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한국인노조, 60년 만에 파업?
주한미군 한국인노조, 60년 만에 파업?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2.08.0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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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임금 동결 통보 받아
7월부터 연일 집회 열어, 9월 중 파업도 불사
▲ 1일 오후 서울 용산 미군부대 앞에서 열린 전국주한미군 한국인노조의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박종훈 기자 jhpark@laborplus.co.kr

2년 동안의 임금 동결과 계속되는 감원에 주한미군 한국인 노조가 연일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사상 유례 없는 파업까지 불사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노총 외기노련 산하 조직인 전국주한미군 한국인 노조(위원장 류기현)는 지난 7월 12일부터 매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23일부터는 국회 앞 1인시위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노조의 요구를 주한미군 측이 성실히 수용하지 않을 경우 8월 중순 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9월 중 전국의 미군기지에서 총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만약 파업에 들어갈 경우 60여 년의 노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노조가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도 주한미군이 임금동결을 통보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 노조는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강태욱 외기노련 총무국장은 “교섭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은 아니지만, 구체적인 내용의 접근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제도상 권한이 없다는 핑계로 작년에 이어서 전형적인 시간끌기를 벌이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 내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은 일종의 임금상한제도인 ‘페이캡(pay-cap)’제도에 따라 정해진다. 즉 임금인상률이 같은 해 미 연방 공무원과 한국 공무원 임금인상률 중 높은 쪽의 수준을 초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내 경기악화로 공무원 임금은 계속 동결돼 왔으며 이를 이유로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에게도 임금동결을 통보한 것이다. 페이캡 제도를 준용한다고 쳐도 양국 공무원 임금인상률이 평균 3% 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은 물가인상률에도 못 미치게 임금이 올랐던 것이다.

박종호 주한미군 한국인노조 평택지부장은 “20년 넘게 근속했음에도 임금이 3,200만 원 수준”이라며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자녀들 학자금이니 뭐니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임금이 동결되거나 소폭 올랐던 것에 반해 한국 정부가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은 매년 크게 올랐다. 지난 2006년 6,800억 원이었던 액수가 지난해에는 8,125억 원에 달한다. 이 방위비 분담금은 사용처가 지정돼 있는데, 그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주한미군 내 한국인 노동자의 인건비이다.

주한미군 한국인노조는 13,000여 명 규모이며, 25,000명 규모인 외기노련의 핵심 조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