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100% 확신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100% 확신
  • 이가람 기자
  • 승인 2013.11.1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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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없어서 편하다? 오해 마시라!
법적 소송 이기겠지만 문제는 시간
[인터뷰2] 유아 공공운수노조 우편지부 재택위탁집배원지회장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2002년 신도시 아파트 지역에 우편물 배달 업무를 담당하는 재택위탁집배원이라는 직종이 생겼다. 이들은 외형상으론 정규 집배원으로 보이지만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사업소득세를 낸다. 이에 반발한 재택위탁집배원들이 지난 9월 2일 노조를 출범시켰다.

유아 공공운수노조 우편지부 재택위탁집배원지회장은 개인사업자가 아닌 근로자로 인정받기 위한 법적 소송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택위탁집배원의 업무를 소개해 달라.

“편지 같은 일반우편물은 저녁에 정규 집배원이 집으로 배달해준다. 다음날 아침 바로 배달할 수 있도록 저녁에 일반우편물을 분류한다. 동선에 따라 아파트별로 일반우편물을 묶어 수레에 담는다.

나는 보통 오전 8시 30분에 집을 나와 배달 업무를 시작한다. 경기도 시흥 집 근처 아파트 단지 1,500여 세대가 내 근무지다. 일반우편물은 우편함에 꽂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등기우편물이다. 등기우편물은 오전 근무 중에 정규 집배원으로부터 전달 받는다. 곧바로 등기우편물을 분류해야 하는데 작업할 사무실이 따로 없어서 나는 보통 아파트 벤치에 앉아서 분류한다.

등기우편물은 집집마다 방문해 고객에게 직접 전달해야 한다. 등기우편물의 경우 사람을 대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마찰도 생긴다. 예를 들어 등기우편물을 받아야할 고객이 부재중이면 내 연락처가 적힌 도착통지서를 고객의 집 앞에 붙여 놓는다. 근무시간 외 새벽이건 야간이건 고객의 전화가 오면 받아야 한다. 고객이 왜 안 갖다 주느냐며 험한 말을 하더라도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

나는 배달 업무와 분류 업무를 합해 하루에 9시간가량 일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위탁계약서상으로는 하루 6시간만 근무시간으로 인정된다. 시급 5,300원에 주 6일제로 계산해서 급여를 받는다. 이게 개인사업자에게 주는 수수료라고 우정사업본부에서는 말한다. 하지만 수수료는 일이 많을수록 늘어나야 하는 건데 우리는 늘 똑같다.”

정규 집배원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

“정규 집배원들이 소포 업무도 하는 것 말고는 거의 똑같다.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우리는 집에서 우편물을 분류하고 정규 집배원들은 우체국에서 분류한다는 거다. 또 우리와 다르게 출퇴근을 하고 오토바이를 탄다는 차이가 있다.

우정사업본부에서는 우리가 정규 집배원보다 일을 조금하니까 돈도 조금 받는 게 맞지 않느냐고 한다. 그건 맞다. 대신에 우리에게는 성과급, 퇴직금, 호봉제 등 복리혜택이 전혀 없다.

우정사업본부에서는 우리가 출퇴근을 안 하니까 가용시간도 많고 일을 굉장히 편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우리는 출퇴근이 없어서 더 힘들다. 출퇴근이 있으면 근무시간에만 일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등기우편물 때문에 고객들의 전화도 항시 대기해야 하고 저녁에 분류 작업을 하는 등 일이 끝없이 이어진다.”

5월 초에 파업이 있었다. 노조가 생기기 전이었는데 어떤 경위로 하게 된 건가.

“그땐 진짜 막무가내였다. ‘억울하니까 나 이렇게는 일 못해’ 이러면서 파업한 거다. 4월 29일 시흥 우체국으로부터 사업소득세 3.3%를 징수하겠다는 문자 통보를 받았다. 4월 30일에 사업소득세가 뭐냐고 우체국에 물어봤더니 ‘글쎄 왜 그걸 뗄까요?’ 하더라. 우정사업본부에 물어보니 우리가 ‘개인사업자’라는 거였다.

우리는 근로자로 인정받고 근로소득세를 내고 싶은데 우정사업본부는 우리가 사업자라며 사업소득세를 내게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공약을 이유로 시행됐다고 한다.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도 징수하게 됐는데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그래서 파업을 하게 된 거다.”

향후 노조 운영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근로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법적 소송을 해야 할 것 같다. 우정사업본부 국정감사 결과를 보고 이후 법적 소송 진행 여부를 판단하려 한다. 공공운수노조·연맹 법률원에 법적 자문을 구해서 법적 소송을 진행하고, 우리 노조에서도 시위나 기자회견 등의 싸움을 병행할 거다.

싸움이 길어질 것 같다. 이 일이 좋아서 싸움을 하고 있는데, 시간이 길어질까 마음이 조급하다. 조합원 중에 50대가 많아서 싸움만 하다가 정년을 볼 것 같아 안타깝다. 법적 소송을 하게 되면 3년이든 5년이든 걸리겠지만 100% 이길 거란 점은 확신한다. 조합원들이 힘들게 모였는데 정년 때문에 좋은 것도 못 누리고 끝나게 하는 거 아닌가 하는 회의도 든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앞당기는 게 지금은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