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노조 위원장에게, 알바란?
알바노조 위원장에게, 알바란?
  • 김현정 기자
  • 승인 2013.09.03 11:17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귀는 안 닫았지만 근본문제 접근 못해
“알바노동자 전체의 삶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
[기획인터뷰 3]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

‘알바 뛰는 장관님’이 떴다. 지난 8월 13일 오후,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신촌에 있는 커피전문점을 방문해 ‘알바노동’을 직접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5분간의 짧은 ‘알바’였다. 사진을 찍기 위한 퍼포먼스인지, 정말로 알바노동을 이해하기 위한 움직임인지 아직은 명확히 알 수 없다.

그 때 신촌에는 진짜로 알바 뛰는 위원장도 있었다. 얼마 전 정식 설립신고증을 받은 구교현 아르바이트노동조합(이하 알바노조) 위원장이다. 신촌에서의 시끌시끌한 시간을 뒤로 하고, 홍대 인근 알바노조 사무실에서 구교현 위원장을 만났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알바 현실은 여전히 제자리

아침에는 기자회견, 아까는 신촌. 하루 종일 바쁜 것 같다.

“방학 때고, 알바 문제가 언론에 나고 하니까 갈 곳도 많다. 아르바이트 중개 사이트들도 문제가 많아서 아침에 기자회견을 했고, 신촌에서는 장관이 참여한 캠페인 가고. 캠페인도 보여주기에 가깝지만 무조건 욕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알바 문제에 대해 정부가 아주 눈과 귀를 닫은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화를 하자고 요구하는 것이다.”

알바노조와 본인에 대한 소개를 한다면.

“알바연대라는 배경이 있는데, 상반기에는 최저임금 1만 원이나 알바 현실 개선에 대한 얘기를 해왔다. 실태조사, 노동부 진정 같은 활동도 했지만 문제점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진 못하고 현실은 제자리걸음이다. 이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새로운 수단을 가져보자. 알바노동자들이 지금은 개별적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하나의 집단적 힘으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노동 3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나도 알바연대에서 집행위원장 활동을 해왔지만, 이번에 노조 만들면서 근본적으로 노동문제를 해결하자는 생각으로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기본적 방향은 알바연대와 같고 법적인 문제는 주로 노조에서 맡게 된다. 알바연대는 최저임금 1만 원, 이런 운동을 계속 할 것이고, 노조는 근로환경과 (노동)문제에 대한 발언을 하게 될 것이다.”

조합원 자격은 어떻게 되나?

“특별히 규정하지 않고 있다. 직종, 나이 상관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물론 가입하시는 분들은 공통적으로 근로기준법상 단시간 근로자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 계약은 1년 미만.”

그럼 알바가 아니라 정규직, 무기계약직 등으로 취업한다고 자격이 상실되는 것은 아니겠다.

“그렇다. 알바라는 게 쭉 이어지지 않고, 했다 안 했다 이런 패턴이기 때문에 지금이든 앞으로든 내가 하는 일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취업을 하더라도 알바노조의 취지에 공감한다면 계속 활동 가능하다. 알바라는 건 하나의 사회적 개념이다. 법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정도의 구분이 있고, 알바는 법에 따라 보면 정규직 형태일수도 있다. 정규직이지만 실질적 조건이 알바노동에 해당할 수도 있다. 어디서 어떤 일을 하건, 알바노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함께 하면 된다.”

조합비도 책정되어 있나?

“4,860원이다. 본인이 일하는 시간 중 한 시간 정도의 임금을 조합비로 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상징적으로 최저임금을 조합비로 정했다.”

사장님과 알바, 상생할 수 있어야

현재 가입자 수는?

“많지는 않다. 처음에 알바연대 소속 10명 정도를 구성원으로 해서 노조 설립신고를 했다. 일부러 다양하게 구성했다. 과외 노동자처럼, 임금을 현금으로 주고받으니까 기록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경우도 있고, 구직자인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로 구성해서 신고를 했는데 이런 조건도 노조로 인정받았다.”

