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익보다 국민 안전이 우선이다
기업 이익보다 국민 안전이 우선이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3.06.04 11:40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기업 노조 양보해야 비정규 문제 풀려
정치세력화, 노조운동의 목적 아닌 수단
[기획인터뷰 1] 김성태 새누리당 국회의원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지난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이른바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이 시행되면서, 정치에서 노동계는 소외됐다. 정책에서 노동정책은 고작해야 경제정책을 위한 장식물에 불과했고 정책 집행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기 일쑤였다. 노동자가 인구의 절반을 넘고 그중 비정규직이 다시 절반을 넘어서지만, 정작 민의를 대변한다는 국회에서는 노동자 출신은커녕 노동계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조차 손에 꼽을 만큼 드물었다.

그래서 노동 문제에 관해 새 정부와 19대 국회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또다시 이명박 정부의 ‘노동배제정책’을 답습하는 것은 아닌지, 국회에서 노동자의 목소리가 묻혀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선 국회의원인 김성태 의원은 노동 문제를 다루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누리당 간사를 맡고 있기도 하거니와, 그 자신이 오랜 기간 노조에서 활동해온 노동계 출신이기 때문이다. 김성태 의원으로부터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노동 문제,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새누리당은 노동계보다는 경영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국민들에게 인식되고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

“야당에는 시민사회나 노동운동 출신들이 30여 명 넘게 포진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새누리당에는 2~3명뿐이다. 대체로 친기업적인 성향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운동 출신으로서 자본과 노동의 균형을 갖추는 역할에서 소임이 더 크다.

그런 측면에서 산업 현장의 문제점이라든지 노동자들의 사회적 지위나 처우개선을 위한 입법 활동이나 정책 활동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친기업적인 정서가 다분함에도 불구하고, 경제민주화라든지 특히 비정규 대책 같은 데에서는 야당당보다도 더 앞서 나갈 수 있게 내적인 역할을 가져가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노동계가 배제됐는데 현 정부 들어서도 그런 기조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보는 게 노동계의 시각이다.

“청와대 고용복지비서관이나 수석실만 보더라도 노동 전문가가 한 명도 안 들어가 있다. 더구나 복지와 연계돼 있다 보니까 노동이 왜소해졌다.

이명박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통해서 친기업 정권이라고 선언하고 임기 5년을 가져갔기 때문에 그런 평가가 나온다. 그렇지만 박근혜 정부 같은 경우는 작년 대선에서 서민, 노동자 등 취약계층의 지지가 훨씬 더 높았다. 그렇다면 절대 지난 MB정부의 그런 노동배제 정책의 과오를 또 반복해선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번 대통령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고용노동부는 정부 부처 간의 협의나 정책적 결정 과정들에서 항상 밀릴 수밖에 없으니 대통령이 고용노동과 환경을 직접 챙겨야만 일자리나 비정규 문제, 사회적 차별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직접 노동운동을 하시던 당시와 현재 국회의원으로서 한 발자국 떨어져 노조운동을 바라보는 지금의 입장은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노동운동의 현실을 대단히 안타깝고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노동운동이 근본 본질을 훼손하면서 정치세력화를 가져가는 건 대단히 잘못된 거라고 본다. 정치세력화는 하나의 수단인데, 노동운동의 목적이 되어 있다.

요 근래 4~5년 동안 한국노총은 자신들이 정치의 중심에 서고자 했다. 노동운동의 본질에 충실한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단결을 위한 노동운동 지도부의 자기희생이나 헌신, 열정이 있어야 하는데, 노동운동이 정치에 함몰된 게 오늘날 위기의 본질이라고 보고 있다.

노동현안, 노동문제를 조합원들의 단결로 풀고, 대정부 교섭이든 대사용자 교섭이든 교섭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조합원들의 단결력이 공고히 유지되는 가운데 노동운동이 발전하고 조합원들이 확보·확대돼야 하는데, 어느 날부터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라는 미명아래, 노동의 문제를 전부 정치적으로 해소하려는 소극적인 자세로 변했다. 그래서 오늘날 노동운동이 급격하게 쇠퇴해버린 거다. 이걸 단순히 정부 탓으로, 사용자, 자본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또 노동계층의 계급을 정규직 중심의 대기업 노조운동이 고착화시켰다. 수년째 한나라당, 새누리당의 비정규대책특위 위원장을 하면서 비정규 문제 해결을 위해서 많은 입법 활동이나 정책적인 제도 개선을 가져가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자기희생과 양보, 배려 없이 비정규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지금도 대공장에선 사내하청 비정규 노동자들을 정규직이 인정하지 않는다. 갈등 구조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밖에서 보면 노동운동은 지금 대단히 큰 위기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임금체계 개선 연동해야 정년연장 가능

최근 국회에서 정년을 60세로 명문화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구체적인 내용과 의의는?

