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파업하는 자체로 의미 있다
함께 파업하는 자체로 의미 있다
  • 이가람 기자
  • 승인 2014.08.1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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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똑같은 건설 현장, 이대론 안돼
현장 안전, 정부가 관리감독 해야
[인터뷰 1] 이용대 건설산업연맹 위원장
ⓒ 건설산업연맹

건설산업연맹 이용대 위원장실에 들어가면 ‘늘 처음처럼’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판이 걸려 있다. 짐작은 갔지만 굳이 위원장에게 이 문구의 의미를 물었다. 이용대 위원장은 ‘늘 처음처럼 투쟁해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며 자조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투쟁도 투쟁이지만 건설산업연맹의 요구안 역시 늘 처음과 같다. 안전문제 해결, 체불임금 지급, 노동자성 인정 등. 그만큼 건설 현장이 변한 게 없다는 이야기다. 지난달 22일 건설산업연맹은 올해 안에 이 문제들을 반드시 해결하겠다며 총파업을 했다. 총파업을 일주일 앞둔 이용대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의 소회를 들었다.

총파업에 이를 수밖에 없는 건설 현장의 현주소를 말해 달라.

“우리들의 파업 요구안은 대단한 게 아니다. 해마다 건설 현장에서 안전관리의 부재로 노동자들이 죽어간다. 더 이상 노동자들이 죽지 않도록 법대로 집행해서 안전한 건설 현장을 만들어 가자는 거다. 또한 건설 노동자들은 노동을 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게 일상화가 됐다. 이 두 가지 사안이 가장 큰 문제다. 해마다 이 사안을 내걸고 투쟁하고 있다.”

22일 경고파업을 한다. 민주노총 동맹파업인 만큼 파급력은 어느 정도 예상하나.

“2013년도에 조직된 건설 노동자들이 2만 여명 정도가 상경 투쟁을 했다. 이번에는 공동으로 하는 총파업이기 때문에 더 많은 인원이 올 것으로 판단한다. 파급력도 파급력이지만 건설산업노조연맹이 세 개의 가맹조직(건설노조, 플랜트노조, 건설기업노련)이 한꺼번에 모여서 공동으로 목소리를 내는 자체로 의미가 크다. 건설 현장의 노동자들과 건설기업 사무직 노동자가 함께 의지를 모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세 가맹조직들 간의 입장차는 없었나.

“각자 일하는 현장이 다르니 요구안들은 다르다. 공동의 요구안들이 있고 각자의 요구안도 있다. 대정부 요구안은 이미 전달을 했지만 파업 한번 했다고 바로 전개될 건 아니라고 본다. 건설산업노조연맹에 있는 조합원 자격으로 대정부 투쟁을 지속적으로 진행하자고 결정한 것이다. 한번만으로 끝낼 게 아니라 이런 전통을 만들어 놓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나름대로는 생각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민주노총 내 조직들이 22일 동맹 파업을 선언하면서 시기집중의 부담감도 있을 거다. 날짜 맞추기에 급급한 측면은 없었나.

“부담이 있다. 아시다시피 노동조합이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된 거라 의견들이 다양하다. 조합원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설득하는 데는 굉장한 어려움이 따랐다. 공동으로 파업을 끌어내기 위해 현장의 조합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시간이 꽤 길었다. 공동이라는 목적이 정확하게 있었다.

지금 건설 현장은 옛날 박정희 정권 초기 시절인 60년대 중반에 경제개발계획 하면서 일본 법을 따라 만든 법을 그대로 하고 있다.

기술, 장비, 인프라 등 시대가 굉장히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 그 법을 계속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게 우리 공동의 생각이다.

옛날 법대로 계속 하면 부작용이 나는 것을 누구나 다 아는데도 왜 이렇게 하느냐, 현실에 맞게 법을 고쳐서 건설 산업이 후퇴되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산업이 돼야 한다고 세 가맹조직이 요구하는 거다.”

체불임금과 임금인상, 안전 문제 등 늘 같은 사안이 반복된다. 건설 현장의 노동조건이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는 원인은 어디에 있나.

“첫째로 안전문제는 노동안전보건법이라는 게 있다. 그 법대로 잘 집행 되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법을 집행하다 보면 금전이 수반 된다. 그러다보니 사용자들이 금전을 쓰는 걸 굉장히 꺼려하는 성향이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노동 조건이 좋은 건설 현장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에 대해, 말 그대로 잘 하는 데는 박수 좀 쳐주고 못 하는 데는 혼도 내라고 했다. 하지만 여기엔 관피아가 연결 돼 있다. 건설 기업의 사회이사나 임원은 결국 관에서 오래 재직했던 분들의 자리다. 이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다보니 건설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잘 되고 있는데 왜 그러느냐는 식으로 넘어가는 관행이 굳어졌다고 본다.”

계속해서 변하는 것이 없다면 실제 파업 투쟁의 영향력이 없는 것 아닌가.

“건설 노동자들이 수십 년 동안 숨죽여 살다가 노동조합의 규모가 커진지는 10여년 됐다. 꾸준히 지금까지 대정부 투쟁을 하면서 성과도 많이 이뤄냈다. 과적 문제, 건설노동자 고용개선 권고법, 체불보증제도, 주 40시간 노동 등에서 법적 개선을 했다. 그러나 우리가 성과를 낸 만큼 자본과 권력은 또다시 결탁해서 새로운 착취구조를 접목시켰다. 이런 이유로 도로 아미타불이 되지 않았나 싶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문제가 부각되는데 건설 현장 분위기는?

“세월호 참사 이전부터 건설현장에선 우리 스스로 안전을 지키기 위해 안전교육을 해오고 있었다. 세월호 이전에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있을 때도 건설 노동자들이 예단을 했었다. 10톤이 다녀야할 도로인데 20톤이 계속 다니면 다리가 하중을 받게 된다. 사고가 나는 게 인지상정이라 정부에도 건의를 했었다. 과적을 없애야 다리가 안 부러진다고 말이다. 그러나 사용자의 이해가 맞물리니까 계속 넘어가곤 했다.

이번에 우리가 총파업을 하는 원인은 국민의 생명을 경시하는 정부에 있다.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권력자들이 국민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다는 게 피부로 와 닿았다. 더 이상 노동자들이 죽어가지 않도록 종지부를 안 찍을 수 없다. 통계적으로 1년에 건설 노동자들이 800여명이 업무상재해로 사망하지만 실제론 통계에 잡히지 않는 노동자들도 있다. 한꺼번에 800명이 죽어야 사회 쟁점이 되려나, 답답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