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증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사원증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4.06.0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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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증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집단 반발부터 먼저 배우는 시대”
- KBS 성창경 미디어뉴스국장

1~3년차 기자들이 사내 게시판을 통해 올린 ‘반성문’에 대해 선배 언론인은 “아직 그대들은 더 많이 배우고 또 익혀야 한다”며 설교를 합니다. 한편 길환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29일부터 파업에 들어가기로 한 KBS 양 노조에는 “선동하지 말라”면서 “곧 선거가 다가오기 때문인가”라고 비꼬았는데요.

연륜 있는 선배로서 더 많은 것을 배우도록 당부하는 것은 훌륭한 조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집단 반발을 운운하는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반발이든 반항이든, 개별로 하든 떼로 하든 그게 왜 중요한 걸까요? 세월호 보도에 있어서 외압이 있었다는 정황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 것을 감안해 보면, 권력에 가까운 선배들은 사원증 잉크와 함께 염치도 양심도 하얗게 말려버렸나 봅니다.

“미행은 했지만 사찰은 아니다”
- 최동해 경기지방경찰청장

안산 단원경찰서 정보과 소속 형사 2명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미행하다 전북 고창의 ‘고인돌 휴게소’에서 딱 걸렸습니다. 들리는 얘기로는 자리를 피하기 위해서 일부러 시비를 걸기도 했다는데요. 최 청장은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아 이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하며 “유족들의 교통사고 등 안전을 보호하고 도움을 주려 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전에 알리지 못해 송구스럽지만 불법은 아니라고도 말했는데요.

유가족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범죄혐의 인지를 위한 것이네 어쩌네 하는 꼭지 도는 얘기는 차치하고라도, 대체 정보과 형사들이 민간인을 상대로 ‘미행’도 제대로 못하니 어쩌면 좋습니까. 국정원 요원들의 추태도 마찬가지고, 정녕 현실은 영화나 드라마랑 다른 거랍니까?

음주운전 뺑소니 이후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고 모 가수가 부르짖은 변명은 참 두고두고 요긴하게 써먹는 명언인 거 같습니다.

“이런 낭만이 있네요”
-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

“새벽에 지하철역을 찾아 승강장 철로 및 노반 청소 현장에서 함께 청소복을 입고 물청소를 했다,” 여기까지는 시장 후보로서 선거운동을 위한 좋은 그림이었을 것입니다. 이후 철로 청소가 수작업으로 진행된다는 관계자의 설명에 위와 같은 소감을 남겼다는데요. 선거 과정에서 일거수일투족이 민감한 이야기 거리가 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정 후보의 ‘어록’은 폭발적으로 쌓여 갑니다.

정 후보에겐 단 한 번의 경험이겠지만 매일같이 그 일을 하는 노동자들에게도 과연 낭만 있는 일일까요? 시장이 되면 보듬어야 할 시민, 공동체와 공감하지 못하는 말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는 것을 보면, 민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낭만 있는” 선거운동을 하고 계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