“임금 삭감 없는 정년 60세, 임금 조정 없는 정년 60세를 야권에서 끊임없이 주장했다. 2002년 주5일제 협상에서도 주5일제는 좋지만 한 마디로 노동조건의 후퇴 없는 주5일제 같은 원색적인 구호만 난무했다. 만일 국회에서도 정년 60세를 가지고 야권에서 노동계의 입장만 되풀이했다면 정년 60세 법안은 이번에 결코 처리될 수 없었다.

재선돼 환노위에 오면서 가장 염두에 뒀던 게 정년 60세와 근로시간 단축이다. 그동안 환노위 야권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설득, 이해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또 새누리당에선 무조건적인 거부 반응이 있었는데 그걸 해소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그동안 노사 모두 균형을 갖춘 집권당 책임자로서 환노위에서 보여준 역할에 대해 환노위의 야권의 의원들이 나를 신뢰하게 됐다. 임금 체계 개편과 함께, 흔히 말하는 임금 조정하면서 같이 또 정년을 연장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대단히 큰 만족과 보람을 가지고 있다.

정년 60세 법안을 통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중장년층의 고용안정이 얼마나 가정경제에 중요한지, 또 정부 복지에만 의존해서 빈곤층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기업의 일자리가 최대의 복지라는 인식을 우리 사회가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정년연장과 임금조정을 연동하도록 한 것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우려도 있는 것 같다.

“정년연장법에 19조 2항에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는데, 임금 조정을 의미하는 것이고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임금피크제뿐만 아니라 성과급제 개선, 연공급제 개선 등 다양한 임금체계 개선 방안이 들어올 것이다.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서 기업의 경영상 부담도 크지 않다면, 기업도 숙련된 종사원들이 좀 더 일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력도 있고, 힘도 있고, 교섭력도 있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이번 정년 60세 의무화 법안 도입의 진정한 의미를 실천해줘야 한다.

대기업 노조에만 더 큰 혜택이 돌아가고, 정년 60세 연장에 따른 대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나머지 협력 하청회사, 중소기업이 부담하는 형식이 되면, 우리 사회는 엄청난 갈등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또 우리 산업의 90% 이상에는 노조가 없는데,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 정년 60세 의무화 법안을 악용할 우려가 크다. 고용노동부는 산업 현장에 컨설팅을 지원하고, 정년 60세 안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확보해서, 현실적으로 산업 현장에서 정년 60세 안착을 위한 교과서가 됐으면 좋겠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통상임금, 사회적 논의 지켜보겠다

대체휴일제 도입과 관련한 법안은 정부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아직까지 대한민국은 OECD 가입 국가 중에서 가장 장시간 노동하는 국가로 오명이 높다. 1년에 3~4일 정도의 대체휴일이 추가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여건인데, 그걸 기업이나 재계에서 경영상 부담으로 수용이 어렵다고 했을 때 안타까웠다. 특히 정부가 그 법안에 대해서 강력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가 9월까지 이걸 입법화를 하지 않는 대신 대체휴일제를 가져갈 수 있는 방안을 가져오기로 했는데, 대체휴일제를 법으로 지정하지 않더라도 다른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가지고 오면 그대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난 번 여야 간에 합의한 내용이 본회의에서 처리돼야 할 것이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의 경우 개정안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통과됐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폭 수정돼 사실상 폐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법사위는 법조문의 체계나 자구의 문제점이 있을 때 상임위에서 심의한 법안 내용을 일부 수정·조정을 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법안 내용을 수정하는 것은 국회법을 위배한 것이다. 대단히 불미스러운 일이다. 특히 유해법에 대해 경제5단체가 국회를 방문해서 기업에 지나친 형벌이라고 이야기했지만, 기업 이익보다 국민 안전이 더 우선이다.

유해화학물질의 경우 일단 사고가 나면 근로자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훼손당하고, 또 생명까지도 잃을 수밖에 없다.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일을 정규직원들은 하지 않는 일로 규정지어서 용역회사에 위험한 일을 시키고, 비용은 최소한의 비용만 지급한다. 위험한 시설들에 대해서 투자라든지 시설 개선은 전혀 안중에도 없다.

보통 충격요법으로는 기업들이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법보다는 기업에 패널티를 세게 물리는 내용을 유해화학물질 관련 법안에 담았는데, 그건 기업에 대한 경각심을 위한 것이다. 시설 개선에 보다 많이 투자하고, 그렇게 해서 근로자들의 안전과 지역의 안전을 같이 유지해야 하는데, 법사위는 기업의 이익만 뒷받침해준 거다. 대단히 유감스럽다”

통상임금과 관련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통상임금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지금 기업이나 재계에 대형 쓰나미가 왔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통상임금에 대해서 근로기준법 시행령의 규정을 따랐고 법원의 판단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기업 내 노사간의 다툼을 조정했다. 하지만 법으로서 통상임금의 구체적인 법리를 정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산업 현장의 임금체계도 다 다르다.

새누리당 입장에선 앞으로 사회적 논의를 좀 지켜볼 것이다. 노사정 간의 사회적 타협, 사회적 논의를 좀 더 지켜보고, 당의 입장을 가져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