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영향 2. ‘황사’ 뒤집어 쓴 철강산업, ‘황하’ 건너는 조선업
업종별 영향 2. ‘황사’ 뒤집어 쓴 철강산업, ‘황하’ 건너는 조선업
  • 승인 2006.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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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무섭다 3-② 업종별 영향 _ 철강·조선

쏟아지는 저가 철강에 국내 철강사 수익성 ‘휘청’

2010년이면 한중 기술격차 ‘역전’ 가능성… 조선소 중국 진출 따른 기술유출 우려도 커

 

세계 최대 철강 수입국이던 중국이 철강 순수출국으로 전환한 후 중국 철강 수출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한국 철강업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은 최근 3~4년간 철강산업 시설투자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부었다. 지난 2년간 중국에 포스코 규모의 철강 회사가 7개 이상 생겨났다. 이 제철소들이 지난해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서 단번에 세계최대 철강 수출국 반열에 오르게 됐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세관 통계 기준으로 지난해 중국의 철강 수출은 2775만 톤으로 2004년에 비해 36.9% 늘어났다. 반면 수입은 2717만 톤으로 18.2%가 감소하면서 철강 수출국으로 전환했다.


우리나라의 중국산 철강 수입량은 2001년 104만여 톤, 2002년 114만여 톤, 2003년 182만여 톤으로 서서히 증가세를 나타내다가 2004년 433만여 톤으로 크게 늘어나면서 폭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프 참조> 2001년까지 우리나라 전체 철강 수입량 중 10%에 그쳤던 중국산 비율은 2005년에는 40%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넘쳐나는 저가 철근, 국내 철강사 수익성 ‘야금야금’
특히 중국의 철강 수출은 동남아 국가와 한국으로 집중되고 있다. 고도 경제성장으로 인한 철강 수요 급팽창에 편승해 우후죽순 생겨난 철강업체들이 중국 내 수요를 충당하고 남은 잉여 물량을 싼 가격에 한국으로 밀어내고 있는 것. 지난해 하반기엔 중국 최대 철강업체인 ‘바오산철강’에 이어 중국 4위인 ‘서우두철강’도 서울사무소를 열고 한국 진출을 본격 선언했다.


현대·삼성 등 국내 조선업체들도 지난해부터 고부가 제품으로 분류되는 선박용 후판을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올해 중국으로부터 50만 톤의 중국산 후판을 도입해 쓰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중국산 후판의 품질 수준이 최근 3~4년 동안 국내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향상됐다”면서 “올해 중국산 후판 사용량이 작년에 비해 2배 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철강재의 수입 폭증은 곧바로 우리 철강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로 나타난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국내 철강 생산에서 비중이 큰 철근·철사 등 일부 저가제품의 경우, 중국산 제품이 대리점을 통한 유통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면서 “중국산 제품의 가격이 10% 이상 싸기 때문에 국내 제품과는 경쟁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내 철강업체들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가격을 인하하는 바람에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중국 내 공급과잉 5천만 톤 달해
이러한 중국의 철강 공급 과잉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포스코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06년 중국경제 및 철강경기 전망’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철강 수요는 10%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철강 공급 과잉량이 무려 5000만 톤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럼에도 현재 생산 능력의 50%에 달하는 설비가 새롭게 건설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이런 이유로 중국 철강재 가격 하락세는 여전히 불가피한 실정이며, 중국의 철강재 공급 과잉이 한국 시장에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내 철강 수입 수요 감소, 철강 가격 하락 등 요인으로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크게 감소하는 반면 중국산 철강재 유입은 더욱 확대돼 국내 철강재 가격에 하락 압력을 주기 때문. 현재 중국의 최대 철강 수출국은 바로 우리나라로, 전체 수출량의 24.9%나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지난 2005년 7월 발표한 철강산업 발전정책은 또 하나의 ‘태풍의 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 정책을 통해 중소 철강업체의 난립 상황을 정리, 2007년까지 상위 10개 기업의 집중도를 50%, 2020년까지 70%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중국 내에 난립하고 있는 중소 철강업체들의 구조조정이 촉진되는 과정에서 이미 공급과잉 상태에 다다른 중국시장을 피해 중국산 저가 철강의 한국 유입이 더욱 늘 수도 있다는 것.

