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돌파 위해 노사가 손 맞잡다
현안 돌파 위해 노사가 손 맞잡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4.03.0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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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중한 검사물량·원거리 근무…조합원들 고통 호소
노사관계 개선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
[인터뷰 3] 박철구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지부 위원장

ⓒ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지부
노동부유관기관노조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지부는 바람 잘 날 없던 조직이었다. 노조 설립 1년 만에 상급단체를 변경하기도 했고, 노사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임금교섭은 해를 넘겨 파업 목전에 가서야 타결을 보았고, 노조사무실 폐쇄, 조합원 총회 녹취 등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해서도 구설수에 올랐다.

전 집행부 사무처장 출신의 박철구 위원장이 3대 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승강기안전기술원 노사는 이와 같은 반목의 노사관계 문화를 바꿔보자고 선언한다.

상생선언 등 분위기 쇄신을 위한 노사의 노력이 보이고 있다.

“새 집행부 출범을 기점으로 그간의 노사관계를 바꿔보자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2013년 임금교섭이 타결되지 않고 지지부진한 상태가 계속됐다. 노조는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가고, 중노위 조정도 결렬됐다. 고용노동부 관악지청에 고소고발도 3건이 맞물려 있었다. 대승적으로 노조에서 임금동결을 선언하면서 고소고발도 취하하는 등 대폭 양보를 했다. 회사 역시 휴가비 30만 원을 체불해 왔던 것을 지급하기로 했다. 상호 협력적인 상생의 노사관계를 만들어보자고 손을 내민 거다.

다만 노동조합을 탄압하거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을 때, 혹은 김봉섭 전 위원장을 비롯한 전임 집행부에 대한 보복 행위가 있다면 즉시 강력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1월 말에는 노사 합동 워크숍을 통해 상생방안 선포식을 열기도 했다.

전 집행부 사무처장 출신이기도 하고, 김봉섭 전 위원장과는 노조 설립 과정부터 시작해 정말 회사와 징글징글하게 투쟁했다. 그 과정에서 복리후생이라든지, 많은 부분에서 성과를 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공공기관이다 보니 항상 노사관계 때문에 타격을 받는다. 구성원들 역시 많이 힘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검사기관의 일원화와 관련된 담론, 승강기 안전과 관련한 법·제도의 변화 때문에 구성원들이 혼란스러워할 수 있는 시기이다. 거기다가 노사관계까지 악화일로로 치닫는다면 구성원들이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직무만족도도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다. 위원장이 조합원들을 위해서라면 고개를 숙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합원들이 가장 바라는 점은 어떤 부분인가?

“지금 무엇보다 조합원들이 불만인 점은 순환근무라는 명목 하에 연고지가 아닌 지역으로 직원들을 발령 낸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김윤배 이사장이 새로 오면서 시작된 제도다. 노사관계가 안 좋던 당시 사실상 노조 탄압을 위한 제도였다. 주로 노조 간부들 중심으로 원거리 근무가 배정됐다.

이들 대부분은 가족과 떨어져 혼자 원룸을 얻어서 생활하며 근무를 하거나, 아니면 원거리 출퇴근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술원에서는 이들 원거리 출퇴근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래저래 불필요한 비용이다.

기관의 특성 상 한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근무를 하게 된다고 해서 부정이나 비리가 발생하는 구조도 아니다. 대부분의 검사 기관이 사실 ‘갑’ 역할을 하게 되는데, 승강기 안전검사에 경쟁 체제가 도입되면서 규모가 큰 보수업체나 유지업체, 제조사들의 힘이 더 세다.

다른 한 가지는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노동강도와 관련한 것이다. 2인 1조로 검사를 나가게 되는데, 조당 검사 대수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다. 피로가 누적되고 있으며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승강기안전기술원의 임금은 전체 공공기관과 비교해 하위 15% 수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은 임금을 인상하라는 요구를 하지 않고 있다. 연고지 배치와 과중한 노동강도 해소가 너무 큰 이슈다. 현안을 풀어가기 위해선 노사관계가 출발점이 될 수밖에 없다.”

ⓒ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지부
노동강도가 과중하다는데 어느 정도 수준인가?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전체적으로 100여 명은 더 인원이 확충돼야 한다. 현재 인원은 부족하고 검사 대수가 과중하게 늘고 있어서 50여 명의 촉탁직을 쓰고 있다. 이들은 승강기 검사 보조 자격을 갖고 있으면서, 과거 업체에서 정년퇴직을 했다든지, 승강기 검사와 관련된 일을 했던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을 승강기 검사 대수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며 사용하고 있다. 효율성도 떨어지고 검사 안정성도 떨어지므로 이들 인원만큼 정규직을 확충해야 한다. 또 매년 승강기는 약 2만5천 대씩 자연 증가하고 있다. 부족 인원과 자연증가분을 합쳐 100명 수준이다.

안정적인 조당 검사 대수는 하루 다섯 대 수준이다. 과거에는 평균 5.7대 수준이었는데 2013년 말 기준으로 6.27대로 늘었다. 수치상으로 변화가 크지 않은 것 같지만, 4곳에서 4~5대를 검사하는 것이 적정한 노동강도인데, 5~6곳에서 6대씩 검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아파트와 같이 승강기가 모여 있는 장소에선 최대 9대까지도 검사하고 있다. 검사원들의 피로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하루 업무가 끝나고 녹초가 된다고 답한 이들이 70%이다.

노동강도가 증가하면 일단 검사원들의 안전에 문제가 생기고, 그에 따라서 승강기 이용객의 안전을 최종적으로 담보해야 할 검사 신뢰성에 문제가 생긴다. 안전사고도 수시로 발생하는데, 피트라고 부르는 승강기 제일 밑바닥에 진입해서 검사를 할 때 골절이나 염좌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겨울철 옥상의 기계실 검사를 하다가 에폭시 바닥에 눈이 쌓이면 넘어져 다치는 경우도 흔하다. 뾰족한 돌출물에 등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은 여성 검사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