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 실력 안 된다고 폐기할 건가?
사회적 대화 실력 안 된다고 폐기할 건가?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3.09.0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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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합리적이어야 한다 … 사회적 대화로 개선해야
합의한 건 이행해야 … 이행 점검 결과 공개한다
[기획인터뷰 1]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참여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냈던 김대환 전 장관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으로 복귀했다. 현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산적해 있는 노동현안을 풀어가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만큼, 사회적 대화기구의 수장으로서의 김대환 위원장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동부 장관 시절 김대환 위원장은 어떤 압박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는 강경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과연 김대환 위원장은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

법과 원칙 기본 돼야 소통 가능

참여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으로 있을 때 법과 원칙을 강조했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화기구인 노사정위원회의 수장으로서의 역할과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부분만 단편적으로 본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노동부 장관이 되기 십 수 년 전, 한국노총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 있고 신생노조들이 생겨날 즈음, 한국노총에서 내부적 자성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즈음이다. 한국노총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쓰기도 했기 때문에 내부 개혁을 도와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법과 원칙을 강조한 것은 노동부 장관 시절에 처음 한 게 아니고 한국노총 내부 개혁을 얘기하면서부터 시작했다. 내셔널센터로서 기본적으로 법을 준수하고, 만약 법 자체가 미흡하다고 생각된다면 법을 개정하는 형태로 운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개혁을 한다면 노동단체도 원칙과 원리에 입각한 그런 조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노동부에서 행정 책임을 맡기 전 한국노총 자문위원 활동이나 노사정위원회 출범 초기에 관여할 때, 공익위원으로 참여했던 당시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법과 원칙의 준수를 이야기했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노사관계에 있어서는 법과 원칙의 틀이 지켜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야말로 행정력의 낭비다. 과거 현장에서 노동문제가 터지면 우선 나가서 불을 끄는 소방수 역할을 해야 했다. 이런 데서 벗어나 법과 원칙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경향으로 이끌어나가야 한다. 여기서 비축된 행정력을 일자리와 고용 문제로 집중해야 한다. 노동부 장관으로 있을 적에 행정의 기본 방향을 그렇게 설정하고 노력을 기울였다. 7년 정도 지난 시점에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역량이 일자리·고용 부분으로 옮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 과정에 작은 징검다리 역할을 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법과 원칙을 지켜가기 위해선 법 자체가 우선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항상 강조했던 게 법에 문제가 있으면 개선을 하자는 거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사회적 대화다. 법과 원칙은 어느 사회나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고, 이 바탕 위에 노동사회를 보다 발전시키고 이끌어나가기 위해선 노사정 사이의 소통과 대화가 굉장히 중요하다. 노사정위원회의 역할은 이 사회적 대화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워낙 소통과 신뢰의 문화가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예상했었다. 이 어려움은 어느 일방의 탓이 아니라 상황에서,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 소통의 장을 만드는 데 역점을 두려고 하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소통 부재를 언급했는데, 현재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불참하고 있는 부분은 얘기가 빠질 수 없을 것 같다. 이 부분을 어떻게 풀어갈 생각인가?

“노사정위라는 조직 차원의 딜레마일 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소통 문제라든지 이상적인 사회적 대화 체제를 구축하고 발전시키는 데 상당히 딜레마라고 생각한다. 오래 전부터 얘기해 왔지만 결국 노사정위라는 틀은 노동계를 위한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다.

역사를 보더라도 국가 정책의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배제돼 왔던 노동계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동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것을 활용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현실을 보면 한 번 불참한 것을 쉽사리 되돌리기 어려운 구조이다. 그렇다하더라도 소통과 대화는 필요하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 체제는 부정하고, 이와는 다른 틀을 주장한다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발상이다. 어떤 특정 조직이나 어떤 특정 이해관계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것은 안 된다.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봤을 때에는 민주노총의 경우, 지금 깔려 있는 플랫폼에 같이 참여하는 것이 맞다 생각한다.

현실적으로는 민주노총이 불참하고 있어서 불완전한 체제로 나아가는 선택이 있을 수도 있겠다. 노사정위 관련법에 의하면 전국단위 노동단체를 멤버십으로 받는 것으로 돼 있는데, 민주노총이 불참하게 되면 상당한 비상사태가 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바꿔낼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해 볼 시점이라고 본다.”

