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공기마저 쓸쓸해지는 계절
공단의 하늘과 땅은 더욱 차가워진다
공단의 하늘과 땅은 더욱 차가워진다
차가운 공단의 벽을 만진다.
조심스럽게
사람의 손이 벽을 만진다.
입김을 불어넣어 선을 긋고,
체온을 전해 벽을 어루만진다.
곧 떨어질 것만 같은 나뭇잎들조차 숨을 죽이고
조용히 벽을 위아래로 오가는 손길을 바라본다.
어느새 벽은 색을 얻기 시작한다.
생소한 색들.
치밀하게 평면을 메워가는 따뜻한 색들을
벽은 묵묵히 받아들인다.
회색의 평면이 빠르게 분할되고 채워진다.
어리둥절, 벽은 속수무책이지만
따뜻한 변화를 즐겁게 받아드린다.
쓸쓸했던 공간 사이로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다.
공단의 벽은 어느새 평면을 넘어선다.
두려움 없이 빈틈을 채워나간 색들은
평면에 올록볼록 따뜻한 입체를 새기고
벽은 온기를 얻는다.
노랑은 파랑의 손을 잡고 파랑은 주황의 손을 잡아
삭막한 벽을 숨 쉬게 만든다.
공단의 벽이 살아나 계절을 뚫고
삶을 희망을 그리고 꿈을 말하기 시작한다.
따뜻한 겨울, 공단의 벽.
글·사진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저작권자 © 참여와혁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