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처럼 사서 하지 말고, 변호사 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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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도엽 객원기자
  • 승인 2012.12.0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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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학생들
사명감으로 버티기엔 너무 지친 참담한 현실
[특집2] 좌담 학교비정규직 사서들의 유쾌 씁쓸 수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학교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 선생들을 만났다. 학교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있는 곳이 아니다. 때론 쉼터가 되고, 상담소가 되고, 피난처가 되는 곳이다. 도서관은 학교에서 가장 민주적이고 평등한 곳이다. 공부나 예체능에 뛰어난 재능이 없어도 열심히 발길을 하면 상을 받을 수 있다. 도서관은 아웃사이더의 공간이라고 우스갯소리도 한다. 쉬는 시간을 교실에서 견디지 못해 도서관으로 피난 온 학생도 있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 선생들 열 가운데 아홉이 비정규직이다. 아웃사이더들이 모인 도서관에서 여느 교실에서 가꾸지 못한 꽃들이 활짝 피어나고 있다. “거지 같은 처우”지만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잋지 못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서 선생들 때문이다.

비정규직 사서 선생들을 만난 날은, 1970년 어린 여공들의 비참한 삶을 바꾸려고 분신 항거한 노동자의 영원한 벗 전태일의 42주기였다.

|참석| 시흥 ○○초 최선옥 선생, 성남 ○○초 백진환 선생, 안산 ○○초 이효경 선생
|때| 2012년 11월 13일 늦은 6시
|곳| 서울 사당역 언저리의 책이 있는 찻집

▲ 최선옥 선생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진행 먼저 자기소개를 했으면 합니다.

백진환 저는 분당에 있는 성남 ○○초등학교에 6년째 근무하고 있는 사서입니다. 학교 사서로는 세 번째 근무하는 학교입니다. 일반 기업체에 근무했는데, 사무 업무가 안 맞더라고요. 아주 우연한 기회에 학교도서관을 알게 되어 2001년도부터 학교 사서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효경 저는 안산 ○○초등학교에서 2년째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2년 동안은 대학교 도서관에서 근무하였습니다. 저는 대학 때부터 (문헌정보과) 전공을 살리려고 대학이나 학교도서관에 취업하겠다는 생각으로 공부했습니다.

진행 이 선생님이 가장 최근에 취업을 했으니 묻겠습니다. 취업할 때 경쟁률은 어땠습니까?

이효경 대학 도서관은 교수님 소개로 쉽게 들어갔어요. 학교도서관 옮길 때는 많이 떨어졌다가 마지막에 한 군데 붙었어요. (진행: 몇 번 떨어지셨나요?) 한 대여섯 번 정도 원서를 썼는데, 아마 경력이 없어서 그런지 서류전형에서 떨어졌어요. 면접은 안산 ○○초등학교에서 처음 보고 된 거예요. (진행: 학교 사서 경쟁률은 어땠어요?) 면접을 볼 때 대여섯 분 정도 옵니다. (진행: 문헌정보과 출신들의 취업률은 어떤가요?) 사서로 취업률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제 동기들 중에서도 대학 도서관이나 학교도서관 사서로 취업한 사람은 진짜 적거든요. 댓 명밖에 안 돼요. 나머지는 전공을 살리는 기업이나 (도서 분류) 마크 업무하는 데로 갑니다. 아니면 아예 전공과 달리 취업을 하고요.

최선옥 저는 2002년 11월 1일부터 지금 근무하는 시흥 ○○초등학교에 있었습니다. 1998년인가 아이엠에프(금융위기)가 나서 공공근로사업이 있었잖아요. 공공근로로 사서 업무를 하다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백진환 선생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상을 주는 곳

진행 사서 일을 잘 모르는 이들도 있는데, 사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소개를 해주시지요.

