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전공을 헛되이 하지 말라!
자신의 전공을 헛되이 하지 말라!
  • 오도엽 객원기자
  • 승인 2014.02.0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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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의 의견도 소중하게 여기고 신속하게 답해주는 일터
작은 일터기에 도전 기회가 주어지고 능력을 펼칠 수 있다
[나의 작은 일터 이야기 (2)] 마관영 ㈜해피브릿지 슈퍼바이저

자신의 전공을 살려 꿈을 펼치고 있는 한 청년을 만났다. 70명 남짓한 자그마한 회사지만 청년에게 이곳은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진 희망의 일터다. 청년은 전공과 무관하게 대기업 입사시험이나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한다. 그는 일터에서 현장 경력을 단단히 쌓은 뒤에는 대학원 박사과정에 도전할 예정이다. 후배들에게 자신이 전공한 외식경영학의 매력을 전파하기 위해서다.

ⓒ 오도엽 객원기자 dyoh@laborplus.co.kr
계약직 의견도 소중히, 경영진의 신속한 피드백

서른둘 청년 마관영 씨는 프랜차이즈 전문업체인 (주)해피브릿지에서 슈퍼바이저로 일하고 있다. 2013년 1월 2일 입사한 그는 1년간의 계약직 신분에서 벗어나 올해 정규직이 되었다.

호텔리어가 꿈이었던 마관영 씨는 대학에 입학해서 호텔경영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하지만 군을 다녀와서는 호텔경영보다는 외식경영이 더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해 외식경영학으로 전공을 바꿔 이후 석사 과정까지 마쳤다.

‘국수나무’와 같은 외식업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해피브릿지에서 마관영 씨는 전남, 전북지역의 체인점 29곳을 관리 감독하는 슈퍼바이저다. 슈퍼바이저는 고객, 점포주, 본사가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한다.

일터는 ‘집’과 같은 곳이라고 마관영 씨는 자신 있게 말한다.

“가족이 그렇잖아요. 식구들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밀어주고, 옆에서 도와주고.”

물론 마관영 씨가 일터를 집처럼 생각한다고 해서 일터에서 가족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는 1년을 갓 넘긴 직장생활이었지만 이곳이 ‘자신을 밀어주고 도와주는 곳’임을 느낄 수 있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관영 씨는 회사의 직제에 대한 건의를 했다. 해피브릿지에는 MV(menuviser)가 있고, 그 위에 SV(superviser)의 직급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동종업체에는 MV라는 직제가 없다. SV는 경력으로 인정이 되지만 MV는 사회에서 경력으로 통용이 되지 않는다. 마관영 씨는 이에 대해서 상사에게 건의했고, (자신의 건의 때문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곧바로 의견이 반영되어 개선되었다. 입사한 지 서너 달 된 계약직 직원의 목소리를 들어주자 마관영 씨는 일터에 대한 믿음이 돈독해졌다.

“제가 무슨 생각이나 고민이 생기면 바로 상사에게 말씀드려요. 그러면 피드백이 바로 바로 오죠.”

이는 작은 일터가 가진 매력이다. 건강검진에서 스트레스 조절 지수가 탁월하게 나올 만큼 좀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마관영 씨가 만족스러운 일터 생활을 하는 데에는 이처럼 속도감 있고 친밀한 소통구조를 지닌 작은 일터의 장점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해피브릿지는 아직 규모가 작기 때문에 대기업처럼 ‘제안제도’를 비롯한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상사들이 상담의 시간을 자주 갖고, 여기서 논의된 부분에 대한 경영진의 신속한 피드백이 마관영 씨에게 만족감을 준다.

마관영 씨는 자신의 능력을 믿어주고, 적성에 맞는 업무를 맡겨주는 회사가 고맙다. 그는 자신의 전공에 맞는 슈퍼바이저 역할을 원했고, 회사는 이에 대해 충분히 배려해 업무를 맡겼다. 그는 입사한 지 3개월 만에 전남, 전북지역을 전담하여 책임 관리하는 슈퍼바이저가 됐다. 자신이 배운 능력을 곧바로 현장에서 발휘할 수 있는 것도 작은 일터의 장점이다.

