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조직문화 만들어가는 폴리텍 될 것
따뜻한 조직문화 만들어가는 폴리텍 될 것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4.01.0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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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 틀어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에게로
동등한 파트너십 위해선 노조도 역량 키워야
[인터뷰 2] 김창기 학교법인 한국폴리텍지부 위원장
ⓒ 학교법인 한국폴리텍지부

한국노총 공공연맹 노동부유관기관노동조합 학교법인 한국폴리텍지부의 위원장으로 현 김창기 사무국장이 당선됐다. 비슷한 시기 학교법인 한국폴리텍 노사는 고용노동부 산하기관 최초로 2년 연속 임금 무교섭 타결 및 노사 상생협력 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비교적 원만한 노사관계를 지속해오고 있는 가운데, 3년 임기 동안 노동조합의 나아갈 길에 대해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김창기 위원장을 만나 속내를 들어봤다.


선거 과정에서 현장의 조합원들이 주로 당부하던 것들은 어떤 내용이었나?

“우선 인력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006년 직업전문학교와 통합을 이루면서 당초에 그쪽에서 일하고 있는 인원 180여 명을 모두 데리고 오려 했으나, 50여 명 정도 부족하게 충원이 됐다. 신규채용이 계속되고 있긴 하지만, 공공기관이란 특성 때문에 정원이 묶여 버리면 조직 전체의 인원 규모는 변화를 기할 수 없다.

보통 대학마다 교학처, 학생처, 행정처, 산학협력단, 크게 네 부문의 업무부서가 운영돼야 한다. 보통 10여 명이 각 부서에 나뉘어서 근무하고 있는데, 현장을 방문해 보면 인원 부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부족하니 심지어 문서에 치여서 힘들어 한다.

인력과 관련한 현안은 최근 많은 공공기관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 같다. 내부적인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너무 과도한 평가 중심의 조직문화 때문에 구성원들의 스트레스가 심하고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것을 지목할 수 있다.

폴리텍의 경우 상당히 오래 전부터 기관평가와 개인평가를 시행해 왔다. 물론 평가가 필요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 승진 등의 보상이 뒤따른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자는 게 아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직원으로서 너무 많은 것들이 평가에 의해서 좌우돼 버린다. 전보라든지 심지어 해외연수를 가는 것조차 제한을 받게 된다.

SS등급부터 D등급까지 6단계로 평가가 매겨지는데, 해외연수까지도 이 평가 결과로 좌우된다는 것은 너무 삭막한 조직문화라고 생각한다. SS등급을 받은 3% 가량의 인원은 사실 어디에 내놔도 우수하고 앞서나갈 수 있는 인력들이다. 좀 거꾸로 생각할 순 없을까? 따뜻한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역량이 부족한 이들이 해외에서 견문을 넓히고 돌아와서 자신의 업무에 반영할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조직의 발전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평가제도가 일선에서는 악용되는 경우도 있다는 거다. 예를 들어 해외연수 심의위원회에 각 대학별로 연수 대상자를 접수할 텐데, 꼭 보내고 싶은 인원이 있어도 이 사람의 평가등급이 어중간하면 신청서를 넣지 않는다. 또 신청자가 뽑히도록 하기 위해서 일부러 평가를 후하게 몰아주는 폐습도 있다. 상대평가이다 보니 결국 그 사람을 위해 다른 직원들이 희생을 감수하라는 거다. 한 사람 SS등급을 주기 위해서 다른 사람은 급여 깎여, 승진 누락돼, 해외연수도 포기하라는 거다.

공공기관 특성상 임금과 관련된 부분에서 노조가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내년에는 평가제도를 비롯한 내부 조직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역량을 기울일 계획이다.”

올해도 임금을 무교섭으로 타결했고, 노사 상생협력 선언도 했다. 집행부의 일원으로서 그 과정에 참여해 왔는데 배경은 무엇인가?

“타이틀이 무교섭으로 나갔지만, 사실 실무 단위에서는 많은 교섭 과정을 거쳤다. 현장의 조합원들도 공공기관 노조의 한계나 특수성에 대해 이해가 깊다. 조직 통합 이후 따져보면 임금 부문에서는 25% 이상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 이왕이면 국·공립대 수준으로 조건을 올리고 싶은 생각이 있지만, 단기간에 가능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폴리텍 노사관계는 알려진 것처럼 매우 원만한 편이다. 이와 같은 원만한 노사관계가 정부 통제를 받는 부분 이외의 영역에서, 조합원들의 권익 증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는 데 밑바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사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경우, 조합원들에게 고스란히 그 폐해가 돌아가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노사가 동등한 입장에서 관계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그만큼 대내외적으로 역량이 있다는 점을 사측에 충분히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전 집행부에서부터 지속된 상급단체 연대활동, 대외 활동 등을 통해 사측도 노동조합의 위상이 상당하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

현 박종구 이사장 역시 노동조합에 대해서 상당히 열린 마인드를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전국의 캠퍼스 학장들이 모여서 경영전략회의를 할 때면, 노동조합에서도 꼭 좀 참석해달라고 매번 요청이 들어온다.

항간에선 공공기관이 방만한 조직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폴리텍의 경우 정말 깨끗한 조직이라고 구성원들 스스로가 자부하고 있다.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 교육이라는 존중받는 가치 중심으로 움직이는 조직이고, 구성원들 모두 거기에 의미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