리까지 그럴 필요 있나, 그런 게 있어요. 노동계 비판하는 기사가 너무 부족한 거 같아요. 노조 안에서 비리가 있을 수도 있고, 성폭력 등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정보보고 수준에서 끝내고 기사화를 못하죠. 조중동이 알면 당연히 기사화 할 텐데…. 우리이기 때문에 못 쓰는 그런 일들도 있거든요. 기사 안 쓰고 넘어갔을 때, 우리도 욕먹을 일 없고, 두루두루 좋을 수 있지만 그런 문제가 계속 고이면 큰 문제가 되는 거잖아요. 우리가 아무리 노동계 지지하고, 지원하고, 그런 입장이지만 노동계 비판할 때는 비판하는 언론이 필요하다는 생각 들어요.

윤지연 하기 싫다기보다 좀 실망스러웠던 일? 진보 언론 안에서 MB나 보수 비판은 다 하는 건데, 노동계 내부 비판은 적은 게 사실이에요. <참세상>이 맨날 노동계 비판하는 거 아니에요. 저희도 애정이 있어서 비판해요. 노조 문제점 지적하면, ‘<참세상>은 맨날 비판해.’ 내가 기자고, 팩트로 썼는데, ‘그게 기사 가치가 있어?’ ‘이건 욕하려고 쓴 거다’, 이럴 때 실망스럽죠. 나도 노동계 기자인데, 진정성을 안 봐주고 여기 소속 기자라서 이럴 거다, 식. ‘이거는 노동조합 잘되라고 쓰는 거 아니고 비난하는 거다’ 이럴 때, 그만둘 정도는 아닌데 힘 빠지고 기분 나빠요.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내 존재를 존중받는 게 돈보다 먼저

최지용 <오마이뉴스>는 올해 14% 올랐어요. 14%는 연봉 2000만원 미만자들 일괄 인상이고, 그 이상은 연봉협상 따로 하고요. 최저 7% 이상이고, 저는 2000만원 미만자라서 14% 인상이죠. 연봉 가지고 깎아야 된다, 어렵다, 이러지 말자. 3년 연속 흑자고, 맨날 어려워도 맨날 흑자 나지 않느냐. 기분 좋게 올려줘라. 이번에 14%, 지지부진하게 협상하며, 갈등 겪고 얻어낸 게 아니고, 협상 두세 번 만에 정리됐어요. 돈을 많이 받는 것보다 회사가 나를 인정한다는 느낌을 받게 해줘서, 저한텐 절대적인 액수보다 회사가 얼마나 나를 존중 하냐, 이게 중요하죠.

인터넷 언론이기 때문에 출퇴근이 불확실하다고 회사는 말해요. 출퇴근이 불확실하다고, 출근 늦어지고 퇴근 빨라지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출근 빨라지고 퇴근 늦어져요. 월 초과근무가 평균이 40시간 정도 됩니다. 사회부나 정치부는 더 많죠. 초과근무수당을 밝히긴 어려운데, 따지면 최저임금 수준이에요. 최저임금 곱하기 초과근무시간 하면 저희가 받는 거예요. 야간 임금은 1.5배, 이런 거는 안 지켜져요. 사측은 출퇴근 시간이 불확실하다고 인정 안 해요. 이런 불만을 제기하면 사주는 쉬어라 이렇게 얘기해요. 쉬면되지 않냐, 연차 써라, 이러는데 사실 힘들죠. 기자 숫자가 적으니까, 다른 사업장에서처럼 연차 못 쓰죠. 자신의 취재처에 대한 책임감이 있고, 분야가 있고, 취재 리듬도 놓칠 수 없으니 좀체 대체휴가 쉬기가 어려운거죠.

윤지연 <참세상>은 괜찮아요. 반어법 같은가? (웃음) 나도 노동자란 생각 한 번도 안 한 적이 없어서 사측에 요구해요. 저희가 취재가면, ‘지금은 월급은 받냐, 30만원 받냐?’ 이리 물어요. 최저임금 이상은 받고, 취재비나 식비나 교통비 이런 것들이 따로 나와요. 월급은 적게 받아도 쉴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해서 생리휴가 같은 제도가 잘 돼있거든요. 눈치 안보고 쓸 수 있는데, 인력이 부족해서 매일 일하고, 출퇴근 시간 따로 없고, 지치고 이러죠. 회사도 이 점을 감안해서 2년 이상 된 기자들은 1년에 1달씩 안식월을 보내요. (모두 감탄, 최지용 : 우리는 5년에 한 달인데.)