개별사업장 문제
정치적으로 푸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사회적 대화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데 사회적 대화기구인 노사정위원회는 지난 정부에서 존재감이 별로 없었다.

“지난 5년 동안 노사정위원회의 역할이 중시되지 않았던 것은 기본적으론 대통령의 의지가 상당히 직적접인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 정부 5년 동안 소위 비즈니스프렌들리 기조 속에서 2008년 금융위기 조짐이 있을 때 아주 급하게 2009년에 노사정위에서 일자리협약을 맺었다. 그 이후로부터는 실제로 기능이 별로 없었다. 노사정위 참여 주체들의 문제도 있지만, 대통령이 노사정위원회의 역할을 별로 기대하지 않고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자리를 찾아야겠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취임 후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데 전반적인 구상을 듣고 싶다.

“노사정위원회에서 연구위원회가 출범했는데 장기적으로 의제를 개발하고 나가기 위한 것이다. 8월 중 두 개의 의제별 위원회가 발족한다. 하나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일자리 위원회고 다른 하나는 직업능력개발제도 개선 위원회다.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를 비롯해서 여성인력을 얼마만큼 노동시장에 원활하게 진입시키느냐 하는 게 고용률을 높이는 데에서 중요한 과제다. 그래서 일-가정 양립 일자리 위원회는 여성인력의 노동시장 진입을 원활하게 하고 실질적으로 여성들의 경력이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을 다루고 필요하다면 정책적인 지원방안도 다루게 될 거다.

고용률을 높이고 노동시장에 활력을 가져오기 위해서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이 중요하다.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직업능력개발과 고용서비스인데, 그동안 여러 가지 제도들이 있었지만, 직업능력개발을 통해 취업으로 원활하게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직업능력개발 제도 개선 위원회에서 이런 정책적인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필요하다면 정책적인 지원방안이도 논의할 것이다. 입법이 필요하다면 여기서 제시할 거다.

고용률 70%를 위한 여러 가지 이슈들이 드러나고 있는데, 시간제 일자리만이 아니라 통상임금 문제를 포함한 임금체계 문제, 실근로시간 단축 문제와 사후조치, 정년연장 문제, 임금피크제 문제 등이 정리되어야 한다. 이것들을 다루기 위해서 임금근로시간특별위원회를 운영할 계획이다. 특별위원회는 9월 중에는 발족될 건데, 지금 상당정도 준비돼 있다.

이러한 이슈들을 둘러싸고 노사의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대립하는 게 꽤 있다. 예컨대 근로시간 단축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임금 보전의 문제나 기업의 비용문제가 있다. 이거야말로 노사간의 협의와 소통, 때로는 협상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이슈들을 놓고 때로는 양보하고 때로는 지원하는 등 패키지 딜 방식으로 협상을 진전시킬 계획도 있다.”

노사간의 첨예한 쟁점이 됐던 문제들이 국회에서 다뤄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되는 것은 국회에서 다루는 것이 무리는 아닌데 개별사업장의 노사관계를 국회에서 직접 다루는 것은 원칙적으로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회가 전체적인 균형을 도외시하고 그때그때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의해서 개별사업장의 노사관계 문제를 다룰 개연성이 상당히 높고, 그건 위험성이 있다.

개별사업장 노사관계 문제는 역시 당사자 중심으로 풀어가는 게 맞다. 노사 당사자 간의 협의와 협력이 필요하고, 잘 이뤄지지 않을 땐 노동위원회를 통해 조정해야 한다. 국회에서 문제를 해소하고 해결한 것 같지만, 그 이후의 과정까지 보면 국회의 과도한 개입이 반드시 바람직한 과정으로 이어진 건 아니다.

지금 국회에서는 자꾸 개별사업장 노사관계 문제를 다루려 하고 환노위에 그런 체제까지 갖춰 놨는데, 기본적으로 국회는 전체적인 균형의 관점에서 문제를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개별사업장의 문제를 정치적인 공방의 대상이나 정치적인 판단으로 다루는 것은 좀 자제해줬으면 한다.”