백진환 눈에 보이는 일은 책의 대출과 반납, 이 정도지만 도서관에서 사람과 책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학교도서관에 있는 사서는 교육현장에 있잖아요. 학생들의 교육적인 부분을 담당해야 합니다. 도서관이 있고, 학생들이 있고, 책이 있는데, 이 세 가지를 잘 버무려주는 역할이 사서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선옥 도서관의 기능은 다섯 가지가 있어요. 그런데 제 맘대로 제가 좋아하는 기능만 기억해요(모두 웃음). 그 기능 중에 쉼터가 되는 기능이 참 좋더라고요. 얘들이 학교에서 정말 갈 데가 없어요. 교실 말고는 있을 곳이 없어요. 실제로 도서관에 안쓰러운 애들이 많이 옵니다. 교실에서 잘 적응 못하는 아이들, 전학 와서 낯선 아이들.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알고 보면 상처가 많은 아이들이 있어요. 그런데 도서관에 와글와글 모여 있으니까 그 학생들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서 나가는 경우가 있어요. 쉬는 시간에 도서관에 달려오는 아이들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쟤가 왜 교실에서 못 어울리고 여기 계속 올까.’ 이런 얘들 많거든요.

이효경 최 선생님 말에 많이 동감해요. 유독 눈에 띄는 아이들이 몇 명 있어요. 쉬는 시간 10분을 교실에서 견디지 못해 도서관에 있다 가는 학생들이 많더라고요. 공공도서관과 달리 학교도서관은 학생들이 찾아올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도서관을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게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더 살갑게 학생들을 대하려고 하지요. 도서관에서 약간 떠들어도 조금 봐주죠. 웃으면서 같이 책 읽어줘요.

백진환 그게 진짠 거 같아요. 도서관은 놀이터고, 상담실이고, 휴게소입니다. 앞에서 말한 상처받은 친구들이 정말 많아요. 자폐아나 반에서 정말 못 어울리는 친구들. 그래서 학교도서관은 아웃사이더들의 공간입니다(모두 웃음). 도서관은 모두에게 평등한 곳이에요. 우리 학교는 부유한 동네에 있지만 그 가족사를 들여다보면 여느 동네랑 똑같아요. 외부 환경만 부유했다 뿐이지 엄마 아빠 이혼한 한 부모 가정, 조손 가정 다 있어요. 그런 아이들이 치유 받고, 자기를 있는 그대로 평등하게 받아주는 곳은 도서관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또, 도서관에서 나가는 상장은 가장 공평합니다. 도서관에서 각종 시상을 해요. 보통 초등학교에서 주는 상장이라는 것이 담임선생님과 관계에서 비롯된 게 많거든요. 담임선생님의 주관적인 견해가 들어가는데, 도서관에서 주는 상은 어쨌든 통계에 입각해요. 가장 객관적이죠. 그러니까 학생들도 도서관에서 주는 상은 이 세상에서 제일 공평한 상이라고 말해요. 공부 못하고, 그림 못 그리고, 음악 못하고, 체육 못하고, 특별한 소질 없어도 책읽기 하나만 열심히 하면 무조건 받을 수 있는 상.

▲ 이효경 선생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최선옥 심지어는 열심히 왔다갔다만 해도 주는 상이죠.

이효경 저는 대학 1,2학년 때까지는 학교도서관에 갈 거라고 생각 안 했어요. 그래서 친구들 교직 이수한다고 공부할 때, “나는 안 할 거야”(모두 웃음), “난 대학이나 공공(도서관)으로 갈 거야”, 이러면서 다른 걸 공부했어요. 대학 졸업하고도 대학도서관에서 일했어요. 그러다가 학교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었어요. 대개 매력적인 거예요. ‘나도 한 번 해볼까’ 이렇게 시작했죠. 학교도서관에서 일하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매력적인 직업이에요. 물론 힘들기는 되게 힘들었지만요. 학생들이 도서관에 와서 책을 딱 읽고 돌아갈 때 표정이 변하는 게 보여요. 그런 게 너무 예뻐요. 언니오빠를 기다리는 1학년생이 도서관에 많았어요. 일찍 끝나니까 밥 먹고 한 네다섯 시간을 도서관에 있어요. 대개 한 시간 앉아 있다가 심심하면 돌아다니거든요. 그래서 제가 시간나면 책 읽어줘요. 그 다음에 그 학생이 와서 또 책 읽어 달라고 이야기하는 게 너무 예쁜 거예요. 그러면서 조금 조금씩 도서관에 자주 오고 친해지지요. 이럴 때 보람 있고 뿌듯합니다. 여건만 된다면 오랫동안 학교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싶어요. 

