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헌신만으론 사회공공성 유지 어려워
직원 헌신만으론 사회공공성 유지 어려워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3.06.0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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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예산 묶고 장애인고용 서비스 첨병?
다양한 특성 공공기관, 자율경영 위해 평가 기준 바꿔야
[인터뷰 4] 송춘섭 한국장애인고용공단지부 위원장

대국민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공공기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역시 마찬가지다. 다양한 목적과 특성에 따라 수백 개의 공공기관들이 있지만(2011년 기준, 285개) 고유의 목적에 맞는 자율경영을 하기에는 제약이 많다. 평가와 예산이라는 올가미와 채찍으로 정부가 개별 공공기관의 운영을 사실상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위원장으로 취임해 임기의 절반 즈음을 지내고 있는 송춘섭 한국장애인고용공단지부 위원장을 만나, 공단과 지부의 오늘과 공공기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 한국장애인고용공단지부
임기 중반을 넘어서는 즈음이다. 조합원들이 공단과 노동조합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취임 이후에 전국 25개 지사를 비롯해 전체 소속기관을 1년간 방문했다. 당연히 조합원들의 의견을 청취했는데, 공통적으로 나오는 얘기가 있었다. 실제로 과거에 비해서 업무량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정부에서는 인력 증원이 거의 되지 않았다.

직원들은 모든 일들이 대고객 서비스에 맞춰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상 지금은 정부가 내건 성과지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을 하는 것 같다고 느끼는 거다.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상태에서, 물리적인 업무량은 과부하가 걸리고 있고, 실제로 고객들에게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자괴감이 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헌신에 가까운 노력을 통해서 이를 메워가는 직원들이 많다. 일시적으로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런 헌신만을 기대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고용센터에서도 지금 취업알선 업무를 많이 하고 있지 않나. 비장애인 고객들의 경우 센터를 찾아가 상담을 하고, 적절한 일자리가 있으면 정보를 줘서 구직자가 직접 사업장을 찾아가 면접을 보게 해 주는 이런 과정일 것이다. 공단에서도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업무 과정이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크게 다르다.

우선 상담 과정에서부터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청각이나 언어장애인의 경우 수화를 통해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지적 장애나 정신장애의 경우 상담 자체가 수십 배 이상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적당한 일자리를 알선하고 면접을 보게 하는 경우에도 직원이 직접 현장 사업체까지 동행해서 지원하게 된다. 그만큼 한 사람의 고객에게 드는 품이 많다는 거다. 이런 상황임에도 단순히 예산을 얼마 쓰니 목표를 이만큼 채우라는 논리라면, 공공성이라는 부분을 스스로 부정해야 되는 거 아닌가.”

ⓒ 한국장애인고용공단지부
정부의 경영평가와 예산지침에 대한 문제제기일 텐데, 이에 대한 대안은?

“그렇다. 근본적으로 평가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주장은 아니다. 공공성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특히나 공단을 감독하는 정부 부처인 고용노동부나 기획재정부에서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평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거다. 공공성이라는 것은 사기업의 논리처럼 단순히 양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 기관이 경영을 잘 했다거나 성과를 많이 냈다고 평가하려면 보다 질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물론 각 공공기관들의 특성이 있으니까 개별 기관의 어려움만 청취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을 거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정부의 경영평가와 그에 따른 예산, 인력 옭죄기는 분명 일률적인 잣대라는 얘기다. 공공기관에게 자율경영의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연맹이나 노총 차원에서 앞으로 공공기관이 고유의 미션을 얼마나 잘 수행했는지 볼 수 있도록 평가기준을 바꾸는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간에도 이와 같은 활동이 있었지만, 우리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지는 데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비전 외에 올해 특히 지부 차원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현안은 무엇인가?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역시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년연장이 입법화되면서, 이 내용을 단체협약 안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금 공단의 경우는 성과연봉제를 시행하고 있는 2급 이상 간부직의 경우 60세가 정년이다. 그런데 그 이하 직급은 57세가 정년이다.
입법 내용과는 별개로 우리의 경우 정년차별 철폐라는 시각에서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 타 사업장에서는 정년연장과 연동한 임금피크제 시행의 내용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겠지만, 우리의 경우는 조금 새로운 각도에서 현안에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