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개선 효과, 기대할 수 없다
자율개선 효과, 기대할 수 없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4.08.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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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개선 강제할 입법 뒤따라야
대상 확대 · 기준 세분화 등 보완 필요
[분석 1] 고용형태공시제

지난 7월 1일 고용노동부는 올해 처음으로 시행된 고용형태공시제 결과를 공개했다. 공시 대상 사업주 2,947곳 중 2,942곳이 이번 공시에 참여해 99.8%의 공시율을 기록했다. 이처럼 높은 공시율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여전히 고용형태공시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 속내를 들여다본다.

ⓒ 금속노조

고용형태공시제, 처음 시행되다

고용형태공시제는 일정 수 이상의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업주가 매년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노동자의 고용형태 현황을 고용안정정보망에 공개적으로 게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같은 고용형태공시제는 기간제, 사내하도급 등 직·간접고용 비정규직이 확산되면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노동자의 고용형태를 공시함으로써 기업이 자율적으로 고용구조를 개선하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고용형태공시제 도입을 위해 지난 2012년에 고용정책기본법이 개정된 이래, 지난해 6월에는 고용정책기본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공시 대상 사업주들은 올해 3월 1일을 기준으로 처음 고용형태를 공시했으며, 지난 7월 1일 고용노동부는 그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민간부문과는 달리 공공기관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이미 고용형태공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경우 연 4회 분기별로 공시하며, 5년간의 현황을 공시하게 된다. 이번에 도입된 민간부문의 고용형태공시제는 최근 3년간의 고용형태 현황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민간부문의 고용형태공시제는 공공기관에 준하는 사회적 책임을 선도할 수 있도록 300인 이상 노동자를 상시 고용하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도입됐다. 이때 상시고용 300인 이상 사업주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직접고용 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판단한다. 이렇게 선정된 공시 대상 사업주는 매년 3월 1일을 기준으로 고용하고 있는 노동자의 고용형태를 공시해야 한다.

공시 내용에는 해당 사업주가 직접 고용하고 있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주 소속이면서 공시 대상 사업주가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파견, 하도급, 용역 등의 노동자도 포함된다. 직접 고용 노동자는 다시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 기간제 노동자, 기타 노동자로 분류된다. 통상적인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은 단시간(시간선택제) 노동자를 합산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로 공시하고, 기간제 노동자와 계약기간을 정한 단시간(시간선택제) 노동자를 더해 기간제 노동자로 공시해야 한다. 또 사업주가 직접 고용하고 있으나 재택·가내 노동자이거나 일일노동자인 경우에는 기타 노동자로 공시한다. 일일노동자는 위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와 기간제 노동자를 제외한 직접고용 노동자를 가리킨다.

한편 사업주가 파견, 용역, 도급계약 등을 통해 인력파견업체, 하도급업체, 용역업체 소속의 노동자를 사용하는 경우, 이들의 수를 모두 합산해 소속 외 노동자로 공시해야 한다.

다만 이와 같은 고용형태공시제는 해당 사업주에 강제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은 아니다. 즉 고용형태를 공시해야 하는 기업이 공시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규정은 현행법에 없다. 이 같은 점을 보완하고자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 등을 활용해 공시의무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업종별, 규모별로 고용형태공시 현황을 분석해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공시의무 이행을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공시의무를 지닌 기업이 공시를 하지 않을 경우 미공시 상태로 국민에게 공개한다는 방침도 세워두고 있다.

반대로 공시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고용구조를 개선하거나 정규직이 크게 증가한 기업에 대해서는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공시의무 이행과 성실공시를 유도할 계획이다. 이 같은 기업에는 일자리 유공 등 표창 추천, 근로감독 및 국세조사 면제 등과 같은 혜택이 주어진다.

비정규직 비중 37.3%

이상에 따라 지난 7월 1일 고용노동부는 올해 처음 시행한 고용형태공시제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공시에는 대상 기업 2,947곳 중 2,942곳이 참여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919곳으로 가장 많고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이 699곳으로 뒤를 이었다. 규모별로는 상시 1,000인 미만 기업이 2,265곳이고 1,000인 이상 기업은 677곳이었으나, 노동자 수 비중은 반대로 1,000인 이상 기업이 3,041천 명으로 1,323천 명의 1,000인 미만 기업의 2.3배에 달했다.

