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의 노사문화? 아직 멀었다!
상생의 노사문화? 아직 멀었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3.07.09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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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 대립 감안해도 너무 다른 시각
갈등 책임, 서로 ‘네 탓이오’
[창간특집 1] 노와 사, 함께 가는 동반자 ① 노사문화 진단

‘노와 사는 함께 가는 동반자’라는 말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표현이다. 하지만 말처럼 정말로 노사가 동반자 관계인지에 대해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말로는 동반자라고 외치면서 서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당사자들과 노사관계를 연구하는 학자에게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상생의 노사문화, 어디까지 왔나?

<참여와혁신>은 노사 당사자들에게 미리 준비된 질문지를 제시하고 그에 대한 서면답변을 듣는 형태로 의견을 구했다. 남용우 한국경총 노사대책본부장, 박금자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위원장, 박조수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양성윤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장, 이병균 한국노총 부위원장, 이정식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 이형준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가나다 순)이 답변에 응했다.

답변에 응한 이들이 많지 않아 통계를 내더라도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런 의견들이 있다는 점을 참고한다면 향후 노사문화를 개선하는 데 시사점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 여겨 답변을 공개한다.

1. 귀하는 전반적으로 한국사회의 노사문화가 어떠하다고 생각하십니까?
① 매우 협력적이다 ② 협력적인 편이다 ③ 보통이다
④ 갈등적인 편이다 ⑤ 매우 갈등적이다

2. 갈등적이라면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1번 문항에 ④, ⑤번으로 답한 경우)

3. 향후 5년간 노사문화는 어떠하리라고 보십니까?
① 매우 협력적으로 변할 것이다
② 다소 협력적인 방향으로 변할 것이다
③ 보통이다
④ 다소 갈등적인 방향으로 변할 것이다
⑤ 매우 갈등적으로 변할 것이다
이유 :

4. 상생의 노사문화 정립을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해결과제 :
이유 :

5. 상생의 노사문화 정립을 위해 노사정 각 주체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노 :
사 :
정 :

이번 질문지에서는 현재 우리나라의 노사문화가 협력적인지 혹은 갈등적인지에 대해서 의견을 듣고 이른바 상생의 노사문화를 정립하기 위한 방안을 듣고자 했다.

노사문화 신중한 접근 필요

가장 먼저 현재 우리나라의 노사문화가 어떻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협력적이라고 응답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모두가 갈등적이라고 답했고 특히 두 명은 매우 갈등적이라고 답했다. 그만큼 현재 우리나라의 노사문화는 대립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응답 결과는 노사문화의 현재 상태를 반영하고 있다고 봐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이라 보인다.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상생의 노사문화 정립’이 우리나라 노사문화의 핵심적인 지향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아직까지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 노사문화가 대립적인 양상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인식하고 있을까? 두 번째 물음은 이 같은 원인을 묻는 질문이었다.

우선 응답자 중 한 명은 이 질문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노사의 관계는 때로는 협력할 수도 있지만, 서로 대립하는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만큼 기본적으로 갈등관계에 놓여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갈등관계를 보이고 있는 노사문화는 특별한 문제라기보다 일상적인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관건은 갈등관계가 전혀 없는 노사문화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갈등관계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갈등의 원인을 어떻게 관리하고 해소할 것인지가 문제의 핵심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문제에 대한 응답자들의 답변에는 경청해야 할 지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들은 각자의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답변을 내놓고 있다.

우선 신중하게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했던 응답자는 “갈등관계의 이유를 한마디로 답하기에는 복잡하다”면서도 “기업은 경쟁력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경쟁력을 추구하다 보면 비용절감이나 혹은 구조조정 같은 갈등적 요소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생존을 위해 경쟁력을 추구하다 보면 기업은 노동자에게 희생을 요구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결국 노사가 서로 갈등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생존을 추구하는 기업의 전략이나 안정적인 고용관계를 추구하는 노동자 어느 한 쪽에 책임을 지우기보다는, 갈등관계의 기본적인 구조가 그렇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응답자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면서도 노사간의 관계가 ‘기본적으로 갈등관계에 놓여 있다’고 보는 것이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갈등 원인 놓고도 시각차

응답자 중 두 명의 응답자는 이 질문에 대해 ‘경영계의 지나친 이윤추구’라는 답변을 내놨다. 노사가 협력할 수 있으려면 서로가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수적이라 할 것인데, 경영계가 ‘지나치게’ 이윤만을 추구하면서 노동자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노사가 서로 대립할 수밖에 없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노사문화가 대립적인 갈등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은 사용자의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두 명의 응답자와 유사하게 ‘정부와 경영계의 노동조합 불인정 또는 배제 전략’을 갈등관계의 원인으로 지적한 응답자도 있었다. 이 응답자는 특히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의 노동 배제적인 각종 정책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기업에서는 현재까지 변함없이 무노조경영 방침을 고수하고 있고,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업의 사용자는 노동조합에 대해 심지어 적대적인 인식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인식의 바탕에는 노와 사가 파트너십을 가지고 동반자 관계를 형성해 가는 것보다는 사용자의 지시에 노동자는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전근대적인 노사관이 놓여 있다.