조현미 <매일노동뉴스>는 날마다 신문이 나와야 하니까, 월급 문제도 있지만 쉬는 게 제일 문제에요. 작년에 노사 교섭에서, 여름에 한 번 휴가 가는데, 겨울에도 연차에다 3-4일 더해 집중휴가제 하자고 했어요. 저희는 대체 휴가도 없었는데, 노동계 주말 집회하면 토요일에 많잖아요. 토요일 하루 쉬는데, 그러니 한 달 내내 일하는 기자도 있었어요.

지금은 주말에 일하면 평일에 대체휴가 하루 주고, 여기자 같은 경우 보건휴가를 인정해주는데, 실질적으로 사용 못하고 있어요. 저는 안식 휴가제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우리도 3년에 한 달 정도라도 안식월 했으면 좋겠어요.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노동기자들의 희망연봉

윤지연 월 300만원? 그럼 정말 열심히 일할 건데. 월급에서 어느 정도 저축하고, 통신비, 그리고 군것질(웃음), 생필품 이런 거 다 합쳐서 300만원이면 돈 걱정 안하고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지용 저는 사실 가난하게 살자가 목표거든요. (참석자들 항의) 희망연봉 생각한 적 없어요. 많이 받으면 좋죠. 사실 저는 기자하기 전이 재정이 좋았어요. 단체에서는 30만원 받았거든요. 기자하면서 저축은 늘었지만, 오히려 더 많은 돈 쓰고, 빚 생기고, 큰 돈 쓰고 이래요. 예전엔 (사람들이) 못 버는 거 아니까 요구도 없었는데, 기자하니까 술값도 내라고 해요.

조현미 가끔 대졸 평균 임금 기사 보면 마음이 그래요. 250정도 받으면 딴 생각 안하고 열심히 일할 건데…. 진보 언론은 수준이 비슷해서, 그렇다고 제가 조중동 갈 것도 아니고. 그런 현실이잖아요. 저는 처음엔 돈이 안 중요했어요. 회사에서 아직도 유명한 일화가 있어요. 입사 면접 볼 때, 저를 안 뽑아도 좋으니까 인턴으로 써보시라 해서 입사했어요. 지금 대표이사가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하지 말라며, 노동자 의식 이런 거 심어줬어요.

기자 때려 치고 싶은 날

박종훈 저는 글 안 써지는 게 제일 힘들어요. 저희는 월간지라서 호흡이 긴 걸 담는데, 취재도 끝나고, 마감 날 시간은 가는데, 억지로 한 줄 쓴 게 마음에 안 들고. 대단한 뭘 쓰는 것도 아니면서 안절부절 하죠. 글이 안 써지고 써놓은 것도 자괴감만 들고 이럴 때 힘듭니다.

조현미 저희는 매일 세 꼭지 써야 되니까, 일단 기삿거리를 찾는 게 일이예요. 내가 오늘 쓸 세 개 꼭지 찾아놓으면 안심하죠. 어떤 사안에 대해 더 깊이, 하루 안에 취재 안 되는 사안도 있는데, 그렇게 하면 호흡이 길어지니까 마감이 안 되니까, 단신으로, 스트레이트로 기사만 쓰죠. 재미없는 기사만 좀 많이 나가죠. 그게 아쉽죠. 데스크는 언제든 가능하다며 항상 하루 일정 내서, 현장 취재 멀리 가라고 하는데…. 하지만, 약간 기계적으로 기사를 쓰는 걸 하게 되니까 어렵죠.

최지용 비인간적이고, 기자의 권위 내세울 때 선배들이 싫어요. 네가 쓴 것 때문에 후원 회원 날아갔다, 이런 말.

진행 벌써 한 시간이 훌쩍 넘었네요. 허기가 져서 좌담은 이만 줄이고, 자리를 옮겨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유난히도 ‘오프 더 레코더’와 ‘자기 검열’이 많았던 좌담이었다. 취재원을 무장해제 시키던 기자들은 야비(?)했다. 자신이 인터뷰어가 아닌 인터뷰이가 되는 순간, 누구보다도 몸을 사린다. 뒤풀이 자리로 옮기자 ‘리얼’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빈 술병이 쌓일수록 얼굴이 붉어졌다. 기자들의 ‘희노애~악!’이 터져 나왔다. 술잔이 오가는 중에도 녹음기에는 빨간불이 켜져 있었다. 뒷이야기는 고스란히 가슴에 묻었다. 기자는 입이 아닌 기사로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한민국의 저널리즘은 노동을 말하고, 노동자를 쓰는 기자들이 있기 때문에 희망임을 잊지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