출범에도 의미가 있지만 일단은 규모를 키울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방안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일단 개별적 측면에서 사장님과 알바들 간에 권리를 확립하는 현장에서의 기획된 저항이 필요하다. 파업도 하고 단체행동으로 권리 찾고 교섭 요구하고. 우리가 이렇게 했더니 권리를 보장받았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새로운 활동으로 알바들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알바 전체의 고용조건을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집단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나 아르바이트 중개 사이트 같은 곳의 행태를 고쳐나가는 사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해봐야 아는 거고, 이렇게 하면 조합원이 늘 거라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어쩌면 10년이 지나도 조합원이 300명 정도에 머무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알바노조가 필요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의 부족함 때문일 거다.”

알바노조가 자리를 잡고, 규모가 커지기는 어려울 거라고 보는 사람도 많다. 단적으로 ‘거기 가입한 사람을 누가 알바로 쓰겠나?’라는 얘기다.

“사실 모든 노조가 갖고 있는 우려다. 상식 수준에서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알바를 고용하는 사장님들의 불만은 ‘애들이 무책임하다’는 거다. 나온다고 했다가 안 나오고, 좀 힘들면 때려치우고. 이렇다는 건데 우리가 볼 때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알바노동자들에게 소속감을 줄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 인격적 대우가 필요하다. 사장님도 열심히 일하는 알바를 필요로 하고 알바들도 좋은 사장님이 필요하니까 서로의 이해가 맞물리는 지점이 있다.

예를 들면 홍대 같은 곳, 지역 상인회와 알바노조가 협약을 맺어서 상생하는 거다. 알바를 쓰는 곳은 대부분 서비스업이라 일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밥 먹으러 식당에만 가도 느끼지 않나.

알바를 쓰는 건 자영업자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OECD평균의 두 배 정도 된다. 이분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법을 지키고 제살 깎아먹는 경쟁을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프랜차이즈 점주들이 가맹사업법 개정 운동을 펼칠 때, 우리가 함께 해서 같이 살 수 있는 변화를 만들자는 말이다.”

계약서 쓸 시간도 없는 일터

본인도 아르바이트를 계속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간 거친 알바는?

“택배 상하차 일도 오래 했고, 인권교육 강사로도 나갔고, 지금은 패스트푸드점에서 파트타임으로 배달하고 있다. 아무튼 돈이 되는 일, 할 수 있는 일들을 닥치는 대로 해왔다.

알바를 계속 하는 건 의식적 선택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좋은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특별히 자격증이 많은 것도 아니다. 나이도 30대 중반이다. 이런 상황에 있는 수많은 남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계약직으로 들어가는 정도겠지. 계약직은 알바랑 다를 것도 없다. 결론적으로 내가 알바노조 위원장, 이런 일 다 안 하고 먹고 살기 위해서만 일한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일하고 살아가야 한다.”

불합리한 일들도 직접 겪은 적이 많겠다.

“근로계약서부터 시작해서 불합리한 점에 대해서 나조차도 제대로 항의할 여건이 안 되더라. 물리적 시간도 없고 계속 바쁘게 돌아가고 잊게 되고, 현재의 일에 집중하게 되고. 나도 그런 상황 속에서 비슷했다. 연장근로수당 이런 건 전혀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택배 일은 월급으로 150~160만 원, 이렇게 되는데, 내가 실제로 얼마나 일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냥 주는 대로 받는 거지. 그래서 현장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수단도 필요하고, 사회 전반적으로도 필요하고.

패스트푸드점 같은 경우엔 정말 주변 사람들과 말을 섞는다든가 생각한다거나 할 여유가 없다. 패스트푸드의 장점은 고객에게 같은 품질의 상품을 빠르게 제공한다는 것인데, 그 구조는 알바노동자가 노는 꼴을 허용하지 않는다. 지금 하는 배달 일도 근로계약서를 바로 못 쓰고 일부터 시작했다. 나나 매니저나 바쁘고 며칠 일하다가 잠깐 짬 있을 때 ‘계약서 씁시다’ 이렇게 된다. 이런 패턴으로 알바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그렇게 일하는 사람들은 아무 생각도 못하게 된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안정적인 알바를 꿈꾼다

장기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알바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시대'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본의 ‘프리터’를 보는 것처럼. 이런 우려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크게 봐야 할 문제가, 대한민국 노동시장이 갈수록 유연화 될 거라는 부분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현실적으로 그렇다. 세계적으로 경제 위기가 지속되는 이 시점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형태의 정규직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아마 시간제 일자리 형태가 많이 늘어날 거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최소한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시급을 올리자는 주장도 결국 거기에 맞닿아 있다.

