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약임금인상률 낮아졌다
협약임금인상률 낮아졌다
  • 이가람 기자
  • 승인 2013.09.03 11:51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요 산별노조, 더딘 교섭 진행
임금인상폭 놓고 노사간 이견 커
[현장 1] 2013년 임·단협

ⓒ 참여와혁신 포토DB

매해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관심이 가장 집중되는 것은 얼마나 임금이 오를까 하는 것이다. 임·단협 결과는 다음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만큼 노동조합 집행부도 임·단협에 모든 힘을 기울인다. 회사 역시 임금인상률이 비용과 직결되는 만큼 임·단협에 공을 들인다. 이에 따라 노사는 해마다 미세한 임금인상폭을 놓고 줄다리기를 한다. 올해 임·단협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짚어본다.

사업장 규모 클수록 인상률 낮아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임금결정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의 임금결정 진도율은 40.5%로 나타났다. 이는 상시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장 9,58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7월 말 현재 임금이 결정된 사업장 3,876개를 살펴보면 임금 총액 기준 협약임금인상률은 4.0%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1%에 비해 1.1%p 낮아졌다. 협약임금인상률은 노사가 임금협약을 통해 인상하기로 사전에 합의한 인상률로, 사후적으로 결정되는 초과급여, 연·월차 및 생리수당, 성과급 등은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1.7%의 협약임금인상률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 지난 몇 년간 5% 내외에서 협약임금인상률이 결정됐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협약임금인상률은 예년에 비해 1%p가량 낮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년의 경우 연말까지 조사대상 사업장 중 80%정도가 임금협약을 마무리했는데, 연말 기준 협약임금인상률은 7월까지의 협약임금인상률보다 다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임금인상률은 전반적으로 예년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임금 총액을 기준으로 한 올해 7월까지의 협약임금인상률을 보면, 민간부문은 4.0%를 기록한 데 비해 공공부문은 3.0%를 기록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하수·폐기물처리, 원료재생 및 환경복원업이 6.5%의 인상률로 가장 높고,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 4.9%, 제조업 4.6%, 광업 4.6%, 부동산업 및 임대업 4.4%, 출판, 영상, 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 4.1% 순으로 평균보다 높은 인상률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교육 서비스업 2.1%, 운수업 2.1%, 건설업 2.2%, 전기, 가스, 증기 및 수도사업 2.3%, 숙박 및 음식점업 2.7% 등은 평균에 비해 낮은 인상률을 기록하고 있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300인 이상 사업장이 3.8%의 인상률을 기록한 데 비해 300인 미만 사업장은 4.3%의 인상률을 기록해 규모가 작은 사업장의 임금인상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00인 이상 사업장 중에서도 300인 이상 500인 미만 사업장 4.3%, 500인 이상 1,000인 미만 사업장 4.1%, 1,000인 이상 사업장 3.5% 등으로 사업장 규모가 커질수록 임금인상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총 사업장 추이 관망 중

한국노총의 올해 임금인상 요구안은 월 고정임금 총액(월 정액임금+상여금 월할액) 기준 8.1%의 인상이다. 월 고정임금을 기준으로 241,218원에 해당하며, 월 정액임금 기준으로는 198,611원이다. 이는 한국노총의 표준생계비를 기초로 산출되었다. 가구원 수 3.37명을 기준으로 한 달 생계비에 올해 물가상승률 2.5%를 반영하면 월 4,178,819원이 필요하다. 한국노총의 임금인상 요구안은 생계비 충족률 77% 수준으로 월 고정임금 기준 3,223,959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임금인상 요구안은 월 고정임금 총액 기준 17.5%(월 임금총액 대비 241,218원) 인상이다.

임금 요구안 이외에도 단체교섭을 위한 지침에서는 ▲ 고용위기 및 구조조정 대응 ▲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교섭권 확보 ▲ 타임오프 관련 단체교섭 및 노조 대응 ▲ 통상임금 관련 판례 변화에 따른 대응 ▲ 실노동시간 단축 및 교대제 개선 ▲ 비정규직 고용안정 및 차별개선 ▲ 정년보장 및 정년연장, 고령자 퇴직지원 ▲ 퇴직급여의 수급권 보장 ▲ 노동자 건강권 보장을 위한 교섭 전략 ▲ 일·생활 균형 및 실질적 성평등 실현 ▲ 노동자 경영참여 및 노사협의회 활성화 ▲ 노동조합의 사회공헌 및 지역사회 연대방안 등의 항목을 제시하고 있다.

6월 말 기준으로 한국노총 소속 단위사업장의 임·단협 타결률은 57% 수준이 이르고 있다. 평균 임금인상률은 4.5% 수준이다. 한국노총의 관계자는 “타임오프와 통상임금 등 굵직한 이슈들의 추이를 관망하려는 경향이 보인다”고 상반기 임·단협 진행 과정을 평가했다.