도서관 책을 움직이는 베레모 아저씨

진행 여기 계신 선생님들이 도서관을 코디 하시는 거잖아요. 도서관마다 지니는 색깔들이 있을 건데, 그런 재량권이 사서 선생님께 있습니까? 어느 학교에서는 사서가 만든 도서 구매 목록을 교장 선생님이 다 바꾼다고 하던데요.

최선옥 그런 전설이 좀 있죠. (웃음)

진행 전설에 불과한가요?

▲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 ⓒ 시흥 ○○초등학교
최선옥 아니요. 실제로 있기도 해요.

백진환 많이 개선이 되고 있어요. 어떤 학교 교장선생님은 어느 날, 우리교육 출판사 거 빼라고. 전교조라고. 그 이익금을 기부한다고 하던가. 그래서 우리교육 출판사 거는 절대 수서하지 말라고.

최선옥 지금은 퇴임한 교장선생님 중에 이런 분이 계셨어요. “내가 이거 모를 줄 알아. 문학과사상, 사계절, 이거 다 이상한 거 다 알아!” (모두 웃음) 그러면서 “내가 오일팔 때 광주에 있었던 사람이야” 그러면서. 그때 교장 선생님은 강하게 했지만 결국은 사기는 다 샀어요.

인근 주변 학교에는 이런 일도 있어요. 일명 ‘베레모 아저씨’라고, 상이군인협회, 아니면 퇴임 교장단 협회 같은 단체에 계신 분이 학교들을 한 바퀴 돌며 이상한 목록을 가져와요. 전집 있는 목록을. 교장선생님이 콕콕 찍으면, 심지어는 그 전집을 3세트씩 사요. 보통 초등학교는 형편이 좋지 않아서 많이 사야 오백만 원밖에 못 사는 학교도 많거든요. 그런 학교에서 그냥 일반 서점에 가면 육칠십 퍼센트 할인 받는 책을 정가대로 사면 도서 구입 예산이 훅 가는 거죠.

백진환 이게 제일 문제였어요. 사실 교장선생님이 수서 정책까지 관여는 잘 안 하시는데, 퇴임한 교장단이 출판업에 뛰어 들어 책을 사 달라 하면, 후배 교장 선생님이 못 물리칩니다. “좀 사줘, 인정상.” 2008년까지 그런 관행이 좀 있었어요. 2009년부터 도서선정위원회를 꾸려 ‘협의록을 남겨라’ 이런 지침들이 내려오면서부터는 거의 개선이 된 것 같아요.  

최선옥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인근 학교는 여전히(모두 웃음).

진행 선생님은 취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일은 잘 모르시죠.

이효경 제가 오기 전인, 2010년도에 이미 2011년도 도서구입 예산을 짜놓았어요. 그래서 작년에 저는 도서관 책을 한 권도 구입 못했지요. 다 전집을 구입해서 각 반 교실에 한질씩 배치시키는 사업을 하는데, 그 예산을 도서관 장서 예산을 썼어요. 그래서 ‘아, 올해는 어떡하지.’ 또 그럴까봐 걱정을 하고 마음을 단단히 했어요. ‘이러면 안 된다’고 하려고 다짐했는데, “올해는 도서관 장서를 사서부서가 하라” 해서 잘 구입했어요.

백진환 학교장의 재량권이 학교에서 너무 커요. 많이 개선이 되어가고 있으니 안도할 뿐이에요. 교장선생님이 재량권 딱 발동하셔서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하면 사실 사서의 재량이 없어요.

최선옥 내일모래 퇴임하실 분은 무소불위에요(모두 웃음). 아무도 못 건드려요.

일 시킬 땐 교육공무원, 처우와 신분은 민간인

진행 900만 비정규직 시대라고 합니다. 학교 비정규직 문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80개 직종 20만 명이 비정규직이라 하고, 교과부 통계에도 15만 명에 이릅니다. 학교 도서관 사서의 86.8%가 비정규직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2012년 4월 기준 4,609명입니다. 무기계약직이 39.4%이고, 기간제는 60.6%입니다. 선생님들은 무기계약직이죠?

최선옥 백진환  네.

이효경 저는 아직 무기계약직이 안 됐어요. 올해가 2년째니까요.

