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만족, 자전거 라이딩
오감만족, 자전거 라이딩
  • 박상재 기자
  • 승인 2014.04.0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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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B부터 BMX까지 종류도 다양
망설이지 말고 일단 시작하라
[일 . 탈_ 나만의 힐링을 공개한다] (4) 자전거 타기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봄을 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앙상한 나뭇가지 위로 새치름히 푸른 얼굴을 드러낸 가로수를 보며, 방학이라 한산하던 출근길에 가득 늘어선 교복들을 보며, 더 이상 후후 불어도 입김이 나오지 않는 허공을 바라보며. 많은 것들로부터 봄은 그렇게 시작된다. 약동하는 봄, 그 선두에서 자전거는 달리고 있다.

언제든 떠나기 위해

“미술을 전공하며 한 곳에만 앉아 있다 보니 몸을 움직이고 싶더라고요. 졸업도 하고, 직장도 구했으니 하고 싶은 것을 해보자는 생각에서 자전거를 타기 시작 했어요.”

스물일곱 살인 김경민 씨는 이제 1년차 ‘라이더’다. 미술을 전공한 김경민 씨는 언젠가부터 한 곳에 앉아 그림만 그리는 것이 답답해졌다. 이전부터 운동을 하고 싶었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게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러던 도중 떠오른 것이 자전거였다. 무작정 시작한 자전거였지만 탈수록 매력을 느껴 주말이면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달리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춘천으로 1박2일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자전거로만 움직이는 여행이 힘들 법도 하지만, 오히려 자전거를 타고 나서는 여행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고,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 즐겁다고 말했다.

스물아홉 살 이민철 씨는 한정적인 생활 범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말마다 ‘맛집’을 돌아다니면서 ‘라이딩’을 시작했다. 지금은 매일 라이딩을 하고 있다. 게다가 시즌이라고 할 수 있는 4월부터는 출·퇴근도 자전거를 이용한다고 한다. 2004년 자전거를 시작했다가 중간에 낚시의 손맛에 빠져 3년간 ‘외도’를 하기도 했지만, 페달을 밟으며 느낀 ‘발맛’을 잊을 수 없어 다시 타기 시작했다. 더불어 유명한 식당 주인의 ‘손맛’까지 맛볼 수 있었다.

“예전 같으면 집에서 컴퓨터 게임이나 했을 텐데, 밖에 나와서 돌아다니고. 교통비가 안 들잖아요. 그 돈으로 커피도 마시고, 멀리 있지만 싸고 맛있는 음식점을 교통체증 없이 다녀올 수도 있고.”

그도 경민 씨와 마찬가지로 값싸게 다양한 곳으로 떠날 수 있는 점이 라이딩의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컴퓨터 앞 의자에만 앉아 있던 그가 안장 위로 올라가 바라보니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지겹던 퇴근길은 자전거를 타고난 이후 남산에 들러 바람을 쐬거나, 가고 싶던 식당에도 들렀다 갈 수 있는 또 하나의 취미생활이 됐다. 힘들어 보이기만 하던 산도 MTB(산악용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이후부턴 가장 즐거운 곳이 됐다. 산에 올라가 약수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내려오는 기분은 마치 마약과 같다는 뜻으로 “‘산뽕’에 취한다”고 표현할 정도다.

자전거, 즐거운 변주곡

민철 씨가 타는 MTB나, 경민 씨가 타고 다니는 ‘로드’ 외에도 자전거의 종류는 다양하다. 산악용 자전거만 해도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라이딩을 위한 ‘다운힐’, 오르내리기 모두 수월한 ‘올마운틴’, 산악 코스를 빠르게 달리기 위한 ‘크로스컨트리’ 등이 있다. 속도를 즐기기에 적합하고 실제 경륜에서도 볼 수 있는 ‘로드’, MTB와 로드바이크의 요소를 섞은 ‘하이브리드’, 주행보다는 묘기에 중점을 둔 ‘BMX’ 등 모두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이 같은 다양함은 쉽게 질리지 않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이게 취미가 많다 보니깐 어느 쪽으로 방향이 계속 바뀌어요.”