금융산업 노사 임금인상률 놓고 팽팽

ⓒ 참여와혁신 포토DB

한국노총 산하 최대 산별노조인 금융노조의 중앙교섭은 지난 5월 21일 시작됐다. 금융노조는 올해의 임금인상 요구안으로 한국노총의 임금인상 요구안과 동일한 월 고정임금 기준 8.1% 인상을 요구했으며, 비정규직의 인상률은 정규직 인상률의 두 배를 요구했다.

단체교섭 대신 열리는 중앙노사위원회 안건으로는 정년 60세 연장 및 국민연금 수급 개시년도에 연동한 임금피크제 실시, 국책 공기업 노사 자율교섭 등을 요구했다. 금융노조 산하 36개 지부 중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는 조직은 16개 조직이다. 이들 중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사실상 임금피크제는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임금피크제가 시행되는 54세에서 56세 이전에 이미 많은 직원들이 명예퇴직 등을 통해 은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금융노조는 “정년 60세 법제화를 통해 만 60세까지 일할 권리가 보장되었으며, 임금피크제가 정년 연장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선 60세부터 시작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까지 임금 공백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5년간 금융권의 평균 임금인상률은 타 산업에 비해 절반 정도로 낮았다”며 “올해에는 금융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사용자협의회에서 전향적인 자세로 교섭에 나서줄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박병원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회장은 “노사공동 사회공헌활동 등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여전히 금융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지속되고 있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며 “금융권 순익이 크게 악화된 만큼 지나친 임금인상은 자제하는 편이 좋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재 5차 중앙교섭까지 진행된 가운데, 사용자협의회는 2.8% 인상과 1.1% 인상의 이원화 안을 제시했다. 금융 공기업의 경우 공공부문 임금인상률에 따라 2.8% 인상을 적용하고, 민간 법인은 올해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1.1% 인상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금융노조는 당초 요구안의 인상률보다 다소 낮아진 5.5~5.8% 수준의 인상을 요구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데, 이는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 소비자물가 상승률 예상치를 반영한 수치다.

버스 사업장 임·단협 빠른 진행

운수업종에서 버스 사업장의 올해 임·단협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국자동차노련 산하 6개 지역 144개 조직이 7월말 현재 임·단협을 타결했으며, 교섭이 진행 중인 조직은 3개 지역 51곳이다. 연맹 차원의 올해 임금인상 요구안은 2012년도 실생계비의 90% 수준인 임금총액 기준 270,288원(9.2%) 인상이었다. 실제 타결 사업장의 평균 인상액은 104,386원 수준이다.

연맹은 임금인상 요구안 이외에도 ▲ 노동시간 단축 ▲ 복지후생 제도 개선 ▲ 임금제도 개선 ▲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차별시정 ▲ 교통환경 개선 등의 제도 개선 지침도 함께 정리했다. 특히 사업용 자동차의 높은 교통사고 발생률과 연관해 교대제 개선과 적정인원·배차 확보를 통한 노동시간 단축이 주요 쟁점이었다. 그밖에도 버스 노동계의 숙원이기도 한 안정적인 임금확보를 위한 임금구조 단순화와 관련된 논의도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CCTV 수당 등 통상임금에 대한 현장 조합원들의 기대 심리가 높은 점을 감안하면, 교섭이 진행 중인 조직들의 추이가 주목된다.

현대·기아차 교섭 난항 지속

민주노총은 2013년 임금인상 요구안으로 월 219,813원, 8.9% 인상을 제시했다. 이것은 2012년 기준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의 연평균 정액급여인 2,469,814원에 경제성장률2.8%, 소비자 물가 상승률 2.5%, 노동소득분배율 개선치 3.6%를 고려해 나온 수치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우선 지난 4월 16일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와의 중앙교섭을 시작한 금속노조는 석 달여 만에 의견접근안에 합의하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다. 조합원 찬반투표는 8월 27일부터 29일까지 실시된다. 교섭 과정에서 산발적인 부분파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올해 중앙교섭에서 금속노조는 ▲ 금속산업 최저임금 인상 ▲ 임금체계 개선 ▲ 정년 연장 ▲ 원하청 불공정 거래 근절 ▲ 사내 생산 공정과 상시업무 정규직화 ▲ 사업장 단협 효력확장을 6대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7월 23일 열린 12차 중앙교섭에서 금속노조와 사용자협의회는 잠정합의에 이르렀다. 금속산업 노사는 2014년에 적용할 금속산업 최저임금을 월 통상임금 1,204,370원과 통상시급 5,310원 중 높은 금액을 적용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는 2013년 적용 금속산업 최저임금 대비 7.05%(350원)가 인상된 금액이다.

