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교육 목마른 신규 노조, 외면할 수 없다
노동교육 목마른 신규 노조, 외면할 수 없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3.06.0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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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는 미니, 사업은 빅 … 성남상담소의 바쁜 오늘
영세 사업장 많은 곳에 영세 노조도 많더라 … 도움 될 방법은?
[법률상담소를 가다] 성남상담소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지역노동법률상담소의 해묵은 고민거리라고 하면 다른 무엇보다도 부족한 인력 문제를 꼽을 수 있다. 대부분의 지역상담소가 2명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그마저도 성남상담소를 비롯해 경기권 상담소의 일부는 한 명이 상담소를 꾸려가고 있다. 당연히 일손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나 지역지부, 지역본부 등과 연계해 지역 노동계의 중간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는 지역상담소이니만큼, 앞으로의 활동 폭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전문 요원들의 충원은 꼭 필요해 보인다.

ⓒ 성남상담소
소규모 사업장 밀집 지역…부당해고, 임금체불 횡행

성남상담소는 경기도 성남시 상대원동에 위치하고 있다. 지역 산업단지가 밀집한 곳이다. 아파트형 공장이 많고 주로 제조업이나 IT업종의 사업장이 모여 있다. 대부분 소규모 사업장이다. 형편이 여의치 않은 사업장도 많다.

그래서일까 유영미 성남상담소 부장은 상담 내용 중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부당해고와 임금체불에 관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부당해고와 관련된 상담은 주로 연초에는 줄을 잇고, 임금체불에 대한 상담은 수시로 접수된다. 남녀를 불문하고 상담자들의 연배도 지긋하다. 이들이 받았던 임금 수준도 대단히 낮다.

어느 날인가 왜소한 체구의 50대 남성이 상담소 문을 두드렸다. 임금체불과 관련해 상담을 받고 싶다는 거였다. 상담자는 손과 발이 약간 불편한 장애인이었는데, 본인이 갖고 있는 목공 기술로 영세 싱크대 생산업체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가 5개월여를 근무하는 동안 체불된 임금은 300만 원에 달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장애를 갖고 있어 취업이 어려운 상담자에게 한 친구가 취업 알선을 해 주고 그 명목으로 야금야금 갈취해 간 돈만 200만 원이 넘었다. 성남상담소에서는 직접 진정서를 쓰는 것을 도와주는 것은 물론, 취업 알선을 위해 동사무소 복지과 쪽에 해당 내용을 인계해 마땅한 일자리가 있는지 알아보도록 주문했다. 후일 상담자에게 감사 전화를 받기도 했다.

소송으로 번진 노-노 갈등 상담도 많아

2012년 성남상담소는 모두 1,887건의 상담 실적을 기록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내용에 대해 설명하는 방법으로 처리를 했는데, 법적 소송까지 안내한 경우도 173건이었다. 여타의 지역상담소에서 소송 안내 처리를 하는 경우는 많아야 수십 건에 지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성남상담소는 독특한 케이스이다.

이는 지역의 조직들 간의 노노간 갈등 때문이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영업소노동조합 내부 갈등으로 인해 조직이 분리되고, 이 와중에 양쪽 당사자들 간에 각종 소송이 빈번했던 것이다.

또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통상임금과 관련한 소송도 진행 중이다. 고속도로 영업소를 비롯해 시내버스 사업장도 이를 시작했다. 보통 법적 소송과 관련된 문제는 한국노총 중앙법률원과 연계해 상담 내용을 처리하게 된다.

상담을 요청한 이가 노조 간부였던 경우는 274건, 조합원인 경우는 137건이었으며 비조합원인 일반 노동자나 시민들에게 상담해 준 사례가 각기 685건, 726건으로 가장 많았다. 타 지역상담소와 비교하자면 어느 한 분야로 특화됐다기보다는 매우 고르게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주요 상담 방법 역시 전화 상담이 1,259건, 내방 상담이 280건, 출장 상담이 261건으로 평균적인 비율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조사된 법률상담 및 교육 만족도를 보면 상담이나 교육 내용의 공정성, 전문성, 수용성, 책임성 등의 항목은 평균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는데, 친절성 부문은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 성남상담소
상담요원의 처우 개선, 대단히 중요하다

앞서 말한 대로 유영미 부장 한 사람이 꾸려가고 있는 성남상담소가 지금보다 활동 폭을 더 넓혀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노동법률 상담이라는 상담소 본연의 업무가 매년 2,000건씩 목표로 잡혀 있다. 그 외에도 각종 교육과 출장 상담, 지역의 노동조합 설립 지원, 홍보 사업까지 병행해야 한다.

매년 지역의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예비직장인 교육의 경우도 지역상담소에서 추진하는 사업 중 비중이 큰 사업이다. 특히 특성화고등학교가 많은 지역의 특성상, 성남상담소는 예비직장인 교육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2012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 동안 성남상담소는 성남, 광주, 하남, 가평 등 지역의 10개 학교 4,832명을 대상으로 예비직장인 교육을 실시했다. 지난해 전체 교육 인원이 15,950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성남상담소에서 교육한 인원이 30%를 넘는다는 의미다. 올해 교육 인원 목표는 이보다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상담요원이 2명에서 1명으로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유영미 부장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조합원들이나 신규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한 교육 사업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궁금한 것이 많고 여러 가지 도움을 줄 게 많은 신규 조직의 경우 지역지부 등과 함께 사업장을 방문하는 노동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으로 여력이 닿는 대로 교육 사업의 비중을 점점 더 늘릴 예정이다.

관건은 결국 지역상담소의 인력부족 문제다. 한 가지 덧붙여 유 부장은 상담소의 전문 인력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부분에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자긍심을 갖고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는 상담요원의 사기를 진작하는 의미에서라도 임금 부분에서 최소한 지금보다는 한층 처우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앞으로 성남상담소가 전국에서 가장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는 지역상담소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