진행 재계약 안 되면 그만 둬야 하는 거죠.

이효경 네 나가야죠. (진행: 일을 잘하시니까 재계약은 문제없겠죠?) 근데 뭐 …, 내년 되어야 (재계약 여부를) 알 것 같아요. 교장선생님이 내년에 바뀌시거든요. 바뀌면 또 어떻게 (사서에 대한 고용이) 바뀔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 안산 ○○초등학교
진행 무기계약직이라고 해도 늘 고용 불안을 느끼고, 차별을 받는다고 합니다.

최선옥 그냥 노예계약서에요. 스스로 관두면 당연히 고용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죠. 그런데 학교에서 관두게 해서 관둬도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뭐 보호 받는 기간도 없고.

진행 호봉이나 이런 건.

백진환 학교도서관 사서로서 일했던 경력을 감안해서 장기근속수당이 있어요. 호봉제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거죠. 그리고 지금 심각한 게 경기도 교육감 직고용제에서 사서 직종만 제외돼 이번에 소란스러웠잖아요. (진행: 기본급은 어떻게 되나요?) 기본급이고 뭐고 그냥 받는 거죠. 저희가 받는 게 연봉 천칠백 선이었어요. 

최선옥 일당 오만 팔백 원 안에 모든 게 해결이 돼요. 곱하기 30 하는 거예요.

백진환 천칠백 얼마에, 퇴직금이 있으니 이천만 원 정도. 연월차 수당 보상하는 것까지 이천백 정도면 저희를 사용하는 거예요. 그런데 4대 보험, 급식비 다 제외하면 통장에 꽂히는 돈은 대략120만에서 130만 원이에요. 저는 친정 엄마 포함해서 가족수당 풀로 다 받고, 장기근속수당 좀 되고 해서 20만 원정도가 늘어서 이제 150 정도가 통장에 실 수령액으로 들어와요. 우스갯소리로 이백만 받아 봐도 소원이 없겠다고 해요. 솔직히 우리는 하늘을 우러러 삼사백, 아니 오륙백 받는 사람들만큼 진짜 열심히 한다고 생각해요.

최선옥 학교에서 업무 자체가 부장급의 업무를 해요. 부장이라 하면, 10년 15년 경력들이 하니까.

진행 선생님들은 교육공무원인가요.

최선옥 민간인이에요.

백진환 민간인이라고 떠요. 전산 상에. 국가에서는 행정시스템에 공무원과 민간인으로 구분해요. 사서는 민간인.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자로서 학교 현장에서 근로하는 자’ 이렇게.

최선옥 업무는 교육 공무원과 동일하게. 고용형태는 민간인의 법에 의해서.

백진환 무기계약직이 되고, 사실 연 단위로 써야 되는 계약서를 안 쓰는 것만으로 감사했어요. 일일 근무도장(최 선생과 백 선생은 2000년대 초반에 공공근로 형식으로 일을 시작했다)을 찍고 다녔던 때를 생각하면, “계약서 안 쓰는 것만 해도 어디냐” 했지요. 우리는 교장선생님한테 근무평가 받잖아요. 근무평가 이상하게 받으면 무기계약도 해고될 수 있다고 조항에 있어요.

최선옥 실제로 저는 그런 말도 들어봤어요. 사유서 받아서 내보내겠다고.

백진환 실제 조항을 보면, ‘단, 학교장이 인정하는 경우에 해임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요. 말만 무기계약직이지 막말로 교장선생님이 어떠한 이유든 갖다 붙이면 해임할 수 있는 거죠.

최선옥 제가 몇 해 전에 봉변을 당했던 적이 있어요. 오후 4시쯤 교장선생님이 올라오셔서는 고래고래 소리지르면서 “세상에 구청에서 지원받아서 우리가 도서관을 멋들어지게 지어놨는데 도서관 운영을 요렇게 밖에 못하냐!”고, “우리 학교는 독서교육 포기하겠다”고, “교육청에 지원 안 받겠다”고, 떵떵 거리던 분이셨어요. 근데 물론 학교에서만 떵떵 거리고 밖에서는 말씀을 안 하시죠(모두 웃음).

진행 선생님도 받는 수령액은 비슷하세요.