관계는 일의 출발, 작아서 기회가 많다

갓 입사한 신출내기가 본사 슈퍼바이저로 지역에 내려와 체인점을 관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달갑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점주(체인점 대표)들도 있었다. 갑자기 젊은 친구가 이런저런 의견을 제시하니 제대로 따라주지 않는 체인점도 있었다. 본사에서 간섭이나 단속을 하려는 것처럼 여겼다. 자신은 본사만이 아니라 점주와 고객을 함께 만족시키겠다는 의지였는데,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마관영 씨의 의욕이 앞섰을 수도 있다.

마관영 씨는 어려움을 상사와 상담하고 많은 조언을 받을 수 있었다.

“그냥 점주님이랑 자주 찾아가서 만났어요. 사무실에 앉아서 데이터만 보고 일을 하지 않고요. 직접 만나서, 가끔 술도 하면서 제 생각을 (점주에게) 말씀드리고, 점포에 일손이 부족하면 찾아가 설거지도 도와드리며 했더니 관계성이 생기는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친밀감이 생기니까 점주님들도 제가 말하면 어느 정도 이해해주시고요. 그렇게 일을 풀어가는 게 옳더라고요. 앞으로도 더 열심히 만날 거예요.”

일도 사람과의 관계다. 상사와의 관계를 통해 경험과 지혜를 얻고, 현장에서 점주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 일을 진행시키며 마관영 씨는 한 발 한 발 성장해 가고 있었다.

“불만은 딱 하나에요. 모두들 너무 열심히 일을 하더라고요.”

이제 갓 정규직이 된 마관영 씨에게 자신의 일터에 대한 불만이나 단점은 듣기 어려웠다. 어렵게 찾아낸 게 ‘모두들 너무 열심히 일한다’는 거였다. 이 말은 노동 강도가 만만치 않다는 뉘앙스로 들렸다. 작은 일터에서는 주어진 역할, 맡겨진 일만 할 수는 없다.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고, 아직 시스템이 탄탄하게 갖춰져 있지 않아서 생긴 일일 수도 있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기업의 경우는 내 일과 네 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처리해야 할 새로운 일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는 작은 일터의 단점이기도 하지만 장점일 수도 있다.

“대기업에서는 갖춰진 시스템에 맞춰 일하면 되는데, 중소기업의 경우는 시스템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자기가 의견을 내면 다른 사람에게 동의를 얻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고. 그래서 서로 뭐가 더 좋은지 토론도 많이 하고 의견을 조절해야 하고. 시스템이 정립되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저는 이 과정에서 배우는 게 많아 큰 도움이 되죠.”

내 일터와 내 삶의 미래를 늘 구상한다

입사 2년차, 정규직 1년차인 마관영 씨는 일터에 대한 기대가 많다. 오는 3월에 해피브릿지는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바뀐다.

이미 지난해부터 회사 운영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바꿨고, 법적인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직원들이 조합원이 되어 1인 1표를 행사해 이사를 선임하고, 1억 원 이상 규모의 사업에 대한 의결권도 갖는다. 중요 의사 결정과 이사 선임을 조합원이 해야 하기에 트렌드의 변화가 빠른 외식 산업에서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마관영 씨는 직원들이 일터의 주인으로 설 수 있어 도약의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이곳을 평생 일터로 생각한다는 마관영 씨는 해피브릿지의 성장을 위해 자신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한다.

“해피브릿지에서는 ‘국수나무’가 칠팔십 퍼센트 차지해요. 외식 기업에서 한 개 브랜드를 가지고는 힘들어요. 외식 생애주기라고 해서 쇠퇴기가 오게끔 되어 있어요. 국수나무가 성숙기는 아니지만 계속 성장하고 있어요. 언젠가는 쇠퇴기가 올 테니 그걸 받쳐 줄 새로운 브랜드가 계속 나와야 하죠. 끊임없이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세워야 해요. 좀 더 튼실한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애쓸 겁니다.”

개인적인 꿈도 있다. 올해는 아침저녁으로 운동을 해 뱃살을 뺄 예정이다. 여기에는 솔로 탈출을 위한 목표도 담겨 있다. 정규직이 되어 처음으로 갖는 연봉 협상도 관심사다. 그의 희망연봉을 엿들으니 지난해 중소기업의 대졸 초임 연봉과 수준이 엇비슷했다. 이제껏 미룬 적금도 들 예정이란다.

작은 일터 해피브릿지에서 일하는 마찬영 씨, 늘 ‘해피’한 일만 기다리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어려움도 행복으로 이어주는 가교가 되어 외식 산업의 ‘슈퍼’바이저로 마관영 씨가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