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과 결과, 올해 한국노총의 과제
실천과 결과, 올해 한국노총의 과제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3.03.0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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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대대 주요 안건, 지난해와는 온도차
새 정부 출범 이후 ‘사회적대화’ 관심 집중
[분석4] 한국노총 주요 사업계획

한국노총의 올 한 해 사업계획과 그에 수반되는 예산안이 확정된다. 한국노총은 지난 2월 19일 제41차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2013년 정기대의원대회 상정 안건을 심의했다. 올해의 정세 전망과 한국노총의 운동 방향, 올해 주요 사업에 대한 계획, 산하 회원조합별 부의 안건, 중앙위원 선출안, 예산안 등이 집행부가 제시한 원안 그대로 정기대의원대회에 상정되게 된다. 올해 한국노총 정기대의원대회는 2월 27일 열린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노조법 개정, 명분과 실리 동시에

한국노총은 2013년 한 해 동안 수행할 주요 사업으로 노조법 재개정 추진, 사회적대화의 활성화와 노사정위원회 강화, 양극화 해소 및 고용안정성 확보, 복수노조 시대 조직경쟁력 강화, 자주적 노동운동의 초석 마련, 사회 연대 참여 및 역할 제고, 미래전략의 대중적 이행 등의 일곱 가지를 꼽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지난 2011년과 2012년에 비해서 노조법 개정이라는 과제에 대해 보다 유연한 기조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노총은 올해 2기 근로시간면제심의위회가 열리게 되며, 복수노조 및 타임오프제도에 대하여 노동계와 정부의 입장이 상반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근본적인 대응책과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모색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새 정부가 출범하는 등 노동계 현실을 둘러싼 외부의 정치적 구도는 크게 바뀌었다. 따라서 한국노총은 노조법을 개정한다는 기조는 유지하되, 복수노조와 타임오프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활동을 병행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우선 근본적인 법 개정에 대한 요구는 가져갈 계획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과 발언 내용, 새누리당 최봉홍 의원과 이완영 의원을 통해서 대표 발의된 노조법 개정발의 등의 내용을 종합하여 한국노총의 요구안을 마련하고 대 국회 협의를 추진할 예정이다. 4월과 6월 국회에서 한국노총의 이와 같은 요구안이 논의되도록 노력한다는 의미다. 특히 근심위를 통해 타임오프의 한도를 현실화하는 부분과 미지급된 파견 전임자 임금 지급 촉구, 타임오프와 복수노조에 관한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 일명 매뉴얼을 변경하겠다는 복안이다.

명분과 실리,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겠다는 한국노총의 이와 같은 계획이 상반기 동안 가시적인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엔, 조직적 결의를 통해 하반기 노조법 개정 투쟁을 어떻게 가져갈 지에 대해서 논의할 예정이다. 최근 2년과는 다소 온도차가 나고 있다. 한국노총이 이와 같은 계획을 세운 이유는, 과거 이명박 정부와 여당인 새누리당에 대해 그동안 소통 채널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한편 명분보다는 앞으로 타임오프한도 확장, 파견 전임자 임금 등의 실리에 집중해 보궐 집행부의 성과를 뚜렷이 할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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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문제·노동시간 단축, 성과 있을까?

양극화 해소 및 고용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과제들에도 올 한 해 역량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관련한 내용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의제라고 판단하고 보호 및 차별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과 전략이 정책본부의 사업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특히 공공부문에서부터 비정규직 차별 해소가 선도돼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대책 활동을 펼 계획이다. 또한 조직본부에서는 회원조합별로 특수고용직까지 포괄하는 비정규직 현황을 파악하고 업종별로 조직화 대상을 선정해, 해당 회원조합과 공조를 통해 조직화 사업에 나선다.

아울러 노동시간 단축 논의와 함께 진행될 노동시장 유연화와 임금, 노동조건의 저하에 대해서 대응 전략을 마련한다. 한국노총 산하 회원조합 중 금속노련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주간연속 2교대 확산에 따른 자동차 부품업체의 현장 노동실태를 파악하는 한편, 임금이나 노동조건의 저하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모범적인 실 노동시간 단축 사례를 발굴하고 매뉴얼을 제작하는 등 현장에서의 교섭 지원활동도 강화할 예정이다.

지난 2년간 한 달 이상의 장기 투쟁 사업장이 다수 발생했던 점을 감안해 조직적으로 구조조정 대책 활동도 전개한다. 노총 중앙과 산별, 지역간 공동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정책-조직-교육-법률원의 유기적 대응체계를 확립할 계획이다. 또한 고용위기 대응팀을 구성하고, 고용위기 대응 매뉴얼을 제작, 배포하는 한편, 법률구조활동도 강화시켜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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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위 기능과 권한 강화돼야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깊어가고 있고, 경제민주화와 일자리창출, 복지 확대 등의 여론이 조성된다. 따라서 지난 대선 즈음 여야 후보 모두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는 정책 공약을 내세우게 된다. 한국노총의 올해 주요 사업계획에서도 사회적 대화와 사회적 합의에 대한 내용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노총은 지난 1998년과 2009년 두 차례의 경험을 토대로 절차와 의제에 대해 종합적인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특히 경제민주화, 복지 확대, 일자리창출 등의 국정과제는 물론이고, 경제위기 극복과 관련한 사회안전망 확대, 노동조합의 사회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노동시장 정책 강화를 핵심 의제로 보고 있다. 아울러 논의 과정에서 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핵심 노동현안을 관철할 것이며, 중장기적 노사관계에 대한 전망까지 포함시킬 생각이다.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틀로서 한국노총은 현 노사정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노총은 새 정부 인수위에서 노사정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을 축소시켜서 국민대통합위원회의 부문 기관으로 편입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기사화됐을 때 반박 성명을 내기도 했다.