공시된 기업의 고용형태를 보면 전체 노동자 4,364천 명 중 직접고용된 노동자는 3,486천 명이었으며, 소속 외 노동자는 878천 명(20.1%)이었다. 직접고용된 노동자 중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을 합한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는 2,738천 명으로 전체의 62.7%였다. 기간제 노동자는 모두 2,472곳에서 활용하고 있었는데 675천 명으로 전체의 15.5%였고, 재택·가내 노동자 및 일일노동자 등 기타 노동자는 578곳에서 활용하고 있었으며 그 수는 73천 명이었다.

이번 공시에서 나타난 주요 특징을 보면 규모별로는 기업 규모가 클수록 직접고용 비율이 낮고 소속 외 노동자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000인 이상 기업은 전체 소속 외 노동자의 80%에 해당하는 700천 명을 사용하고 있었다. 기업 규모를 세분해서 소속 외 노동자의 비중을 보면 300인 이상 500인 미만 기업 13.5%, 500인 이상 1,000인 미만 기업 13.4%로 나타난 반면, 1,000인 이상 5,000인 미만 기업 18.8%, 5,000인 이상 기업 26.5%로 나타나 기업 규모가 클수록 소속 외 노동자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기간제 노동자의 비율은 1,000인 미만 기업 23.8%, 1,000인 이상 기업 17.2%로 나타나 1,000인 미만 기업에서는 상대적으로 기간제 노동자의 활용 비율이 높았다.

공시 대상 기업 전체 노동자 중 남성은 65.3%, 여성은 34.7%였다. 그 중 직접고용 노동자는 남성 77.9%, 여성 83.%로, 남성보다 여성의 직접고용 비율이 다소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기간제 노동자 비중은 남성 15.5%, 여성 26.1%였으며 기타 노동자 비중은 남성 1.9%, 여성 2.4%로 나타나, 여성의 경우 기간제 노동자와 기타 노동자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산업별로는 서비스업종의 직접고용 비율이 제조업과 건설업의 직접고용 비율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소속 외 노동자 비율이 49.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서비스업의 경우 직접고용 노동자 중 기간제 노동자 비율은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 49.3%, 숙박 및 음식점업 40.0% 교육서비스업 39.0% 등으로 다른 업종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전체 기간제 노동자 675천 명 중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의 기간제 노동자는 301천 명으로 44.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에서는 소속 외 노동자 비율이 24.8%를 차지해 4명 중 1명은 소속 외 노동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내에서도 조선업(64.5%), 철강금속(37.8%) 등은 특히 소속 외 노동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반면, 전기장비(13.5%), 섬유의류(15.7%), 전자부품·컴퓨터 및 통신(16.1%) 등은 상대적으로 소속 외 노동자 비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에서 볼 때 전반적으로 대규모 기업과 조선 등 제조업 중심으로 소속 외 노동자 활용 비율이 높고, 서비스업 중심으로 기간제 노동자 활용 비율이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또 산업별, 규모별로 기간제 고용이 많을수록 소속 외 노동자 활용은 적게 나타났으며, 반대로 소속 외 노동자 비중이 높을수록 기간제 비중은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는 무기계약직을 포함하더라도 62.7%에 불과했으며, 소위 중규직으로 불리는 무기계약직을 제외한 정규직의 비율은 여기에서 더욱 낮아진다. 반대로 기간제 노동자와 기타 노동자, 소속 외 노동자의 비중은 37.3%에 달한다. 특히 소속 외 노동자의 비중이 20.1%에 달해 비정규직 중에서도 간접고용이 직접고용을 넘어서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고용노동부

‘비정규직 공장’ 동희오토는 빠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고용형태공시제 공시 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 7월 16일 오후,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케이블방송통신공대위는 ‘민간기업 불법간접고용 현황과 좋은 일자리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고, 7월 1일자로 공개된 고용형태공시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이 제시한 바에 따르면 이번 공시 결과 중에는 상당부분 허위공시가 포함돼 있다. 예컨대 모 사업장의 경우 지난 2010년 고용노동부의 ‘300인 이상 사업장 사내하도급 현황’ 조사에서 생산직 노동자 중 사내하도급 비율은 39.8%(정규직 1,132명, 사내하도급 749명)에 달했다.

