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노동정책노동자도 100% 국민이고 싶다
새 정부의 노동정책노동자도 100% 국민이고 싶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3.02.0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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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해 오면 시행하겠다? … 정부 책임 떠넘겨
‘노동 홀대’ MB 정부 계승 우려 솔솔
[특집2] 새 정부의 노동정책

ⓒ 참여와혁신 포토DB
지난해 12월 19일 치러진 18대 대선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진보적 정권교체’를 바라던 노동계의 기대는 무산됐다. 박근혜 당선인은 선거 당시 “대통령이 정기적으로 노사 대표와 만나 노동현안에 대해서 의견을 듣고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관련 국정조사에 대해 선거 당시와는 달리 침묵하고 있는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보며 노동계는 공약의 진정성을 우려하고 있다.

오는 2월 25일 새롭게 출범할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에 노사 당사자와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지금 박근혜 당선인의 노동정책을 살펴본다. 취재에는 어려움이 뒤따랐다. 인수위에는 노동정책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는 인물이 없었고, 새누리당 내에서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만한 이들은 “새 정부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며 취재를 고사했다. 결국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공약했던 내용을 살펴보는 것으로 대신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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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라든 내 갈 길 간다?

노동계가 박근혜 당선인을 비판하는 것은 단지 쌍용차 국정조사 때문만은 아니다. 인수위의 구성과 태도 역시 노동계가 비판하는 대목이다. 우선 진보와 보수를 떠나 노동 문제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인수위에 인선되지 못했다. 당선인이 정권의 인수인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는 하지만, 향후 국정운영의 밑그림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인수위 구성 문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런 이유로 노동계는 노동 문제를 등한시하고 노동계를 홀대했던 이명박 정부를 그대로 계승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인수위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인수위가 자리 잡은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앞에는 각계각층의 기자회견과 1인 시위가 그치질 않는다. 그만큼 국민들이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인수위는 이 같은 기자회견과 1인 시위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듯이 보인다. 각종 요구에 대해 인수위는 수용하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귀 기울여 듣는 흉내조차 내지 않고 있다. 노동계가 ‘불통’ 인수위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대표적으로 쌍용차 희생자 추모와 해고자 원직복직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쌍용차 범대위)가 인수위 앞에서 국정조사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나서 인수위 책임자 면담을 요구했을 때에도, 인수위에서는 실무과장이 나와 면담요청서‘만’ 받아가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쌍용차 범대위는 당장 면담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라면,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면담을 진행하자거나 아니면 이러이러한 이유로 면담을 할 수 없다거나 등의 대답이라도 듣기를 원했다. 하지만 인수위는 면담요청서를 제출하라는 말 외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 보건의료노조, 전국공무원노조, 한진중공업지회 등 노동계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면담을 요구했지만, 면담은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겠다는 말도 들을 수 없었다. 노동계가 인수위, 나아가 박근혜 당선인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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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공약엔 노동이 없다


박근혜 당선인의 노동 분야 대선공약은 이른바 ‘늘·지·오’ 공약으로 정리할 수 있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늘리고(늘), 지금 있는 일자리를 지키고(지),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끌어 올리는(오)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공약집에서 “상상력과 창의성, 과학기술에 기반한 창조경제의 실현으로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일자리 나눔형 동반고용전략을 추진하여 좋은 일자리를 많이 늘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세계경제의 침체로 우리나라 경제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며 “고용안정을 우선으로 하면서 기업경쟁력을 회복하는 일자리 지키기 정책을 추진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이어 “비정규직, 저임금 일자리를 괜찮은 일자리로 만들기 위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강화하고, 최저임금제도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공약했다.

이러한 일자리 늘·지·오 정책을 통해 5년 안에 15~64세의 고용률을 EU목표와 동일한 수준인 70%까지 높이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이다.

이 같은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전반적으로 노사관계와 관련한 내용은 전무하다시피 하며 노동시장정책에만 집중돼 있다”고 평가한 뒤, “노동시장정책에서는 이명박 정부에 비해 다소 진전되기는 했지만, 이 같은 공약이 이행되려면 노사관계가 원만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면서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사용자들의 반발이 예상되는데, 인수위 구성을 볼 때 과연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김미정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의 평가도 다르지 않다. “박근혜 당선인이 일자리 문제, 즉 고용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노동에 대해서는 아예 개념도 없는 것 같다”며 “박근혜 당선인이 이야기하는 ‘100% 국민’에 노조와 노동자는 포함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김 실장은 이어 “박근혜 당선인이 이런 의구심을 해소하려면 가장 먼저 철탑 위에서 절규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며 “노동자도 100% 국민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박근혜 당선인의 정책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정책의 연장선 위에 서 있다”며 “이명박 정부와 다른 점이라면 총·대선을 앞두고 복지국가,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터져 나온 대중의 열망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공약에 복지와 관련된 내용을 일부 반영한 것”이라고 혹평했다. 김 원장은 또 “노동 문제와 노사관계에 대한 공약이 거의 없다는 것은 결국 이명박 정부 아래서 완성된 신자유주의의 제도적 틀을 고치지 않고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인수위에 성장론자들이 포진해 있고, 새누리당 내에서 벌써부터 복지에 대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을 볼 때, 박근혜 정부가 결국 신자유주의적 사고와 정책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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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성 없는 일자리 늘리기