지난 1월 29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열린 ‘2013 노동정책 전망과 새 정부의 과제’라는 이름의 전문가 좌담회에서도 사회적 대화와 관련한 내용이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했던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노사정위 기능 축소에 대한 우려에 대해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대통령이 없앨 수는 없다”며 “오히려 노사정위원회는 노사문제를 기본적으로 하되 의제를 더 확산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통해 다기능 다양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이 갖고 있는 입장과 다르지 않다. 이정식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은 “그동안 한국노총은 조직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왔으며, 새 정부가 대화하고 타협해 나가지 않으면 한국사회가 불행해질 것”이라며 “노사정위는 있는 제도 그대로 가면서 산업별, 업종별로 확대·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사회적 대화를 위해서 당면한 현장의 현안을 해결하는 게 전제다”라며 “신세계 이마트 부당노동행위, 현대차 불법파견, 유성기업 노조파괴, 쌍용차 등 이런 문제가 풀리는 게 우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2월 22일 한국노총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노사정 대타협이 필요한 시기”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노총은 새 정부가 1년차 상반기 내에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서, 노총이 이를 직접 요구하기 보다는 사회적으로 분위기 조성을 위한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실무 차원에서는 사무총국 내에서 앞서 언급했던 노조법 개정이라든지 사회적 대화 등 한국노총 전략과제 추진위원회 및 실무기획단을 구성해서 이르면 3월 중에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와 연계해 기존의 정책, 대외협력 파트에서는 사회적 대화 핵심 의제를 발굴하고 대화 기구를 구축하는 부분에 있어서 관심을 기울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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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방치됐던 한국노총 미래전략

올해 한국노총의 주력 사업으로 상정되는 안전 중에는 그간 총연맹으로서 다소 미진했던 부분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임시대의원대회가 유회되며 당시 이용득 위원장이 사퇴하는 등의 내부 갈등을 겪는 와중에, 사업의 수행은 물론 점검도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미래전략위원회의 활동과 관련한 부분이다. 한국노총은 지난 2011년 사무총국 인원과 외부의 전문가들로 미래전략위원회를 구성해 4월부터 활동에 들어갔다. 한국노총의 운동이념인 ‘사회개혁 조합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단기적, 중장기적 로드맵을 구성하기 위함이다.

‘노동이 존중되는 평등복지통일국가’를 지향하며 미래전략 100대 과제와 노동-복지, 조직-연대 부문의 17대 핵심과제를 중심으로 수립된 미래전략은 시기별로 3단계로 구성된다. 올해 5월까지가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1단계 기간으로서, 내부혁신과 우호적 정치 세력의 집권, 정책요구의 제도화 등이 달성하기로 했다. 이후 19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는 2015년까지가 미래전략을 집중적으로 이행, 실천하는 시기이며, 이후 장기적으로 평등, 복지, 녹색, 통일국가를 만드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1년여의 활동을 통해 수립된 한국노총 미래전략 최종보고서는 2012년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발표됐으나, 당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대회가 유회되고 이후로는 4월 있었던 총선 대응 활동에 주력하면서 수면 아래로 묻혔다. 이후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는 이용득 전 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표명했으며, 보궐 집행부가 구성을 위한 임시선거인대회가 치러지고, 연이어 대선 대응 활동에 들어서는 등 조직 갈등과 혼선, 정치 활동 등의 사안에 밀려 1년 동안 방치되고 있었다.

한국노총 내부의 정비에 대한 필요성도 주요하게 제기된다. 특히 재정적인 부분과 내부 운영 체계의 혁신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상급단체 파견 전임자의 임금이 지급되지 않으면서 홍역을 겪은 한국노총은 재정 자립을 위해 노조법 개정을 통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각 부설기관의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고, 의무금 징수체계를 개선하며, 투쟁기금이나 노사발전기금 등 재정안정을 위한 별도 기금 조성, 독자적인 각종 수익사업 등을 고려할 계획이다. 내부의 갈등으로 인해 위상이나 권위, 목적에 큰 타격을 받았던 각급 회의체계에 대한 정비도 주력할 예정이다.

여타의 안건들을 비롯해 올해 한국노총의 주요 사업계획들은 별다른 잡음 없이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결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세력화와 관련된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안건들이 빠졌으며, 지난 내부 갈등을 겪으며 명분보다는 실리에 무게 중심을 싣는 게 우선이라는 공감대도 확산되었다.

계획을 수립하는 것보다 이를 실천에 옮기고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내년 초 집행부선거를 앞두고 있는 한국노총이 일찌감치 이른바 ‘선거 국면’으로 들어서게 되면, 올해 결의했던 주요 사업들 역시 뒷전으로 밀릴 것은 뻔하다. 향후 한국노총의 행보에 관심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