사회적 대화 성숙까지 인내와 노력 필요

사회적 대화의 모델이라고 볼 수 있는 유럽의 경우 길게는 몇 백 년씩 노사관계를 이어왔지만 우리 사회에선 아직 그럴만한 조건의 성숙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런 진단과 분석에 100% 동의한다. 덴마크, 스웨덴, 네덜란드, 이런 곳의 사회적 대화 사례를 곧바로 가져와서 직접적으로 비교하고 모델화하는 경향이 있는 거 같다. 이건 옳지 않다고 본다. 사회 경제 조건에서 역사적 과정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당장 그런 수준과 형태의 사회적 대화라든지 토론의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아주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아직 우리 실력이 안 된다.

자, 그렇다면 사회적 대화라는 게 현실에서 아직까지 별로 효력이 없으니 다른 방식은 뭐가 있겠나. 그나마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답이 결국 당사자들 사이의 사회적 소통에서 나온다. 여기에서 문제가 추출되는 것이고 해결 방법도 구해지는 것이다. 유럽 수준에 아직 실력이 못 미친다고 하더라도 그런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데 이의는 없을 것이다. 이 과정이 상당히 힘들고 고통스럽고, 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이 그 과정에서 우리 현실에 맞는, 우리 식의 모델을 찾아가려는 노력이다. 점차적으로 대화의 틀이나 방식, 과정을 고쳐나가고 한국적인 모델을 우리가 정립해야 한다. 한국적 모델이 어떠해야 할지 상을 미리 제시해 놓고 가는 게 아니라 과정을 통해서 모색하는 길을 택하는 게 옳다고 본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곧바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실망을 하거나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낮게 평가하기도 하는데, 인내심이 필요하다. 시간이 걸리고,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어떤 체계를 계속해서 축적해 나가는 방식이 필요하다.

행정의 책임을 맡고 있거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이들은 보다 신속하고 빠른 시일 내 성과를 내길 바란다. 하지만 실력이 안 되면 안 되는 수준에서 인내와 투자의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와 정부가 얼마만큼 일관되게 투자를 해 나가느냐가 한국적인 사회적 대화의 모델을 적립하는 데 중요하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사회적 대화에서 또 중요한 점은 합의된 내용의 이행이다. 일자리협약이 반복되는 것은 합의 내용이 실제로 이행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이는데, 여기에 대한 방안은?

“맞다. 합의된 사안의 이행이 중요한데, 우선 합의 당사자들이 이행하기 위해 최대의 노력을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자리협약만 놓고 보더라도 선언적이고 추상적인 수준의 결과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를 점점 더 구체화 해 나가는 후속 작업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노사정 주체가 선언적이고 정치적인 영역에서 협약을 맺는 것 자체에 의미부여를 할 수도 있고, 거기서 할 일을 다 했다고 보는 경향이 있었다고 본다.

합의 내용을 노사정위가 받아서 좀 더 구체화 시키는 논의를 계속 진행해나가야 한다. 그런데 각 주체들이 어떤 것은 유리하고 어떤 것은 불리하다는 예단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불리한 부분은 더 이상 언급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 이런 자세가 기본적으로 고쳐져야 한다. 노사정위에서 유·불리를 떠나서 필요한 이슈들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논의를 하자는 게 내 주장이다.

이와 더불어서 필요한 것이 이행 점검을 면밀하게 하는 것이다. 지금 노사정위 이행 점검단을 구성하고 있다. 물론 다른 쪽에서도 점검을 하겠지만, 정기적으로 얼마나 합의 내용이 실천이 되는지 정기적인 점검을 할 생각이다.

그 전에도 점검의 형식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점검 결과가 피드백 되어서 다시 이행에 집중되는 메커니즘이 잘 살지 못했다. 노사정위가 행정기구는 아니기 때문에 수단이나 권한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점검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대통령은 그것을 바탕으로 이행을 독려해 나가는 그런 구조를 가져갈 것이다. 더불어 이행 점검 결과를 국민들에게 공개할 생각이다. 당사자들로선 이행 정도가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국민에게 공개된다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부담을 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