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3년, 지난 임기 못지않게 험난한 길 예상된다
앞으로 3년, 지난 임기 못지않게 험난한 길 예상된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3.07.0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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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열기 뜨거운 LH노조에서 보기드문 재선 집행부
현실은 암울…새로운 비전 위해 노조 역할 다하겠다
[인터뷰 1] 박해철 LH노동조합 위원장

지난 5월 29일 치러진 한국노총 공공산업노련 LH노동조합 제11대 임원 선거에서 10대 집행부를 지낸 박해철-박만수 후보조가 조합원 60.1%의 지지를 이끌어내며 재선에 성공했다. 11대 집행부의 임기는 7월 1일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된다.

통합 이전 과거 토공노조의 전통부터 거슬러 올라가 보더라도 재선 집행부가 드물었던 점을 고려할 때 박해철 위원장은 “조합원들의 지지에 고마운 마음이 드는 한편, 막중한 책임감도 느낀다”고 밝혔다. 새로운 3년 임기를 앞두고 있는 박 위원장의 각오와 지난 3년에 대한 소회를 들어보았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대대로 집행부 구성에 조합원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 선출직 두 명을 제외하고는 전체 인원이 바뀔 예정이다. 임원 선거에 대한 열기도 뜨겁지만, 조합원들이 노조 상근간부 활동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막상 일을 하게 되면 이게 결코 편하고 좋은 일만은 아닐 텐데 말이다(웃음). 사실 기존의 간부들과 일을 하게 되면 연임하게 되는 입장에서는 매우 편하고 좋은 게 사실이다. 서로 호흡도 맞고 눈치로 상황을 공유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런 조직 분위기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토공노조 시절을 감안해도 재선 집행부가 딱 한 번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기존에는 보통 임원 선거를 치를 때 3, 4팀 씩 선거에 나오는 대단히 치열한 조직문화였다. 이번 선거에는 두 팀이 출마해 경선을 치렀다. 이런 현상만 보더라도 지난 3년이 그랬듯이 앞으로 3년 역시 공사와 노동조합을 둘러싼 내외의 상황이 결코 녹록치만은 않다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예상되는 난관은? 조합원들의 표심이 이와 관련해 움직였다고 보는가?

“LH공사를 둘러싼 모든 문제는 근본적으로 공사가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138조 원의 부채다. 앞으로 공사를 지속가능한 조직으로 만드는 것, 그리고 구성원들에게 비전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어 가는 것에는 정말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더욱이 지금 정부 차원에서도 공사의 과다한 부채가 쟁점화 돼 있다. 박근혜 정부 역시 공기업의 부채와 관련해서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해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선을 시도한다는 것은 사실상 지난 3년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는 의미 아닌가. 조합원들 정서 자체가 재선이라는 것을 탐탁찮게 생각하는 상황 속에서 지난 3년간의 임기를 돌이켜 보면 급여를 딱히 올려놓은 것도 아니고, 복지후생을 끌어올린 것도 아니었다. 다만 노동조합의 자존심을 세우고 지켜왔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은 거 같다. 특히 복수노조 상황에서, 또 이지송 전임 사장과 같은 사용자 앞에서 대등한 입장으로 활동해 왔다는 점이 좋게 보인 것으로 보인다.

선거를 치르는 와중에는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선거운동 기간에 25번의 지역 합동유세를 치렀는데, 상대 후보 측에서 매번 지난 3년 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노조 상근간부를 지난 2001년부터 시작했는데, 위원장 임기 3년은 물론, 노조 활동을 12년 동안 하면서 도대체 무얼 했냐는 것이다. 물론 선거전략 차원에서 비판을 한 것이겠지만, 나 자신에 대한 비난은 그렇다 쳐도, 지도부만 바라보며 함께 열심히 일한 상근 간부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노사관계를 만들어나갈 핵심 파트너로서 신임 이재영 사장은 어떻게 보고 있나?

“우선 덕담부터 나누자면(웃음) 신임 이재영 사장은 합리적이고 무엇보다 매사 직원들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하는 경영자라고 생각된다. 또한 형식이나 권위주의적인 면모도 없는 것 같다. 실무적으로도 정통 관료 출신이니 독선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밀어붙이는 타입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아무래도 국토부 출신이다 보니까 정부나 청와대 등 윗선의 오더에 소신껏 대응할 수 있느냐는 부분이다. 공사의 손익이나 미래상과 연결해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정부 정책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결국 그렇게 됐을 때 이 조직은 더욱 암울한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LH노조뿐만 아니라 연맹 차원에서도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에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좀 더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하고 있다. 지금처럼 정부 주도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구조가 아닌, 소신껏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이들을 사장으로 선임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지난 MB정부 시절 보금자리주택 사업만 하더라도 12조5천억 원의 부채가 증가하는 데 한몫했다. 현 정부의 행복주택 계획도 재탕이 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만약에 경영자의 판단에 따라서 발생하는 손실을 책임져야 한다면 공사 사장들도 소신 경영을 할 것이다. 이 책임을 누구한테 물을 것인가? MB인가, 국토부인가, 전임 사장인가? 당시 책임자는 지금 다 도망가고 없다. 결국 우리 직원들이 무리한 정부정책 사업에 대한 부채를 감내해야 한다. 노동조합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견제감시 역할을 해야 한다.”

복수노조 상황에서 양 노조의 관계에 대한 그림은 어떻게 그리고 있나?

“임금이나 복지, 후생은 양 노조의 구분이 필요 없다. 공통 사안은 함께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신임 사장 선임과 관련된 현안도 양 노조가 공동으로 대응해 왔다. 그런 맥락에서 7월 중순 경에 양 노조의 상근간부 워크숍을 1박 2일 간 가질 예정이다.

또 한편으로 앞으로 공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양 노조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통합 이후 4년 가까이 지나면서 사실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이 대부분 오픈된 상태라고 생각한다. 이제 문제를 풀어내는 일이 남았다. 양 노조가 논의를 통해 설득해 내고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특히나 막대한 부채로 인해 조직의 비전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과 아이템을 제시할 수 있는 것도 양 노조의 공동 논의 활동에서 비롯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과거처럼 토공은 토공 나름대로의 강점이 있고, 주공은 주공 나름대로의 잘 하는 분야가 있다. 이와 같은 장점을 특화시키면서 그야말로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살리는 길을 본격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