 

2010년이면  기술격차 1년 이내로 좁혀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중 간의 철강산업 기술 경쟁력도 점차 좁혀지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재단이 산업자원부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말 진행한 ‘한중간 업종별 기술격차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철강산업은 2010년이면 전 부문에서 기술격차가 1년 이내로 좁혀지며 중국의 산업경쟁력이 한국을 앞서거나 비슷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기술재단은 현재 4.5년의 기술격차를 보이는 냉연강판은 2010년 한중 기술력 차이가 1년으로 단축, 산업경쟁력이 역전돼 중국이 1년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후판은 2010년 기술격차가 0.5년에 불과해져 경쟁력은 한중이 대등해질 것으로 보인다. <표 참조>


이미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철강산업이 기술과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우리를 따라잡을 경우 국내 철강업계는 거대한 구조조정 회오리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벌써 중소 철강업체에서는 “중국과 가격 경쟁을 하느니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중국산 저가 철강 유입과 이에 따른 경쟁력 악화로 인한 공장 해외 이전 가속화, 중국의 기술 및 산업 경쟁력 추격 등을 눈앞에 둔 철강산업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선업, 기술 격차 크지만 따라오는 속도 빨라
당장은 중국산 저가 철강의 수혜를 입고 있는 조선업계도 마음을 놓을 처지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와 중국 조선산업의 경쟁력 격차는 5~8년 수준으로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가장 큰 분야 중 하나다.


그러나 중국은 조선산업에 대한 육성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은 자국 근해를 운항하는 선박을 자체 건조한다는 방침에 따라 최근 선진기술 개발과 함께 조선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 등 조선강국 도약을 위한 정책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컨테이너선 건조량은 1200만 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를 나타내는 수치)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36%의 증가세를 보였으며 세계 시장 점유율도 18%로 늘어났다.


컨테이너 화물선 건조시장은 수주량 기준으로 작년 말 현재 한국이 2910만 TEU로 부동의 세계 1위를 굳히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이 각각 1920만 TEU, 1770만 TEU로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 조선산업이 최근 들어 범용기술 면에서 한국과 일본 등을 바짝 뒤쫓고 있는 데다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한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조기에 세계 최고의 조선강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조선업체 중국 진출 따른 기술유출 우려 커져
중국 조선산업의 기술력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조선업체들이다. 최근 조선업체들의 중국 진출이 늘면서 이에 따른 기술유출 논란도 더욱 커지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이 중국에 조선용 블록공장을 증설하거나 신설할 예정이고, 현대중공업도 상하이의 현지법인을 발판삼아 중국 진출을 꾀하는 중이다. 조선업체들은 중국에 대형 조선소를 지어 직접 배를 만드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그림 참조>


세계 해운경기 호황으로 3년치 이상의 물량을 쌓아두고 있는 조선업체들로서는 해외 진출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조선공업협회 관계자는 “도크를 운영하는 능력과 공정과정, 건조 경험 등이 중요시되는 조선업의 특성상 일부 기술유출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중국 조선업의 성장 속도로 봐서는 그렇게 위협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의 인식은 사뭇 다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75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중국의 기술추격과 업계 대응실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조선업종은 중국과 5년 이상 격차가 있다고 답했지만 중국의 기술 추격이 ‘우리보다 빠르다’고 답한 86.6%의 응답자 중 특히 섬유(97.6%)와 조선(92.1%) 업종의 위기의식이 심각했다. 


또, 중국업체의 기술발전 속도가 빠른 이유에 대해서는 ‘국내기업의 중국진출 과정에서 기술유출(34.6%)’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제 막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중국 조선산업의 저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평가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가적인 지원에 힘입어 ‘철강강국’을 삽시간에 따라잡은 중국 철강산업처럼 조선산업도 ‘쾌속질주’로 우리를 바짝 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