금속노조가 제시한 6대 요구안 중 불공정 하도급 거래 근절(▲ 관련법 준수 ▲ 부당 단가인하 등 불공정 거래 금지 ▲ 납품단가 결정 시 원가 반영 ▲ 금속노사감시단 운영), 임금체계 개선, 정년 연장에 대해서는 기존에 비해 진전된 내용에 노사가 합의했으나, 사내하도급 관련 정규직화 요구와 단협 효력확장에 대해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금속노조와 사용자협의회의 중앙교섭은 마무리됐지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현대·기아차지부의 교섭은 여전히 난항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올해 9월에 진행될 예정인 금속노조 위원장, 각 지부장 및 지회장 선거가 맞물리면서 임·단협이 길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현대차지부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 4대 핵심(고용안정 쟁취, 분배정의 실현, 생활임금 확보, 노동건강권 쟁취) ▲ 4대 제도(퇴직금 누진제, 주간연속2교대제 복지제도 도입, 재직 중 암 발병 시 전액 지원, 대학 미진학 자녀 기술지원금) ▲ 5대 복지(경조휴가 신설 및 확대, 진료비 확대 적용, 장기근속자 처우 개선, 장학제도 개선, 건강진단제도 개선)로 정리해 기본급 130,498원 인상 요구와 함께 사측에 제시했다.

이 같은 요구안을 놓고 현대차 노사는 8월 6일까지 18차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결렬을 선언했다. 현대차지부는 7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내고 13일에는 쟁의행위를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해 70.81%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8월 19일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조정중지 판정이 내려진 후 현대차지부는 20일과 21일에는 1조와 2조가 각각 2시간씩의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기아차지부는 임금협상 요구안으로 ▲ 기본급 월 130,498원 인상 ▲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 정년 연장 ▲ 상여금 800% 인상 ▲ 사내하청 정규직화 등을 제시했으나, 8월 6일 교섭이 결렬됐다.

기아차지부는 8월 7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으며, 8월 13일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재적대비 70.7%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8월 19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판정에 이어 21일 1조와 2조가 각각 2시간씩의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현대·기아차 노사가 올해 임·단협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7월 23일 잠정합의에 이르렀다. 다만 한국지엠 노사는 올해 교섭을 일찍 시작한 만큼 교섭차수는 27차에 이르렀고, 사측은 모두 13차례에 걸쳐 제시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한국지엠 노사는 ▲ 기본급 92,000원 인상 ▲ 성과급 600만 원 ▲ 격려금 400만 원 ▲ 2014년 1월 1일부터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에 합의했고,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투표인원 13,250명 중 54.3%인 7,192명이 찬성해 가결됐다. 이에 따라 한국지엠 노사는 8월 8일 임금협상 조인식을 진행해 2013년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보건의료노조 조정신청 없이 중앙교섭 타결

보건의료노조는 상반기 중 진주의료원과 관련한 투쟁에 집중하면서 올해 산별중앙교섭 상견례를 7월 4일에 진행할 정도로 교섭을 늦게 시작했다. 산별중앙교섭에는 특성별로 민간중소병원, 지방의료원, 특수목적공공병원 70여 곳의 사용자들이 보건의료산업사용자협의회(준)를 구성해 산별중앙교섭에 임했다.

교섭 시작은 늦었지만, 교섭 진행속도는 그 어느 해보다 빨랐다. 지난 8월 26일 보건의료산업 노사는 산별중앙교섭과 특성별교섭을 병행하는 마라톤교섭을 통해 산별중앙교섭을 타결했다. 보건의료산업 노사가 산별교섭을 처음 시작한 2004년 이래 쟁의조정신청을 접수하기 전 산별중앙교섭을 타결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보건의료산업 노사는 민간중소병원 총액 대비 2.8%, 지방의료원 총액 대비 2.95%, 국립중앙의료원 총액 대비 2.8%의 임금인상에 합의했으며, 보건의료산업 최저임금은 시급 5,300원으로 결정했다. 또 ▲ 정년 만 60세(적용시기는 사업장별 논의) ▲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노력 ▲ 노사공동 시간외근무 현황 조사 및 개선대책 마련 ▲ 규칙적·안정적·예측가능한 교대근무제 실시 ▲ 합리적 근무표 작성기준 마련 ▲ 여성 300인 이상 상시고용 사업장 직장보육시설 설치 ▲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노사공동 워크숍 ▲ 보건의료인력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 제정을 위한 노사공동 노력 ▲ 수가제도 개선을 위한 노사공동 소위 구성 ▲ 산별교섭 정상화 위해 사용자단체 구성 ▲ 2013년 조정된 타임오프 한도 최대한 보장 등 임금과 고용조건, 근무환경개선, 모성보호, 보건의료정책 개선, 산별노사관계 발전을 포괄하는 합의안을 마련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산별중앙교섭 타결을 바탕으로, 산별중앙교섭에 참가하지 않고 있는 국립대 및 사립대병원과의 산별현장교섭(대각선교섭)과 각 사업장별로 진행될 현장교섭에 박차를 가해 추석 전에 타결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