지난해 일어났던 SJM 폭력사태는 이 같이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데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노사관계를 종종 파탄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는 점이다. 대구의 KEC나 아산과 영동에 위치한 유성기업, 5개 발전자회사 등에서도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민간기업에서뿐만 아니라 정부가 사용자인 공무원노사관계에 있어서도 이 같은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공무원노동조합들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노동조합이다. 하지만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고용노동부로부터 설립신고증을 받지 못한 ‘법외노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설립신고증을 교부하지 않고 있는 것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공무원이 아닌 자가 포함돼 있어, 공무원노조특별법에서 정하고 있는 조합원의 자격에 위배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법에서 정한 조합원 자격을 갖지 못한 이들을 조합원에서 배제하기로 대의원대회에서 정한 후 다시 설립신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또 다른 이유를 들어 설립신고증을 교부하지 않았다. 지난 정부에서 세 번 설립신고가 반려된 데 이어, 현 정부에서도 여전히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로부터 미루어 보건대, 법이 정한 조합원 자격을 갖지 못하는 해직자를 이유로 고용노동부가 설립신고증을 교부하지 않는 것은, 결국 공무원노동조합 또는 적어도 그 일부에 대해서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살 만하다.

이상의 사례에서 보이듯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용자와 노동 배제적인 정부가 노사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 응답자는 이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시스템·사회적 인식 지적하기도

이 같은 응답과는 달리 노사가 갈등을 빚는 이유를 시스템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한 응답자는 ‘갈등을 조정할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갈등의 원인으로 꼽았다. 노사관계의 특성상 이해관계가 대립적일 수밖에 없는 노사의 갈등은 양자의 대화를 통한 합의가 아니라면 제3자에 의해 조정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제3자라면 정부를 우선 떠올릴 수 있겠으나, 노사관계에서는 정부에 대한 노사 양측의 불신과 불만이 팽배해 있다. 노동자는 사용자 쪽에 치우친 조정이라는 점이 불만이고, 사용자는 원칙을 지키지 못한다는 점에서 불만을 나타낸다.

노와 사가 모두 정부의 조정에 대해 불만을 제기할 뿐만 아니라 믿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다. 결국 노사간에 갈등이 발생하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몇 년씩 걸려서 법원의 판단을 구하고 있다. 노사관계의 기본적인 조정을 담당하는 노동위원회까지 포함하면 노사 갈등은 대부분 5심까지 가서야 결론 나기 일쑤다. 그 기간만 해도 보통 수년씩 걸린다.

노동계의 책임을 강조한 응답자도 있다. 이 응답자는 노동계의 기득권 유지 또는 강화를 위한 무분별한 요구 증대와 그에 대한 기업의 수세적 대응, 그리고 정부의 정책 수립과 집행에서의 균형 상실과 지나친 노동계 눈치 보기를 갈등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 응답자는 또 사회 전반의 인식이 노동계 편향적으로 경직돼 있고, 이에 편승하려는 무임승차 식 행태도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노사정 모두를 언급하고 있지만, 실상 노동계의 책임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응답자 역시 노동계의 문제점과 함께 비전의 부재와 산업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법질서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다른 응답자들이 갈등적 노사문화의 원인을 사용자와 정부 쪽 요인에서 주로 찾고 있는 반면, 이 두 응답자는 적어도 노동계 역시 중요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마지막 응답자의 시각은 사회 전반적인 경향에 꽂혀 있다. 그는 신자유주의가 만연해 ‘갑’의 횡포가 극심한데, 이를 통제해야 할 국가권력은 오히려 횡포를 방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인을 찾았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노사문화는 그 주된 책임이 어디에 있든 갈등적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음은 분명하다. 문제는 갈등적인 양상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노사가 서로 상대방에게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서로 싸우면서 그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격이다. 심판에 대한 불만은 노사 양 당사자가 공히 지적하고 있는데, 주목되는 것은 심판이 서로 상대방 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비판한다는 점이다.

노사의 입장이 이처럼 서로 다른 상황에서 상생의 노사문화를 외친들 과연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