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지방이전, 한발 앞서 뛴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한발 앞서 뛴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3.01.0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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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정원 대전 이전 놓고 노사갈등 격화
새해 벽두부터 전면파업 돌입

▲ 지난 12월 31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간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노조 조합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사옥 앞에서 가진 파업 2일차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박종훈 기자 jhpark@laborplus.co.kr
지방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힘겨루기에 들어간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의 노사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노조로부터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한국노총 공공연맹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노조(위원장 양국석, 이하 기정원노조)는 지난 12월 31일부터 기관이전에 따른 정주여건 보장, 비정규직 직원의 고용안정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기정원은 중소기업청 산하의 준정부기관이며 지난 2002년 설립돼 중소기업의 기술혁신과 정보화 기반 조성 등을 지원하고 평가해 왔다. 올해 8월 이사회에서 대전으로 기관을 이전하기로 정한 바 있다.

기정원, 왜 옮기나?

지난 참여정부 시절부터 추진되고 있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 따르면 공운법에 적용받지 않는 기관들까지 합해 모두 148개 기관이 이전 대상이다.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기정원은 해당 기관이 아니다.

기정원노조는 “뚜렷한 목적 없이 정주여건 등의 조건은 무시하고 졸속으로 이전을 추진하는 것에는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이전 계획보다 한발 앞서서 추진함으로써 기관장 개인의 성과로 만들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그에 반해 기정원 측은 “주무기관인 중소기업청 인근으로 옮겨서 업무연계가 원활해질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현중 운영지원부장은 “그간 대전으로 기정원 직원들의 출장이 잦았는데, 비용이나 시간적인 측면에서 이를 절약할 수 있는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윤도근 기정원 원장은 “중소기업청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하면서 기정원의 사업부문 확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같은 사측의 입장에 대해서 노동조합은 다시 반박하고 있다. 양국석 위원장은 “원장을 비롯해 경영진이 기대하고 있는 이전 효과가 구체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원과 평가를 위해 기정원을 방문해야 하는 중소기업들이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밀집해 있는 현재 여건을 감안할 때 오히려 공공서비스라는 차원에서 퇴보한 계획이라는 의미다.

노조의 문제제기에 대해 기정원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을 아우를 수 있는 평가센터를 별도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전 시기, “너무 촉박”

기정원이 밝힌 이전 날짜는 1월 4일이다. 이사 날을 불과 이틀 앞두고 파업 중인 조합원들은 “대전으로 내려가야 하는 직원들이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은 아무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2일 오전 파업 집회에 참석한 한 조합원은 “2일과 3일 이틀간 휴가를 줄 테니 대전에 내려가서 지낼 집을 마련하라고 하는데, 이사 계획이 하루이틀 사이에 뚝딱 마련될 수 있느냐”고 밝히기도 했다.

직원들의 정주여건 마련이 미흡하다는 부분은 기정원 역시 인정했다. 김현중 부장은 “22개의 원룸을 마련해서 이전을 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정원노조는 지방이전 자체에 대해서는 유연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양 위원장은 “필요하다면 대전으로 옮기는 거 자체에 반대하지 않지만, 문제는 실제로 내려갈 수 있느냐는 점”이라면서 이전 준비 자체가 대단히 부족했다고 강조했다.

부당노동행위 의혹도 증폭

지방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노사간 의견대립이 지속되는 와중에 조합원들을 포함한 일부 계약직 직원들의 계약해지 사실이 밝혀지면서 감정적인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기정원은 지난 12월 31일, 기간제 및 전문계약직 직원 20명 중에서 계약연장을 거부한 두 명을 제외하고 14명에게 1개월 계약기간 연장을 통보했다. 계약이 해지된 4명의 직원들은 모두 조합원들이다. 이들은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 기관과 원장의 행태에 대한 비판적인 게시글을 올리는 등 노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조합원들이었다고 한다.

기정원노조는 “평소 윤도근 원장이 기간제 직원들에게 노조 활동을 그만두라는 발언을 공공연히 일삼아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스로 제 목을 잘랐다’, ‘노조가 (기간제 조합원들을) 보장하지 못한다’ 등의 협박성 발언도 수차례 행해졌다고 증언했다. 노조는 윤 원장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고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