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연대’ 불씨, 다시 타오를까
‘제조연대’ 불씨, 다시 타오를까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4.04.01 10:34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속·화학, 10년 만에 공동 임단투 요구안 정비
장기적으로 진정성 있는 연대와 통합 기대해
[기획 2]한국노총 제조연대 공동요구·공동투쟁

ⓒ 화학노련
한국노총 고무노련, 금속노련, 화학노련이 ‘제조연대’의 이름으로 2014년 임단투 공동요구 및 공동투쟁 지침을 단위노조에 배포했다.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제조업 통합 산별연맹 건설이 좌초된 이후, 노동조합 산별연맹 차원의 교육활동에서만 맥을 이어오던 제조연대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제조연대, 미완의 실험

지난 2001년 1월, 한국노총 산하 고무노련, 금속노련, 섬유노련, 출판노련, 화학노련 등 5개 산별 연맹은 ‘제조부문 노동조합 연대회의’(이하 제조연대)의 출범을 선언한다. 30만 제조업 종사 조합원의 고용안정 및 연대투쟁을 실천하고, 한국노총의 변화와 혁신, 노동운동의 강화 발전에 있어서 선구적 역할을 결의했다.
금속과 화학 업종, 한국노총 제조업 부문의 두 핵심 산별 연맹의 연대를 위한 움직임은 제조연대 출범 한 해 전부터 점차 무르익었다. 정책, 교육 등 산별 연맹 단위의 일상 활동부터 시작하여 공동 임단투 지침의 발간, 주 40시간 노동시간 단축투쟁 등 당시의 핵심 노동 이슈에 대한 연대까지 이어졌다. 또한 인천, 충남, 부산 등지의 지역 차원의 제조연대 틀이 구성되고 지역본부 사무실도 통합 운영하기에 이르렀으며, 자연스럽게 임단투 기간 중 공동 투쟁을 전개하기도 한다.

두 핵심 산별연맹은 2003년에는 대의원대회 결의를 통해 나란히 통합 산별연맹 이행 결의를 하게 된다. 공식적으로 통합추진 실무위원회가 구성되고 결실을 맺는가 싶었지만, 대의원 배정, 임원 구성, 지역본부 재편 등에서 이견을 보이며 답보 상태에 머문다.

한국노총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이른바 ‘무드’는 통합 산별 출범의 가능성이 대단히 높았다고 한다. 그런데 결과는 왜 지지부진했을까? 제조업 부문보다 뒤늦게 통합을 추진해 온 공공부문 3개 연맹, 공공건설연맹, 공공서비스연맹, 정부투자기관연맹은, 당시 한국노총 지도부가 녹색사민당 사태 이후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 가운데에도 공공부문 통합연맹을 발족시켰다.

그 이면을 짐작해 보기에 설득력 있는 근거는 2003년 10월에 실시된 통합추진 관련 단위노조 의식조사 결과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중앙과 현장과의 공감대 부족과 중앙·지역 차원에서 기존 지도부의 기득권 문제가 거론될 수 있겠다.

각 단위노조들은 포괄적인 의미에서 산별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선 높은 지지율을 보였지만, 실질적으로 단위노조 차원에서 통합에 대한 관심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그보단 냉랭했다. 또한 조직의 통합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기존 지도부나 간부들의 기득권 문제’를 1순위로 꼽았다.

ⓒ 금속노련
새로운 바람으로 불씨 되살린다

2014년에 들어서 금속노련과 화학노련은 내부 의결기구를 거쳐 올해 사업계획과 임단투 계획을 정비한다. 2월 26일에는 제조연대의 이름으로 연맹 차원의 대표자회의를 열고 공동 요구안과 공동투쟁 지침을 확정한다. 또한 각 연맹 차원에서 전체 대표자들의 투쟁 결의는 금속노련의 경우 3월 13일 열린 전국단위노조 대표자대회를 통해, 화학노련의 경우 4월 중 치러지는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결집하기로 정한다.

이미 양 산별 연맹은 3월 초부터 교섭위원 교육과 선전선동 교육, 노동법률학교 등 5차례의 공동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산업안전보건 부문과 함께 이와 같은 분야는 산별 연맹 통합이 지지부진해진 이후에도 꾸준히 연맹 사이의 연대 활동으로 이어져 왔다.

올해 제조연대 공동요구안은 핵심 노동이슈를 중심으로 10대 요구안에 대한 입장을 함께 하되, 각 연맹 단위의 실태를 반영해 임금인상 요구안은 분리했다.

금속노련의 경우 기본급 대비 8.4% 인상으로 정했고, 화학노련은 기본급 대비 8.8%(±1.5%) 인상으로 정했다.

ⓒ 금속노련
2014 제조연대 10대 공동요구안

1. 실질임금 인상을 통한 생활임금 쟁취
2. 교대제 개편과 실노동시간 단축, 임금보전
3. 고정월급제 전환을 통한 임금안전성 확보
4. 정기상여금과 각종 수당 기본급화
5. 통상임금 범위 확대
6. 임금삭감 없는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폐지
7. 대체휴일제 확대 시행
8. 교섭대표노조 지위 및 교섭권 확보
9. 노조 가입범위 확대와 타임오프 최대 보장
10. 노동조합 일상활동 보장 및 유급처리

10대 공동요구안의 내용 중 특히 강조되는 부분은 최근의 경향과 연관 깊은 통상임금에 대한 부분이다. 제조연대는 각 사업장에서 4월 중순부터 5월 말 사이에 집중교섭에 일제히 돌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개별 사업장의 특성 상 집중교섭 시기 이전에 임단협 타결에 이를 경우 필수 가이드라인으로 정기상여금의 기본급화, 혹은 통상임금 범위에 포함과 통상임금 소급분에 대한 대안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향후 제조연대는 노동절 전국노동자대회에 앞서 사전집회 형식으로 1만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임단투 승리 제조노동자 결의대회를 계획하고 있으며, 6월까지 교섭 미타결 사업장에 대해선 공동으로 집중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상급단체로의 교섭권 위임과 함께, 6월 초 집단 쟁의조정신청, 6월 말 쟁의행위 절차를 마무리 짓고 총파업 투쟁까지 이어나가겠다는 결의를 밝히고 있다.

다시금 대두되는 제조연대 차원의 진전된 결과물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산별 연맹 단위뿐만 아니라, 단위노조에서도 단기적 성과가 아닌 진정성 있는 연대와 통합의 바람이 불기를 기대하고 있다. 관건이 되는 것은 양 산별연맹의 지도부 선출이 나란히 올해 겹쳐 있다는 점이다.

화학노련의 경우 후보조가 단일화 되어 4월 중 선거를 치르게 되지만, 금속노련의 경우 아직 그 추이가 불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