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는 사양 산업? 선입견 바로잡을 것
섬유는 사양 산업? 선입견 바로잡을 것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4.08.1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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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집약적, 고용률 높이려면 섬유산업 육성해야
조합원에게 실질적 도움 줄 수 있는 연맹 활동 해야
[인터뷰 2] 권영덕 전국섬유유통노련 위원장
ⓒ 섬유유통노련

올해로 창립 60돌을 맞은 섬유유통노련은 한국노총 산하 회원조합 중 제일 맏형이다. 과거 국내 산업을 섬유업종이 주름잡던 시절, 조합원 수는 20만 명에 이를 정도로 거대했다. 하지만 섬유산업이 1980년대를 정점으로 점차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연맹과 연맹산하 단위노조 역시 그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6월 치러진 임원 선거에서 경합 끝에 위원장으로 당선돼 앞으로 3년간 연맹을 이끌어나가게 된 권영덕 위원장을 만나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박빙의 결과라고 들었다. 선거 과정에서 소감은 어떠한가?

“말 한대로 너무 치열한 선거였다. 이젠 선거 이후의 연맹에 대해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선거 공약 중 가장 무게를 실었던 것은 화합하고 단결된 연맹이었다. 현실에서 봤을 때 어느 조직이든 경선을 치르고 나면 그 후유증을 치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선거 이후의 보폭도 그것을 감안하고 있다. 당선 인사를 드리는 것도 나를 지지하지 않았던 조직이나 대의원들에게 우선하고 있다. 더욱 소통하고 협조하면서 빠른 시일 내 연맹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도록 할 것이다.”

선거에서 특별히 강조한 사안이나 어필하려 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노동조합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강조했다. 현장 중심과 정직성, 그 두 가지를 갖고 선거운동을 했고 조합원과 대의원을 만났다. 굳이 지난 집행부 얘기를 할 필요는 없지만, 노조는 어느 단체보다 정직성과 도덕성이 중요시된다. 그것을 바탕으로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가져가야 한다. 그래야만 산하 단위노조들은 연맹을 신뢰할 것이고, 집행부와 사무처는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겉으로 드러났던 나의 이러한 원칙과 소신이 지지를 받았던 게 아닌가 싶다.”

산업구조 변화와 맞물려 연맹의 시각이나 활동은 어떻게 달라져 왔나?

“섬유업종은 다단계의 생산공정 단위로 분업화돼 있다. 원재료를 생산하는 면방, 화섬, 모방업체에서 중간 생산공정인 직물, 염색, 가공업체를 거치고, 의류업체가 완성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된다. 이 단계를 업스트림, 미들스트림, 다운스트림이라고 구분한다. 분업화된 섬유산업이니만큼 연맹 조직도 면방, 화섬, 모방, 직물·염공, 의류·유통 등 5개 업종별 부회(분과)를 갖고 있다.

업스트림은 대기업 위주이지만 미들, 다운스트림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나 영세한 소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국내 섬유산업 전체를 보면 10인 이하의 중소업체가 전체의 86%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연맹은 조합원 수로 봤을 때 65.8% 정도가 업스트림에 집중돼 있으며, 미들스트림이 12.4%, 다운스트림이 21.7% 수준이다.

문제는 미들스트림에 인력난이 극심하다는 점이다. 경기북부와 안산반월단지 등 염색 가공업체가 밀집돼 있는 지역을 보면 구인이 안 돼서 불가피하게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다. 그런데 외국인 노동자들 역시 쿼터제에 가로막혀 필요한 인력의 수급이 어렵다. 해당 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불법체류 노동자를 암암리에 고용하는 실정이다.

미들스트림 단계가 무너지면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노동자들의 고용 역시 대단히 불안정해진다. 이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점들에 대해 연맹은 한국섬유산업연합회와 공동으로 실증적인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섬유산업이 침체된 가운데 연맹 차원에서 고민하는 점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이고 첨단 산업에 비해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정부 차원에서 섬유산업을 이른바 사양 산업으로 낙인찍는 것에는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생산은 물론 유통, 의류판매 등 섬유와 관련된 산업에 종사하는 인구를 생각해 보자.

최근 국가정책으로 고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 공공근로사업이니 시간제 일자리니 많은 시책을 펼치고 있는데, 고용률을 높이는 데 얼마나 실질적으로 기능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섬유산업 육성 정책에 그만큼 노력을 기울였다면 대폭 수치가 반등했을 것이다.

매출액 대비 채용 근로자 수가 많은 섬유업체는 대기업으로 분류돼 세제 혜택이나 고용지원 혜택을 거의 받을 수 없다. 안타깝게도 이와 같은 현실은 다시 고스란히 섬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으로 반영된다. 임기 동안 이런 점을 대외적으로 알려나가는 데 노력할 생각이다.”

한국노총 5개 산별의 ‘제조연대’ 활동에 연맹이 최근엔 불참해 왔다. 복귀 의사가 있는지? 아울러 제조연대 활동의 의의를 찾자면 어떤 부분이 있나

“2001년 1월 출범했던 제조연대가 2005년 즈음 선거 등의 입장차이로 소강상태에 있었다. 당시 본래의 취지는 조직 통합을 추진해 명실상부한 제도산별의 건설이었다. 하지만 잘 알고 있다시피 조직의 통합에는 여러 가지 난관이나 진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내가 2008년 연맹 위원장으로 당선되면서 이듬해부터 이른바 2기 제조연대가 재가동되기도 했다. 물론 조직마다 온도차가 있고 각자 생각하고 있는 바가 있었겠지만,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연대 활동의 폭을 넓히고 접점을 쌓아가자는 의미에서 활동을 추진했다.

특히 교육 사업이라든지 각종 현안과 관련된 활동의 경우 공동 대응하기로 했었다. 실제로 매년 발간하는 임단투 지침서를 공동 편찬하기도 했고, 교섭위원이나 법률학교 교육을 같이 하기도 했다. 당시 노동부문의 최대 현안이라 할 수 있었던 노조법 개악과 관련한 공동 집회도 계획했었다. 이를 실행에 옮기진 못했지만 리본을 제작해 현장에서 개악 노조법을 홍보하는 데 주력하기도 했다.

앞서 말했듯 조직의 통합이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함께 머리를 맞댈 이슈를 꾸준히 만들어가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조직 통합이나 제조산별 건설 등의 결과물을 말하기는 이르지만, 다시금 현안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