최선옥 네. 백 선생님처럼 가족수당은 없고.

백진환 제가 가장 풀로 받는 케이슨 것 같아요. 친정엄마까지 모시고 살고 하는 상황, 근무 연수도 오래 되고.

진행 해마다 물가가 상승하는데, 임금 인상은?

백진환 동결. 공무원이 동결되면 동결이고, 한 3~4% 인상되면 인상되고. 하지만 뭐 턱 없죠. 돈만 바라보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예. 참석자 공감)

최선옥 급여 생각하고 시작했으면 정말 이 일을 못해요.

진행 이 선생님은 학교 도서관 사서를 계속 할지 다시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효경 제가 제일 적게 받아요. 왜냐면 저는 가족수당도 못 받고, 장기근속수당도 없어요. 그래서….

▲ 방학 독서교실 ⓒ 성남 ○○초등학교
샘처럼 학교도서관 사서는 되지 말아다오

최선옥 내가 아까 깜짝 놀랐잖아. (사서 업무가) 보람차다고 해서. (모두 웃음.) 후배들한테 학교도서관 오라는 소리 못하겠어요.

이효경 저도 못하긴 해요. 해보면은 …

최선옥 대출반납 일에 도서관 안의 모든 철학이 있는 거거든요. 학생들하고 눈 맞추고, “이 책 어땠니?” 한번 도닥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우리 일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예, 참석자 공감.) 학부모 중에 아이가 도서관부에 가겠다고 하니까 어머니가 그러셨대요. 등짝 확 후려치더니, “너 책이나 꽂고 살래!” 그 학부모가 도서관에 와서 자원봉사 할지언정…, 당신은 담임 눈치가 보여서 오셨던 거였죠. 진짜 그 학생은 도서관을 좋아했는데….

백진환 저는 반대예요. 몇 년 전에 너무 아끼는 제자가 공부를 너무너무 잘해서 진짜 좋은 대학에 가 있어요. 그런데 그 학생 외고도 가고 이럴 정돈데, 어느 날 자기 꿈이 변호산데, 자기 꿈이 바뀌었대요. 사서 선생님처럼 되겠다고. 제가 그 아이 손을 꼭 잡고 말했어요. “변호사의 꿈도 좋은 거야.” (모두 웃음.) “사람이 초지일관해야지. 그렇게 쉽게 마음을 바꾸면 안 돼.” 그때 속으로 너무 울었어요. 내가 이 학생한테 사서가 되는 진로를 쫙 설명해 줄 수 없는 그 참담함. “사서 선생님이 될래요” 이랬을 때, 자신 있게 “사서 선생님이 되려면 이렇게 이렇게 해야 돼” 라고 말하지 못하고, “네가 하려던 (변호사) 꿈으로 가야 된다.”

진행 참 슬픈 이야기네요. 사서 선생님이 어떤 교사보다 넓은 교실을 차지하고 계신 거 아닌가요.

최선옥 그걸 제일 부러워하죠.

백진환 일인 일실.

최선옥 청소는 열 배. 교실은 아이들이라도 있죠.

백진환 도서관은 모든 문화와 소통이 이루어지는 최대의 공간. 학부모도 오고, 그 안에서 부모들과 아이들이 소통하고, 저희와 소통하고, 그러면서 막 문화가 생기잖아요. 행사를 통해서 아이들이 성장해 가는 걸 보면, 현장에서 보지 않으면 그 감동을 알 수가 없는 거예요. 오로지 그것 때문에 이 도서관을 떠나지 못하는 거예요. 아무리 거지같은 대우를 받아도.

이효경 최선옥 맞아요.

진행 이 선생님은 서운한 일  없었어요.

이효경 저는 아직은 크게 서운했던 적은 없었어요.

백진환 세월을 많이 거쳐봐야 해. 학교도서관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독서교육이 관리자가 바뀌어도 쭉 유지되는 장기 플랜이어야 하는데, 관리자 한 번 바뀌면 다 뒤집어 진다고 생각해요. 그게 사실 우리가 겪는 어떤 소외라든지 차별보다 가장 큰 비애죠.

