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참은 파업, 합법·불법으로 나누지 말라
10년 참은 파업, 합법·불법으로 나누지 말라
  • 이가람 기자
  • 승인 2013.08.0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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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6,800명 중 6,000명 비정규직인 인천공항
공항공사가 진정성 있게 판단해주길
[인터뷰 4] 조성덕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장

세계 최고 공항 인천공항에 근무하는 노동자 6,800여 명 중 6,000명가량이 비정규직이라면 믿겠는가. 인천공항에서 10년 넘게 보안검색 업무를 맡아온 조성덕 인천공항지역지부장은 근속수당이 없다. 교통비도 정규직이 45만 원을 받을 때 비정규직이라 18만 원만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처우를 개선하고자 지부는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다. 그리고 7월 8일 지부는 행정지도 판정을 받았다.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공항에서 노사가 이런 문제로 불미스럽게 조정을 하게 됐다’는 의장의 이야기와 함께. 이러한 상황에 처한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조성덕 인천공항지역지부장을 통해 들어보았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요구사항은 무엇인가?

“불법파견이지만 지금 당장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하는 건 아니다. 인천공항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평균 근속년수가 작년 기준 7.4년이다. 거기에 대한 근속수당을 신설하라고 요구하는 거다.

교통비의 경우 정규직 노동자들은 45만 원인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8만 원이다. 교통비를 책정할 때, 비정규직은 인천 북부인 계양구에서 출퇴근하는 일반 버스를 기준으로, 정규직은 서울역에서 리무진 버스를 타고 다니는 요금을 기준으로 책정했다.

정규직은 서울에서만 다니고 비정규직은 인천 북부에서만 살아야 한다는 건가. 다른 것도 아닌 교통비는 차이가 없어야 한다. 식대도 마찬가지로, 지금 8만 원대인데 이것을 16만 원으로 인상해달라는 것이다.

공항공사에서 이미 근속수당과 교통비를 적용해서 계산기를 두들겨 봤다. 6천 명 적용하면 1,500억 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공항공사는 이렇게나 많이 들어간다는 거지만, 역으로 그만큼 줘야할 것을 그동안 안 준 거다.

공항공사가 해줄 수 있다. 쟁의행위 찬반 투표 때 인력이 빠지자, 대체인력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우리는 작업복과 조끼가 한 번 지급되면 2~3년씩 입는다. 중간에 더러워지거나 찢어져 업체에 교체 요구를 해도 공항공사가 피복비까지 관리하고 있어 안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대체인력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전부 다 옷까지 새로 맞춰줬다.

우리 업무를 하루 이틀 교육해서 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공항공사의 오만이다. 절대로 못한다. 일반인에게 지도를 주고 공항 내 어디를 찾아가 보라고 하면 못 찾아간다. 우리 업무는 단순업무가 아니다. 정부가 인정하는 필수 직무가 다수다. 공항공사도 업체 변경하면서 노동자의 고용승계가 되기를 원한다. 대체인력이 들어온 것은 보여주기 위한 쇼였다.”

인천지노위가 판정한 행정지도에 대해 설명해 달라.

“인천지노위가 정치적 판단을 했다. 한 개 업체에 대해서만 조정중지를 판정하고 나머지는 행정지도 판정을 했다. 조정중지를 판정한 부분이 특수경비 부분이다. 특수경비업법 상으로 파업이나 쟁의를 할 수 없는 단위만 조정중지를 하고 다른 단위는 다 행정지도를 내렸다.

행정지도의 이유가 창구단일화 절차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미 창구단일화를 거친 업체가 많다. 또 2011년에 노동부에서 만든 매뉴얼에는 ‘명백한 단일노조일 경우 창구단일화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있다. 분명히 단일노조임에도 행정지도를 판정한 것은 ‘대한민국 관문인 공항에서는 파업 못 한다’는 것밖에 안 된다. 절차가 잘못됐다면 사전조사 때 대상이 아니라고 얘기했어야 한다.

2차 조정회의 때 ‘빨리 행정지도 때리고 끝내버리지 왜 질질 끄느냐’는 내용의 전화가 의장한테 왔었는데 옆에서 들렸다고 노동자위원이 알려주더라. 결과적으로 다른 데서 압력이 들어왔다는 거다. 창구단일화 문제가 아니더라도 행정지도가 내려질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지금 우리는 창구단일화 절차를 밟고 있다. 다시 업체에 교섭요구를 했고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교섭요구사실공고를 하지 않는 회사들을 노동부에 고발할 예정이다.”

이후 쟁의행위 계획을 설명해 달라.

“쟁의에 관해 여러 상황을 준비하고 있다. 파업에 돌입하면 대체인력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에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공항 노동자에 맞는 노래를 만들었고 플래시몹도 준비 중이다. 공항에서 근무 중에 잠깐 나와서 하는 플래시몹을 하려고 한다.

지금 당장이라도 파업을 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최대한 법을 지키기 위해서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치고 있다. 지노위에서 말하는 문제점을 고쳐서 다시 갔을 때 어떤 핑계를 댈까. 다른 핑계를 댄다면 이유가 없는 거다.

항공사나 정부가 진정성 있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세계 1등 공항을 누가 만들었나. 공항공사 관리자 몇 명이 만든 건가. 현장에서 만든 거 아닌가.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 그동안 10여 년이나 참아왔는데 파업이 합법이냐 불법이냐 하는 논의로 양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공항에서는 그런 싸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선전전을 한 이후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단위로부터 전화가 온다. ‘당신들 잘하고 있는 것 같다. 노조가 없어 같이 못하지만 내부에서 얘기를 해보겠다.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투쟁지원금을 보내주는 단위들이 꽤 있다. 그래서 이렇게 싸우고 있다. 이것이 우리만의 싸움이 아니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표해서 우리가 싸우고 있다는 생각으로 정당성 있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