자전거를 타며 즐거웠던 점을 이야기하면서 민철 씨는 “자전거를 타는 목적이 계속 바뀐다”고 말한다. ‘더 빨리 달려서 대회에 가야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고,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가야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최근엔 몸에 부착해 1인칭 시점에서 녹화를 할 수 있는 ‘액션캠(액션 캠코더)’도 구입했다. 이를 통해 미처 보지 못했던 주변 풍경들을 다시 확인하고, 이를 편집하여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도 자전거를 타는 목적이 되기도 한다.

“갑자기 차에 탄 꼬마가 손 흔들면서 ‘화이팅’ 소리치더라고요.”

이와는 반대로 목적과는 다르게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도 즐거운 점이다. 여행 중 겪는 일들도 그 중 하나다. 경민 씨는 “저번엔 속초를 가는데, 갑자기 차에 탄 꼬마가 손 흔들면서 ‘화이팅’ 소리치는데 너무 귀여웠다”며 당시를 추억했다. 민철 씨도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모교 선배를 만나 삼일 동안 함께 생활하며 밥도 많이 얻어먹었다고 자랑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즐거움을 맛보며 여행을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체지방은 빠지고 근육이 늘어, 평소 입던 옷의 사이즈가 안 맞을 정도로 몸매가 좋아졌다는 경민 씨처럼, 일석이조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작시성반(作始成半), 한 번 시작하면 빠질 수밖에 없어

자전거 입문을 생각하면서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일단 시작하라”고.

“시작이 반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한 번 자전거를 타면 계속 탈 수밖에 없어요. 그 취미가 그 사람에게 맞는지 아닌지 모르는데, 타다 보면 자연스럽게 빠지고, 욕심이 생겨요. 저도 그랬어요. 일단 시작하면 어떻게든 되죠.”

“시작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다른 거 생각하지 말고 일단 나가서 사람들과 즐기는 게 중요해요. 요새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나가면 항상 사람은 많아요.”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자전거 동호회는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중 지역별 모임의 경우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함께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함께할 수 있다. 또한 연령대가 다양한 운동이라 누구라도 손쉽게 어울릴 수 있다.

천차만별인 자전거 가격에 지레 겁을 먹어 시작을 꺼려할 수도 있지만, 입문용은 30만 원 정도로 구입할 수 있고, 유지비도 크게 들어가지 않는다. 게다가 목적에 따라 조금씩 부품을 교체하며 자신만의 자전거를 만들 수도 있다.

다만 사고는 주의해야 한다. 빠르게 달리면 시속 40~50㎞까지 속도가 나는 자전거이기에 낙상사고 땐 위험이 크다. 경민 씨도 실제 라이딩 중 머리부터 떨어진 적이 있다고 한다. 헬멧을 착용해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자전거 사고의 위험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낮은 수준이다.

민철 씨는 “어려서부터 자전거에 대한 룰 같은 것을 안 배웠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역주행을 하고 있는 사례가 생긴다”며 “그러다 서로 부딪혀 낙상사고가 일어나기 때문에 헬멧을 필수로 써야 하는데 안 쓴다”고 우려한다. 배우질 않으니 중요성을 모른다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자전거 안전 교육을 실시하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자전거 동호회는 신입 회원들이 들어오면 자체적으로 기본적인 안전 교육을 실시한다. 또 주행 중 일어나는 사고에 대비하여 정비하는 법도 알려준다. 이런 점도 여러 사람과 함께 시작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흔히 말하듯 봄은 시작의 계절이다. 신년에 세운 계획은 벌써 조금씩 잊혀져가고, 오늘은 지나간 어제의 반복에 불과하다고 한숨짓는 순간, 그렇게 봄은 온다. 새해가 당신에게 새로움을 주지 못했다면, 봄과 함께 자전거를 시작하는 건 어떨까. 자전거와 봄바람이 당신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