노동 분야 공약 전반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박근혜 당선인이 내세운 일자리 공약 각각에 대해서도 노동계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우선 일자리 늘리기 공약과 관련해 김미정 실장은 “구체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며 “이른바 ‘창조경제’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데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없다는 것은,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른바 ‘낙수효과’를 내세워 일자리가 늘어나려면 경제성장이 이루어지고 기업이 잘 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임기 내내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 친기업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기업, 특히 수출대기업은 세계경제의 불황과 내수경기의 침체 속에서도 매년 사상최대실적을 갱신하는 등 성장을 지속했다. 그러나 그로 인한 일자리는 늘지 않아 ‘고용 없는 성장’이 우리나라에서도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경제가 성장해야 한다는 공식은 현실에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내세운 창조경제 역시 과학기술을 융합해 고부가가치 신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데, 그런다고 해서 일자리가 얼마나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정문주 본부장은 오히려 “근로시간을 단축해 청년 고용을 늘리겠다면서 구체적인 방안이랍시고 내세운 고용형태의 다양화는 사용자에 의해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서도 김 실장은 “2020년까지 OECD 평균수준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한다는데, OECD 평균은 연간 1,640시간”이라면서 “주 40시간씩 52주를 일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2,080시간 일하게 되는 셈인데, 그 간극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대안이 전혀 없어 결국 근무형태를 다양화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노동시간을 유연화하고 기준노동시간도 못 지키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강행하겠다는 것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 본부장도 “근로시간 단축의 방안으로 제시된 휴일근로의 초과근로시간 산입도 고용노동부가 지침만 수정하면 되는 문제”라면서 “굳이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결국 정부가 져야 할 부담을 국회에 떠넘기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다만 정 본부장은 “공약 중 능력중심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국가직무능력표준’을 개발해 제공하겠다는 내용은 방향에서만큼은 바람직하다”면서 “하지만 다른 공약과 마찬가지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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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하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중요


박근혜 당선인이 일자리 지키기 차원에서 제시하고 있는 공약은 정리해고 요건 강화와 대규모 정리해고 시 고용재난지역 선포다. 이를 위해 정리해고 전에 업무재조정, 무급휴직,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의 해고회피노력 의무를 강화하고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도를 도입하는 등 근로기준법 상의 정리해고와 관련된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대규모 정리해고가 발생하면 정부가 고용재난지역으로 선포해 특별예산을 지원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고, 정리해고자에 대한 전직훈련과 생활비, 재취업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정문주 본부장은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근로기준법 상에 정리해고 시 해고회피노력으로 명시돼 있는 내용들마저 지켜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쌍용차에서 정리해고가 발생했을 때 평택을 고용개발촉진지역으로 선포했지만 노동자들에겐 실질적인 혜택이 전무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고용재난지역을 선포한다는 것도 실효성 없는 대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정 본부장은 또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할지 말지는 노사가 자율로 정할 사항”이라면서 “정부가 기업에 도입하라 마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태현 원장은 “박근혜 당선인이 지난 대선 기간에 쌍용차 정리해고에 대한 국정조사를 약속하고도 당선된 이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며 “정리해고와 관련해 이런저런 약속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했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비판한다.

김미정 실장은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면 먼저 한진중공업에서 최강서 열사가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부터 살피라”면서 “무급휴직자를 복귀시켜 놓고도 일감이 없다며 다시 등을 떠미는 기업의 행태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올리겠다지만 실효성은 글쎄

