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분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은?
ICT 분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은?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3.03.0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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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조직개편, 노동계도 관심 집중
산별 연맹으로서 정부 정책 견제 역할 계속할 것
[인터뷰 3] 최두환 전국IT사무서비스노련 위원장

 ‘IT 강국 코리아’라는 수식어는 향수가 돼 버렸다. 하루가 다르게 뒤바뀌는 업계의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김대중 정부 시절 OECD 선진국들과 함께 선두 경쟁을 벌이던 ICT(정보통신기술, 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alogy)산업은 16위권으로 추락했다. 잘 나가던 벤처기업이 대접을 받던 시절도 옛날 얘기다.

ICT 산업 관계자들이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노동계도 마찬가지다. 한국노총 전국IT사무서비스노련도 정부 조직개편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정부의 향후 방침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두환 위원장을 만났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연맹이 최근 성명을 통해 밝힌 입장은 ICT 산업의 균형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틀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 집중하고 있다.

“그렇다. 두 가지가 핵심이다. ICT 전담조직은 반드시 콘텐츠(C)-플랫폼(P)-네트워크(N)-디바이스(D)를 포괄하는 조직이어야 한다는 것과, 정부 차원의 ICT 산업 규제와 진흥은 통합 기관에서 주관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초에 연맹에서 주장했던 내용은 ICT 독임제 정부 부처를 신설하라는 것이었다. 과거에 정보통신부가 주관했던 정책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 지식경제부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4개 부처로 권한과 운영이 흩어졌다. 컨트롤타워로 기능을 몰아야 한다는 의미다.

진흥과 규제에 대한 부문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서 우리 이동통신 망이 속도가 빠른 LTE급으로 가기 위해선, 통신 회사들이 투자를 해야 한다. 기간 통신 사업자들이 얼마만큼의 수익을 올렸으면,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통신망을 구축하는 데 일정 정도 투자를 하라고 정부가 유도하는 것이다. 규제 부문은 예를 들자면 통신 요금 인하 등의 시책이 있겠다. 적절하게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통합해서 기능을 운용해야 한다.”

채찍과 당근의 기능을 한 조직에 몰아 줄 경우 발생할 문제점은 없나.

“일부에선 이와 같은 통합 조직 얘기에 대해 반대하는 그룹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말 그대로 적절한 수준에서 짜 맞추는 내부 담합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현실의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하는 얘기이다. 이미 사업 자체가 그만큼 투명해졌기 때문에 충분히 이러한 우려되는 지점에 대해서 견제가 가능하다고 본다. 역할이나 권한을 분리해서 내부담합 등의 비위를 견제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안이한 것 아닐까?

정부 정책에 대해 가장 많은 비판 중 하나가 탁상공론이라는 부분 아닌가? 규제와 진흥 부문도 마찬가지다. 현재 업계의 실상은 어떠한지, 대기업과 중소, 벤처기업의 상황은 어떤지, 각 사업부문의 현황이나 트렌드는 어떤지, 구체적인 현실의 내용에 기반을 둔 균형 있는 발전 정책을 수립하기 보다는, 각자에게 맡겨진 역할에만 충실하려고 들 것이다. 계속 엇박자가 나는 구조라는 거다. 이러면 대형 기간통신 사업자도 마찬가지고, 소프트웨어 사업자도, 중소기업도 벤처기업도 ICT 종사자들 중 사업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노동조합의 입장에서 이와 같은 내용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ICT 산업은 자동차 산업과 마찬가지로 생태계에 비유될 만큼 다양한 업종들이 얽혀 있다. 과거 정부도 그렇고, 최근의 정부도 ICT 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칭하는 이유가 이런 점 때문이다. 무엇을 만들어내느냐에 따라서 C-P-N-D로 구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력과 기술, 시장, 자금, 경영, 문화 등 다양한 부문의 순환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ICT 산업은 불균형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제조업 부문도 이러한 문제가 드러났지만 하도급 구조가 일반적인 상황에서 중소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ICT 노동자들의 주당 근로시간은 귀가 후 일하는 2시간을 포함해서 65.2시간으로 파악되고 있다. 2012년 한국의 근로시간은 OECD 국가들 중 가장 긴 주당 44.6시간인데, 이보다 20.6시간을 더 일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장시간노동 문제는 저임금 문제와 연결돼 있다. 평균 임금은 3,191만 원인데, 하루 8시간의 기본 근무만으로 계산하면 6년 경력자 임금이 2천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의 노동자들은 임금에 대해선 시름이 덜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시간노동 문제에 대해선 비슷한 실정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먹이사슬의 가장 하층에 존재하는 ICT 노동자들은 심각한 상황이다.

하청에 재하청으로 내려가는 다단계 구조에서 통상 하부 단위로 한 단계 내려갈 때마다, 수주단가의 10~30%가 감액된다. 그렇다면 이 부분은 무엇으로 보전하겠는가? 노동자의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으로 상쇄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집단적이든 개별적이든, 노사관계에 대한 부분만으로 이런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에 접근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존의 ICT 산업 생태계가 왜곡돼 있다면, 산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부의 정책에 대한 견제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어떤 개인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단위 노조 차원에서 가능한 것도 아니다. 산별 연맹으로서 앞으로도 정부 정책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을 지속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될 부분이 있다. 바로 ICT 산업 관련기금의 운용에 대한 것이다. 지난 1993년 정보통신진흥기금이라는 이름으로 마련된 관련기금은 현재 방송발전기금과 통합돼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관리 운영되고 있다. ICT 노동자들에 대한 복지, 역량 개발을 위한 지원에 쓰여야 할 기금이다. 하지만 지원 분야나 집행 분야 별로 연계성이나 통합성이 결여돼 있다.

앞으로는 관련기금의 심의운용위원회에 ICT 노동자의 대표성을 가진 노동단체가 참여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다. 노동자들의 복지 확보를 위한 연기금 규모를 확보하는 부분은 물론, 역량 개발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쓰이도록 목소리를 내기 위함이다. 또한 산업 생태계의 순환 구조에 맞춰서 통합적으로 기금이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