네덜란드 같은 나라들은 시간제 일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훨씬 시급이 높다고 하는데, 그건 당연하다. 정규직들은 수당도 있고 급여도 계속 올라가지만 비정규직은 시급만 딱 받으니까 시급을 높여줘야 균형이 맞는다. 알바노동이 보편적인 하나의 노동 형태가 되면, 제도적으로 이걸 어떻게 안을지 고민해야 한다.

비정규직도 계약직도 사실상 근로조건은 알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받는 돈이 130만 원도 안되고, 4대 보험 가입률이 20%도 안 되고.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사람들은 근로시간도 엄청나게 길다. 시키는 일 다 하고 안 시키는 일도 다 하니까. 그러면 시급이 최저임금에 못 미칠 수도 있다. 그 사람들은 정규직들한테 잘 보여서 정규직 되는 게 꿈이니까. 그런데 구조조정 하면 제일 먼저 잘리고, 거의 뭐 알바 수준이다.

이렇게 따지면 알바노동의 범위는 엄청나게 넓어진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대처 수준이 달라져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열심히 해서 좋은 데 취직하면 되지 않나’ 그러는데, 요새는 어마어마한 스펙을 쌓지 않는 이상 어렵다. 일부는 물론 대기업 가고 공무원 되지만 대다수 사람들의 노동조건은 그게 아니다. 당연히 이쪽이 사회 이슈로 주목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알바노조의 목표는 ‘알바’ 자체를 안정적 일자리로 만드는 것인가?

“그렇다. 그렇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알바노동의 조건을 법 위에 올려놓는 것이 우선이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는 수준이라도 된 후에 법 개정이든 시급 상승이든 다른 문제들을 고쳐야 한다. 법만 지키면 된다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그것조차도 지키지 않으니까.”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함께 하자

현재 상급단체가 없는데, 앞으로도 독자노선을 걷는 건가?

“그렇다. 당분간은. 일단 최저임금 문제는 같이 풀 여지가 크다고 본다. 최저임금 노사협상에 한국노총, 민주노총이 들어가는데 노동계 대표 중에 알바노동자도 포함돼야 한다. 매년 나오는 최저임금 요구안도 현실을 반영한 수준으로 가야 한다. (현재 시급에서) 20% 인상해도 5,970원인데, 그 정도로는 실제 생활을 해결할 수준이 안 된다.

또 한 가지, 양 노총은 조합원들이 수십만 명 되니까 우리를 알리고 소개할 수 있다는 점. 알바노조의 가장 큰 어려움 중의 하나는 노조라는 존재가 있는지조차 사람들이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라는 거다. 양 노총 조합원들 중에 자녀가 알바 하는 경우도 많을 거고.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의 조직화 프로젝트를 할 때도 특정 사업장만 대상으로 하지 말고 한 동네의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를 조직해볼 수 있다. 이런 걸 같이 해야 한다. 알바노조 혼자만으로는 할 수 없다. 양 노총의 반응은 아직 모르겠다.”

마지막 질문이다. 구교현 위원장에게 ‘알바’란?

“현재로는 내 생계수단이다. 생계수단이기도 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여러 가지 의미의 생계수단이다. 아, 지금까지 인터뷰 질문하고는 달리 이건 좀 고민된다. 음, ‘알바’는 24시간 중 내 입으로 제일 많이 내뱉는 단어다. 그렇게 말하면 될 것 같다. 알바노동을 통해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기여하고 싶고. 그런 점에서 내 삶의 전반을 채우고 있는 것이 ‘알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