일자리 올리기 공약에는 비정규직과 저임금 노동자 등 취약노동자에 대한 대책이 포함돼 있다. 우선 박근혜 당선인은 임금피크제와 연계한 정년연장과 장년층 취업아카데미 등 교육훈련 확대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 비정규직과 관련해 상시·지속업무에 대한 정규직 고용관행을 정착시키고 공공부문의 상시·지속업무에 대해서는 2015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사내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 금지, 계약 만료 시 고용 보호, 불법파견 판결 시 특별근로감독 및 원청업체의 직접고용 행정명령 등을 내용으로 하는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법의 제정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또 특수고용직 근로자의 현실에 맞는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제도 설계를 통해 특수고용직 근로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확대하고, 표준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박근혜 당선인은 이 밖에 최저임금 인상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생활을 보장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기본적으로 반영하고, 여기에 소득분배 조정분을 더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최저임금제도가 확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사업주에게는 ‘징벌적 배상제도’를 도입해 처벌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같은 공약에 대해 정문주 본부장은 “최저임금 인상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은 진일보한 내용이지만, 법에 인상 기준을 정하더라도 실제로 이를 운용할 공익위원들이 무시하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며 “공익위원을 말 그대로 공정한 인사들로 선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평했다. 정 본부장은 또 “공약에 제시된 기준으로는 저성장 구조가 자리 잡은 상황에서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아질 수 있어 소득분배구조를 개선하려는 애초의 취지를 살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서도 정 본부장은 “공공부문에서 2015년까지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고 실제로 공공부문 사업장들에서 준비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하지만 직접고용 비정규직을 간접고용으로 전환하는 최악의 선택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노동계가 이 부분에 대해 방어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또 “총체적으로 박근혜 당선인의 비정규직 공약은 ‘차별이 줄면 비정규직도 감소한다’는 전제 위에 서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차별을 줄이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지만 차별시정제도 상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고려도 찾아볼 수 없다”고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미정 실장은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 전반이 전혀 구체적이지 못한데 그나마 2015년까지라는 시점을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구체성을 띠고 있는 것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공약”이지만 “공공부문에서는 지금부터 비정규직을 잘라내고 외주화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따라서 “2015년까지 상시·지속업무를 정규직화하기에 앞서 지금부터 정리하는 공공부문의 행태를 엄중하게 차단할 필요가 있다”며 “박근혜 당선인이 공약을 지키려는 의지가 있다면 공약을 발표한 시점의 비정규직 ‘업무’를 정규직화하는 조치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김태현 원장은 “박근혜 당선인은 ‘약속은 지킨다’고 하는 온정주의와 함께 밀실인사 등에서 나타나는 일방통행 식의 권위주의를 동시에 보인다”면서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공약은 근원적 해결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서도 온정에 기대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온정주의 산물”이라고 규정했다. 김 원장은 이어 “박근혜 당선인의 온정주의는 대중의 열망을 통해 나타나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결과”라면서 “다만 사내하도급법을 통해 불법파견에 합법의 면죄부를 주고, 노동시간 단축을 이야기하면서도 노동시간 유연화로 왜곡하는 것처럼 그동안 노동계가 요구해왔던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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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타협? 먼저 들어라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 중에서 노사관계에 대한 공약은 대화와 상생의 노사관계를 정착시키겠다는 것과 복수노조 및 근로시간면제제도를 합리적으로 보완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라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대타협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노사관계에 있어서 정부가 공정한 조정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공약 역시 정부부처가 아닌 노동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데 그치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이 사회적 대타협의 기구로서 노사정위원회를 거론하자 이명박 정부 5년간 그 역할이 유명무실했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사정위원회는 참여주체에 비정규직 근로자를 포함시키고, 의제 역시 노동 문제뿐만 아니라 복지 문제까지 포괄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의제의 확장에 따라 명칭을 경제사회위원회로 변경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사회적 대타협에 대해 정문주 본부장은 “한국노총은 개입과 견제를 기조로 잡고 있는 만큼 새 정부가 대화를 하자고 하면 거부하지는 않겠지만, 그동안 노사정위원회에서 노동계는 항상 뒤통수를 맞아왔고 정부와 경영계의 명분을 세워주는 들러리에 불과했던 만큼 한국노총이 먼저 나서서 대화하자고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결국 새 정부에서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지려면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실행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본부장은 다만 “현재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민주노총의 목소리도 함께 이야기하기 위해 한국노총이 노력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대화 주체로 노·사·정이 아닌 노·사·공·민·정을 이야기하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노동 문제에서 노사 당사자 중심성을 약화시키는 것이므로 동의할 수 없다”면서 “그동안 유명무실했다고는 하지만 사회적 대화기구로서의 노사정위원회의 경험과 조직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또 “그동안 노사정위원회에서 노사정이 합의하는 것 자체도 쉽지는 않았지만, 합의하더라도 ‘논의기구’에 불과해 그 실효성을 가지기 어려웠다”면서 “사회적 대타협이 가능하려면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전제로 한 실질적인 권한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사회적 대타협에 대한 민주노총의 시선은 싸늘하다. 김미정 실장은 “노사정위원회의 획기적인 전환을 통해 논의결과에 대한 집행이 보장돼야 한다”면서 “민주노총은 직접 노정교섭을 추진하는 한편 산별교섭 법제화를 통해 노사교섭을 강화하려고 노력하겠지만,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또 “박근혜 당선인이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노동자들의 목소리에는 귀조차 기울이지 않는다”면서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만 해놓고 소통했다, 대화했다 이야기하면 누가 그 진정성을 인정해주겠느냐”고 비판했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인은 50%가 넘는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대선 직후 이 같은 결과에 절망한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가 이어졌다.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정규직화를 이행하라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공농성도 100일을 훌쩍 넘겼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지 못한 노동자들은 극한의 선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박근혜 당선인과 인수위에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닫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을 살 만한 행보가 눈에 띈다. 박근혜 당선인이 100% 국민의 행복이라는 자신의 공약을 실천하는 것은 ‘노동자도 100% 국민이고 싶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데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