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만들면 해고?
노조 만들면 해고?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4.02.0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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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콤·하이모 … 해고로 노조 때리기
노동위 판결 후에도 항소 거듭 … “버틸 재간 없어”
[법률원 A to Z] 부당해고 구제 사례

무노조 사업장에서 노조 설립을 방해한다든지, 노조를 압박하고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하는 수단으로 대표자나 간부, 조합원에 대해서 부당한 인사처분을 행하는 부당노동행위가 여전하다. ‘노조는 경영 파트너’, ‘상생의 노사관계’라는 허울 좋은 표현이 무색하게, 다른 한 편에선 여전히 ‘노조 만들면 해고’가 성행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이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 진행했던 상담, 법률구조 사례에서도 이와 같은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번 호부터 한국노총 중앙법률원에서 다뤘던 사례를 유형별로 정리해 소상히 살펴보는 ‘법률원 A to Z’ 코너를 신설한다.
- <참여와혁신> 취재팀


사장 비난한 노조위원장 후보, 두 차례 해고

코스콤노조의 한 조합원은 두 차례에 걸쳐 해고를 당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부당해고라고 결정했지만, 회사는 여전히 행정소송 절차를 밟으며 복직을 미루고 있다.

지난 노조 위원장 선거에 후보자로 출마했던 이 조합원은 선거운동 기간 중 대표이사인 우주하 전 코스콤 사장의 공공연한 의혹을 비판하는 홍보물을 만들었다. 지난 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과다한 판공비 지출과 관련된 내용이다. 재작년 국정감사에서도 과다한 판공비 지출에 대한 지적이 있었으며, 부인을 대동한 외유성 출장도 문제가 된 바 있다.

회사는 이와 같은 내용을 노조 위원장 선거 홍보물에 게재한 것에 대해 업무상 기밀누설과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며 징계위원회를 열고 이 조합원을 해고했다. 하지만 지노위와 중노위에서는 이를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복직한 해당 조합원을 회사가 다시 해고한 것은 1년에 2회 이상 징계 처분 시 가중처벌한다는 내용의 사내 규정 때문이다. 기밀누설과 허위사실 유포를 사유로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중 이 조합원은 자해소동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업무방해로 벌금형을 받았다. 회사는 벌금형이 확정되자 이를 빌미로 다시 징계위원회를 열었고, 2회 이상 징계 처분을 이유로 해고했다. 또다시 해당 조합원과 코스콤노조는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지노위와 중노위에서는 다시 복직을 결정했으나 사측은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과정의 이면에는 노조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우주하 전 사장이 있다. 우 전 사장은 사내 전 직원을 모아놓고 노조를 비판하는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의원 나부랭이’ ‘노조위원장 제거’ 등 이른바 막말 사건으로 유명세를 탔던 일이다.

코스콤노조는 당시 노사관계를 파탄으로 몰아간 책임이 우 전 사장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조합원 총회를 열고 노사관계 파탄과 독단경영 등을 일삼는 우 전 사장의 퇴진 결의안을 상정해 97%의 찬성으로 이를 가결시키기도 했다. 관료 출신으로 MB정부 시절 낙하산 인사로 코스콤에 오게 된 우 전 사장은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가운데 지인의 자녀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과 외부 용역사업을 친인척에게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문제제기는 계속됐다. 감사원은 우 전 사장의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대해 23일까지 특별감사를 진행했다. 매년 과도한 판공비 지출을 지적 받았다는 의혹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의 자회사인 코스콤에 대해서는 그동안 거래소와 함께 감사가 진행됐는데, 이번처럼 단독으로 특별감사가 진행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대파를 휘두르니 폭행, 상해?

허광남 하이모노조 위원장의 사례 역시 주목할 만하다. 허 위원장이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횟수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허 위원장이 처음 해고 통보를 받았던 것은 지난 2012년이다. 당시에는 노조가 없었다.

회사는 경영상의 이유로 허광남 직원을 해고했지만, 부당해고라는 판결이 나와서 울며 겨자 먹기로 복직시켰다. 복직 이후에도 7~8개월에 걸쳐서 회사는 끊임없이 해고하려고 시도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허광남 직원의 눈물겨운 분투를 안쓰럽게 생각한 동료 직원들은 회사에 노조가 없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는 거라고 의견을 모았다. 하이모의 생산 공장은 중국이나 미얀마 등 해외에 위치해 있고, 550여 명의 국내 직원들은 대부분 영업을 한다. 흔히 ‘스타일리스트’라고 부르는 미용사 인력을 주로 채용하는데, 기존에 미용실에서 하던 기술을 활용하면 되는 일이라고 채용해놓고 채용 후에는 영업을 맡긴다. 그래서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많다.

노조를 설립하고 한국노총 화학노련에 가입하자 회사에서는 더욱 일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그때 회사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은 김 모 법무이사이다. 허광남 위원장을 자신이 직접 담당하겠다며 천안 본사로 발령을 냈다. 회유나 협박 등 곁에 두고 괴롭히기 위해서다. 허 위원장은 “천안 외곽 정말 촌 동네에 회사가 있으니, 하다못해 우체국이 근방에 없어서 내용증명 하나 보내기도 어려웠다”고 전한다.

어느 날 저녁 노조 활동을 위해서 사람들도 만나야 하고, 스트레스도 풀 겸 허 위원장은 동료 직원들과 소주를 한 잔 마셨다. 그리고는 같이 있었던 직원과 함께 휘적휘적 밤길을 걸어 기숙사로 돌아오고 있었다. 기숙사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자려고 오른손에는 대파 한 줄기를 들고 있었다.

기숙사 정문 앞을 지나며 허 위원장은 술김에 헛기침을 했다. 그때 길 한 쪽 어두운 구석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바로 김 모 법무이사. 김 이사는 “술에 취해 어디서 고성방가를 하느냐”며 허 위원장을 다그쳤다.

가뜩이나 쌓인 감정도 많은데 실랑이를 하다 보니 언성이 높아지고, 허 위원장은 오른손에 든 대파 줄기를 휘두르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김 모 이사는 이를 보고 뒷걸음질을 치다가 넘어졌고, 폭행 및 상해로 허 위원장을 고소했다.

회사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허 위원장을 해고했다. 허 위원장은 충남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지노위는 폭행이나 상해 등에 대해서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 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고, 1월 23일 심판회의를 열기도 했다. 허 위원장 개인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이외에도 노조는 부당노동행위를 비롯해 근로기준법 위반 등 몇 가지 사안에 대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영세 사업장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미처 우리의 시선이 채 닿지 않는 곳에서 오늘도 해고 통지가 난무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미처 손 쓸 방법이 없는 경우도 많다. 회사가 크든 작든, 노조를 만들고 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하는 사례도 여전하다.

지노위와 중노위, 지방법원과 고등법원, 대법원까지 사건이 늘어질 경우, 개별 노동자는 복직을 위해 5심의 과정을 거치는 셈이다. 복직에 대한 기대만 갖고 한정 없이 법적 싸움을 버텨낼 재간은 없다. 대통령도 강조한 ‘비정상의 정상화’가 요구되는 구석은 한둘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