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회화전문강사 정년보장 어디 가고 줄줄이 해고
영어회화전문강사 정년보장 어디 가고 줄줄이 해고
  • 이가람 기자
  • 승인 2013.07.0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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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안정 대책 마련 촉구
다시 채용돼도 4년 뒤 마찬가지

▲ 4일 오후 2시 공공운수노조 학교비정규직본부가 개최한 ‘영어회화전문강사 1기 526명 전원 해고 교육부 및 청와대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가람 기자 grlee@laborplus.co.kr
“우리나라 국민인데 외국인인 원어민 강사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

영어회화전문강사 1기로 2009년 9월부터 4년간 전북의 공립학교에서 근무해온 문은성 씨의 얘기다. 문은성 씨를 포함한 영어회화전문강사 1기 526명은 지난달부터 각 시도교육청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고 있다. 교육부는 이들을 채용할 당시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만 62세까지 정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에 반발한 공공운수노조 학교비정규직본부는 4일 오후 2시 서울 세종로 교육부 정문에서 ‘영어회화전문강사 1기 526명 전원 해고 교육부 및 청와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영어회화전문강사의 고용안정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학교비정규직본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16일, 2013년 중에 영어회화전문강사를 현 6,104명에서 추가로 2,300명을 더 선발하기로 했다. 또한 4년간 근무하면 심사를 통해 동일 학교에서 4년을 연장하여 기간제 근로계약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내놓겠다고도 했다. 교육부가 영어회화전문강사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8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검토했던 것이다.

하지만 교원단체가 반대하고 법제처가 비정규직 무기계약직화 취지에 부합하도록 재검토를 요구한다는 등의 이유로 교육부는 개정안을 내놓지 않았다.

또 지난달 10일 교육부가 영어회화전문강사 업무편람을 4년 이후 무기계약직 전환이 아닌 신규채용으로 진행하겠다고 변경한 것을 두고 학교비정규직본부는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만일 신규채용으로 문은성 씨가 다시 영어회화전문강사가 된다면 4년 뒤에도 지금의 상황을 반복하게 된다.

▲ 해고 위기의 영어회화전문강사 1기 문은성 씨가 영어회화전문강사의 실태를 말하면서 울먹이고 있다. ⓒ 이가람 기자 grlee@laborplus.co.kr
문은성 씨는 “교사의 임무를 다하라고 위에서 말씀하시면서도 정작 상여금 같은 혜택에서는 제외되는 애매한 신분”이었다며 “열심히 한 만큼 인정받지 못하고 해고되는 것이 슬프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문은성 씨는 학교 내부에서는 자신을 다시 채용하기를 바라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채용 과정에서 자신을 선발할 확실한 방침이 없기 때문에 재채용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토로했다.

학교비정규직본부는 ▲ 1기 영어회화전문강사 우선선발제도 또는 제한경쟁 선발제도 실시 ▲ 경력과 선발시험 통과에 대한 가산점 부여 ▲ 탈락한 영어회화전문강사 재배치 실시 대책 수립을 정부에 요구했다.

학교비정규직본부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로 이동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낭독했다. 이후 이들은 청와대에 서한을 전달하고, 교육부와 면담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