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플 땐 자신을 돌보자!
마음이 아플 땐 자신을 돌보자!
  • 참여와혁신
  • 승인 2014.05.0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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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에 따른 고통 줄일 수 있다
균형 회복 시스템 무너지면 질환으로 이어져
[나만의 주치의]직무스트레스 대처

#1. 중소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옥희 씨는 최근 2달 동안 주말에 쉬어본 적이 없다. 물량을 맞추기 위해서 잔업과 특근이 많아졌기 때문에 특별히 몸이 아프지 않은 한 ‘쉰다’는 말을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소화가 안 되고, 목 뒤 근육은 항상 긴장되어 있고 가끔 두통도 있다.

#2. 직장생활 10년차인 민주 씨는 요즘 직장동료와의 갈등 때문에 상담실을 찾았다. 처음 ‘무시하면 괜찮아지겠지’ 하던 마음은 없어지고, 요즘에는 ‘너만 없으면 살 것 같은’ 상황이 되었단다. 동료를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쿵’ 하고 심장 박동치는 소리와 이유 없는 짜증이 돋아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어 몹시 괴롭고, 밤에 잠들기가 힘들단다.

#3. 경력단절 주부였던 연정 씨는 새로운 직장에 출근한 지 6개월인데 ‘60년 쯤 일한 기분’을 요즘 자주 느낀다. 퇴근 후에 집에 가면 식사 준비, 저녁식사 그리고 다시 설거지를 하다보면 마치 자신이 ‘일하는 로봇’이 된 기분을 느낀다. 설거지나 쓰레기 버리는 일은 남편이 좀 ‘알아서’ 도와주길 바라지만, 피곤하다며 소파에 누워 TV 채널만 돌리는 남편이 야속하기만 하다. 그래서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된 것 같고, ‘이런 생활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단다.

스트레스 방치하면 건강 해친다

위 내용은 사업장의 안전관리감독자 교육 시 ‘직무스트레스 대처 교육’에 참가한 이들의 사례다. 사례로 제시된 세 사람은 서로 다른 스트레스를 경험하지만, 스트레스에 따른 반응은 비슷하다. 짜증이나 화, 불안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자주 겪고, 두통, 소화불량, 근육긴장과 같은 신체적 증상이 있다. 심한 경우 수면에 문제가 생기고, 자신과 미래, 세상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을 자주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은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겪는다. 그러나 이것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 장기간 방치한다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왜 스트레스 요인이 다른데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은 비슷할까? 이것은 우리 뇌가 맘모스를 사냥하던 구석기인들의 싸움-도피 반응 기제와 같은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이 밤길을 걷고 있는데 등 뒤에서 낯선 이의 발자국 소리를 듣게 된다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당신이 상대를 강도로 판단했다면 맞서 싸울 것인지, 도망갈 것인지를 짧은 순간 결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몸은 그에 맞는 준비를 갖추게 된다. 신체의 모든 근육은 긴장하고, 동공이 확장되고, 입에 침이 마르며, 살짝 땀이 배고, 심장 박동은 빨라지는 반면 싸움-도망 반응에서 필요하지 않은 소화 같은 기능은 잠시 멈춘다.

▲ 스트레스 대처 교육 ⓒ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이러한 반응은 자율적이고 즉각적으로 나타나며, 뇌에서는 아드레날린, 코티졸과 같은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때 위협(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은 ‘생존’을 위해 아주 유용한 반응이다. 그리고 이러한 위협이 사라지면 우리 몸은 다시 평화를 되찾는다.

만일 이러한 스트레스 반응이 즉각적이고 자동적으로 처리되지 않는다면? 어디선가 들려오는 ‘어~흥’하는 소리가 호랑이 것인지, 원숭이 것인지, 아니면 내가 잘못 들었는지 하며 우왕좌왕한다면 호랑이 밥이 되기 쉬울 것이다. 생존을 위협하는 ‘어흥’ 소리는 다른 소리와 구분되며, 추론이나 판단과정 없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지름길(휴리스틱)을 뇌 속에 저장하도록 진화되었다.

이러한 지름길은 생존에 도움이 되었지만, 현대인들에게는 이러한 위협은 사라졌다. 생사(生死)가 걸린 스트레스 대신 돈, 날씨, 사람, 직장, 집안일 등과 같은 자질구레한 일상의 스트레스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몸은 여전히 싸움-도망 반응으로 스트레스에 반응한다. 더욱이 스트레스가 사라졌을 때에는 우리 몸이 균형상태가 되어야 하지만, 장기간 반복되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는 이러한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한다. 이런 상태가 되면 흔히 ‘스트레스로 인한’ 각종 질환들이 생기게 된다.

스스로의 몸과 마음에 주의 기울여야

스트레스는 다 나쁜 것일까? 만일 엄마의 잔소리가 없이도 매일 아침 잘 일어난다면, 시험이 없는데도 평소에 공부를 한다면, 마감이 없는데도 글쓰기를 잘 한다면,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무슨 일을 잘 하고 있다면 스트레스는 적을 것이다. 하지만 잔소리나 마감, 시험, 다른 사람의 부탁 없이 어떤 일을 ‘자율적’으로 해내지 못할 때는 스트레스가 필요하다. 적절히. 시험(스트레스)이 다가와 벼락치기할 때 긴장은 주의 집중이 잘 돼서, ‘이렇게만 공부한다면 전교 1등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스트레스에 대처해야 할까? 먼저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적 반응 기제를 알고, 자신의 몸과 마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근육이 긴장되어 있는지, 잠은 잘 자는지, 짜증이 늘었는지, 식욕이 줄거나 늘었는지. 요즘 자신의 기분이 생생하고 활기찬지, 기운이 없고 걱정이 많으며 축 쳐져있다고 느껴지는지.

이러한 반응이 있다면 자신이 지금 스트레스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이것은 마치 몸에 상처가 난 것을 알게 되면 상처가 덧나지 않고 잘 낫도록 가급적 덜 사용하거나, 약을 바르거나, 움직이지 않는 등의 조치를 취해 상처의 회복을 돕는 활동처럼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준비를 하게 한다. 업무가 많다면 줄이거나 쉬려는 노력을, 사람 때문에 힘들다면 힘들게 하는 사람을 잠시 피하거나 혼자 있는 노력을, 설거지나 빨래 등 집안일 때문에 힘들다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을 해야 한다.

‘스트레스 없는 삶이 어디 있겠느냐’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만큼 스트레스는 일상생활 어디에나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스트레스로 인해 얼마나 고통을 받느냐는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스트레스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또한 이에 대처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거나 흥미를 느끼는 취미활동을 통해 재미와 활력을 자주 느끼고, 적절한 대처 행동을 통해 신체를 과잉 각성상태로 몰아넣지 않아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씀’이지만, 이것은 자신에게 스스로가 주는 관심과 사랑이기도 하다. 그러니 아이를 보살피듯, 마음이 아플 때 자신을 돌보는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