올해 이 사업장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 1,817명, 기간제 17명, 소속 외 노동자 28명으로 공시했다. 기간제와 소속 외 노동자를 합쳐 비정규직 비율은 2.8%이다. 결국 이 사업장에서는 700명 이상의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이 직접고용, 그것도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로 고용형태를 전환한 셈이다. 하지만 지난 4년간 그와 같은 소식은 나온 적이 없다.

이 같은 사례와 관련 홍석범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허위공시에 대한 제재 수단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자료의 신뢰도를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허위공시가 자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한다. 공시 결과를 보더라도 300인 이상 기업의 비정규직 비중은 37.3%에 달할 만큼 높은 수준인데, 그 공시 결과도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서비스기사의 처우와 관련해 올해 문제가 되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역시 이 같은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박점규 집행위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가 전국 176개 센터에서 간접고용하고 있는 서비스기사는 1만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 같은 서비스기사들이 이번 공시에서는 모두 빠진 채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와 직영점에서 일하고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만 포함됐다. 그 결과 기간제와 소속 외 노동자를 포함한 삼성전자서비스의 비정규직 비율은 4.7%로 나타났다.

더 심각한 것은 ‘비정규직 공장’으로 알려진 동희오토와 같은 사례다. 기아자동차와 동희산업의 합작회사인 동희오토의 정규직은 사무관리직 140명뿐이다. 이 회사의 생산직은 모두 사내하도급 업체 소속으로 그 수는 1,250명에 달한다. 하지만 동희오토는 이번 공시 대상에서 빠져 있다. 이 기업의 상시고용 노동자 수는 정규직 140명뿐으로 공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가 단지 동희오토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상시고용 노동자 수가 300명을 약간 넘어서는 기업들이 직접고용 규모를 줄여 그 수를 300명 미만으로 떨어뜨리면 고용형태공시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비정규직, 특히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고용의 질이 정규직에 비해 낮다고 할 때, 상시고용 노동자 300인 이상으로 한정된 고용형태공시 대상은 질 낮은 일자리를 포함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는 결국 고용형태공시제가 의도하고 있는 기업의 자율적인 고용개선이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게다가 현재의 고용형태공시제에서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 기간제, 기타 노동자, 소속 외 노동자의 4가지 형태로만 고용형태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어,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고용형태를 드러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개인사업자로 등록은 돼 있으나 사실상 노동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즉 특수고용노동자는 이 같은 공시 대상에 포함될 여지가 없다. 예컨대 학습지교사나 보험모집인, 화물차량 지입차주 등은 고용형태공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의 고용형태공시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우선 공시 대상 기업을 상시고용 노동자 300인 이상에서 간접고용을 포함한 전체 노동자 수 30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전체 사업장이 고용형태를 공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지만, 당장 모든 사업장에서 고용형태공시제를 시행하는 것이 어렵다면 위 동희오토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체 노동자 수 300인 이상 사업장으로 고용형태공시 대상 기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삼성전자서비스 사례와 같이 고용형태가 왜곡되지 않도록 고용형태공시 대상에 하도급 업체에 외주화한 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공시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허위공시를 하더라도 현행법에는 아무런 제재 수단도 존재하지 않는데, 법률을 개정해 공시의무 불이행이나 허위공시를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게 하는 처벌조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나아가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고용형태를 보여줄 수 있도록 고용형태의 공시기준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올해 처음 시행한 고용형태공시 결과를 따르더라도 기간제, 기타 노동자, 간접고용 노동자를 합해 비정규직이 37.3%에 이를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더구나 앞에서 지적한 대로 공시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허위공시를 한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상시고용 노동자 300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공시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이를 감안하면 비정규직의 비중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고용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다. 고용노동부가 밝힌 것처럼 고용개선 우수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기업의 자율개선을 유도하는 것은 그간의 경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그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민주노총이 고용형태공시 결과에 대한 논평에서 지적했듯이 “기업의 자율개선에 맡기겠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따라서 고용형태공시제가 고용개선이라는 효과를 거두려면 고용형태 개선을 강제할 수 있는 입법 등의 보완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