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길목에서 띄우는 100번째 편지
가을길목에서 띄우는 100번째 편지
  • 오도엽 객원기자
  • 승인 2012.09.2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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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와혁신이 첫 발을 내딛습니다.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섭니다.
그러나 새로운 길을 떠나면서 다짐해 봅니다.
이 길은 여행의 길이 아니라 행군의 길입니다.
이 길은 혼자의 길이 아니라 함께의 길입니다.
힘들더라도 당당하게 걸어가겠습니다.

경제가 위기 상황이라고 합니다.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문제의 해결점은 생산성과 삶의 질을 함께 추구하는 것입니다. 작업자가 책임과 권한을 갖게 되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작업에 책임과 권한을 갖기 위해서는 그만한 지식과 숙련이 필요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생산성의 향상이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과 고용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참여와 혁신은 노사를 비롯한 우리 사회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방법을 찾아 나가고자 합니다.
- 2004년 7월, <참여와혁신> 1호 창간사 가운데서

가을길목에서 <참여와혁신> 100호를 펴내며 창간사를 다시 읽습니다. 8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경제 위기는 이어지고, 노동자들의 고용불안도 여전합니다. 100호를 펴내지만 설렘보다는 아직도 두려움이 앞섭니다.

가을입니다. 바쁜 출근길,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 짬은 있었는지요. 얄밉게도 푸르디푸른 가을하늘에 넋을 놓지는 않았는지요. 넥타이를 풀고, 작업복을 벗고, 하이힐을 벗어던지고 훨훨 날고 싶은 맘에 사무치지는 않았는지요. 가을햇살에 부서져 유난히 반짝이며 살랑거리는 은행나무 잎사귀에 편지를 쓰고 싶지는 않았나요.

가을입니다. 쌀쌀합니다. 옷깃을 여미게 하고 몸을 움츠려들게 합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판은 뜨겁게 달궈지지만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싸늘해집니다. 당신의 꿈을 이루어 준다 하지만 꿈이 뭔지 모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이 먼저라고 하지만 노동자의 자리는 늘 뒷자리입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는 멀기만 합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 입니다.

가을길목에서 <참여와혁신> 100호를 펴내며 스스로에게 묻었습니다. <참여와혁신>을 아껴주는 독자들의 일터와 가정을 위해 까만 연탄이 허연 재가 될 때까지 뜨겁게 타올랐던 적이 있었던가?

100호를 펴낼 때까지 함께 해준 당신께 고마움의 마음을 담아 가을편지를 띄웁니다.

홍대 언저리에서 <참여와혁신> 취재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