최선옥 학생들도 기다리고, 선생님도 좋아하고, 심지어는 교감선생님들도 다 좋다는데, 맨 위에 계신 그분(교장)만 “이게 왜 필요해!” 하면 못해요.

진행 무기계약직이 된 뒤로는 고용불안에서는 벗어난 거죠.

최선옥 고용불안 항상 느끼죠. 언제든지 그냥, 이건 속된 말인데 비수를 품었다고 할까. 언제든지 관둘 준비를 하고 일해요.

백진환 저도 사표를 품고 일하는 데. (모두 웃음)

이효경 저도 떠날 생각은 하고 있어요. 이곳에서 내년에 할 일을 미리 생각해 놓지는 않아요. 일 년을 보내면 어떤 거 하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잖아요. 내년에는 이런 것도 해보고 싶고 저런 것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내년에 내가 여기에 있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죠.

백진환 언제든 사표를 얼굴에 확 뿌려주고 나가겠어.’ 이런 마음으로 오히려 당당하게 일은 하지만 과연 내가 생계형 가장이었다면, 식구들의 생계가 제 등에 얹혀있다면 사표를 품고 일을 못할 거예요. 다 삭혀야 하잖아요. 적어도 저는 남편이 정규직이라 가족의 생계를 전적으로 책임지지 않아서, “내가 언젠가 당신들 얼굴에 (사표를) 확 뿌려주고 나가겠어.” 꼭 그러고 (학교를) 나가겠다는 게 아니라 “좀 더 당당하게 일하겠어” 하고 마음을 먹지만…. 아까 말했던 것처럼, 내가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자신감도 못 가지겠다 싶어요. 사실은 현장에서 더 비굴하게 살겠구나.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진행 시간이 많이 됐습니다. 이제 정리하는 말을 듣지요.

최선옥 이런 말 하면 돌 맞는데, 선생님 말처럼 저도 생계형은 아니었던지라 저도 여기에 오래 있었고요. 사서교사가 있으면 마땅한 자리죠. 사서교사 임용이 (사서) 전체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고요. 그 상황이 안 된다면, 지금 교육공무직에 호봉제, 안정적인 신분이 되었으면 합니다. 만약 이 자리를 후배들한테 넘겨준다면, 그리고 당장 내 밥그릇뿐만 아니라 여기 학교에 오는 아이들을, 선생님들이 도서관에서 이용할 그 사람들 생각한다면, 도서관 안에 주체가 되는 그 사람(사서)이 안정적인 신분을 갖고 있다면 좋겠죠.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속담이 있잖아요. 내가 불안하면 남한테도 그거밖에 못하거든요.

진행 (최, 백) 선생님들은 교육대학원을 나와 교원 자격증이 있죠.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사서교사 임용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비정규직 사서만 채용했습니다.

백진환 저도 사실은 사서교사가 되는 게 최고의 소원이고 목표에요. 하지만 현실적인 체계가 당장 사서교사가 될 수 없으니 어떤 단계적인 과정이라도 밟자. 어째든 현실적인 급여는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급여는 생계형이 아니더라도 턱없이 부족해요. 이제는 소명감만 가지고 버티기에는 너무 긴 세월을 버텨왔고, 치쳤어요. 그래서 현실적으로 급여가 인상돼야 하고, 사서교사로 직행버스를 타지 못한다면 중간에 어디를 경유해서라도 어쨌든 신분적인 안정을 주어야 심리적인 안정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야 저도 아이들한테 더 나은 봉사를 하고 더 나은 정책들을 수립할 텐데…. 지금처럼 마음이 괴롭고 고달프고, 말만 무기계약직이지 매일 차별당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불안한 마음에서는 내가 아이들을 더 많이 보듬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에너지마저도 소진될지도 모르죠. 그래서 어쨌든 현실적인 처우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아요.

이효경 선생님들 말씀하시는 게 너무나 공감이 되고요.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직장이지요. 뭐 (학생들 도서관 활동) 생각만 많다고 해서 표현할 수 있는 거 아니잖아요. 베이스가 깔린 뒤, 그 위에 뭘 짓도록 해야지 예쁘게 지어지겠죠. 그런 것처럼 (학교도서관 사서의 처지는) 아직 너무 토대가 안 닦여진 거 같아요.

진행 긴 시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