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하느니 뭐라도 하는 게 낫다
생각만 하느니 뭐라도 하는 게 낫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14.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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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생각하기보단 전기충격 선택
인간은 외부와 연결되려는 욕구 강해
과학칼럼니스트

스마트폰을 갖게 된 이후로 심심할 틈이 없다. 전화나 정보검색은 당연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해 세상과 소통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음악을 듣고, 책을 보고, 동영상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일까지 손바닥 위에서 간단하게 해결된다. 이런 신통방통한 기기 덕분에 우리는 혼자 있어도 가만히 있는 대신 뭔가 할 수 있다. 물론 그만큼 생각에 집중할 시간은 줄어들었다. 언뜻 보면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가 등장하는 바람에 홀로 생각에 집중하기 어려워진 모양새다. 그런데 사실은 그 반대일지 모른다. 인류는 원래 홀로 생각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같은 도구가 생각할 시간을 줄인 게 아니라, 무언가를 끊임없이 하고자하는 우리의 본능이 심심할 틈 없는 세상을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짧은 시간조자 ‘행동 없이 생각하기’ 못 견뎌

아무 무늬도 없는 빈 방에서 짧게는 6분, 길게는 15분 정도 머물며 생각만 하라고 한다면 어떨까. 평소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간절했던 사람이 많으니 기꺼이 이 기회를 즐길 것 같다. 하지만 이 실험에 참가한 미국의 대학생들은 이 경험이 그리 즐겁지 않다고 대답했다. 생각에 집중하기는 어려웠고 잡념이 생겼다는 것이다. 인간을 일러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던 파스칼의 말이 무색해지는 결과다. ‘생각’이라는 인류만이 가진 두드러진 특징을 즐기지 않는다니 어쩐지 이상하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이 실험을 진행한 미국 버지니아대 심리학자인 티모시 윌슨(Timothy Wilson) 박사도 처음에는 ‘사람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생각하는 걸 얼마나 즐기는지’ 알아보려고 했다. 그런데 빈 방에서 ‘아무 행동 없이 생각만 하기’를 주문받은 사람들은 생각만 하기를 즐기기는커녕 오히려 힘들었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윌슨 박사팀의 첫 실험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휴대전화와 책, 종이, 연필 등을 받지 않은 상태로 빈 방에 홀로 남겨졌고 6~15분 정도 혼자 지낸 뒤 질문지에 답했다. 그 결과는 409명의 참가자 중 절반 정도가 이런 시간을 견디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생각할 주제를 주더라도 큰 차이는 없었다. 혹시 학생들이 불편했던 이유가 생소한 환경 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학생들의 집에서 같은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고, 집 전화를 확인하는 등 ‘아무 행동 없이 생각만 하기’라는 규칙을 어기는 행동만 더해졌다.

나이를 먹은 사람들은 ‘아무 행동 없이 생각하기’를 즐기지 모른다고 생각한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의 연령대를 18~77세로 늘렸다. 참가자들의 직업 등 배경도 다양하게 추려서 100명이 이번 실험에 참가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홀로 생각하는 걸 싫어했다. 윌슨 박사는 “놀랍게도 노인들조차 홀로 생각하거나 숙고하는 걸 즐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루함 떨쳐내려 스스로 고통주기도

그렇다면 사람들은 홀로 생각하는 걸 얼마나 싫어하는 것일까. 연구진은 이를 측정하려고 ‘전기충격’ 장비를 이용했다. 이번 실험에는 남녀 대학생이 참가했는데 미리 약한 전기충격, 바퀴벌레 사진, 칼로 병을 긁는 소리 중에 가장 피하고 싶은 걸 고르게 했다. 그 결과 모든 학생들은 전기충격을 피하려 했고, 일부는 이를 위해 돈을 낼 의사도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종전과 같은 실험을 설계하고, 단추를 누르면 전기충격을 주는 장치를 추가했다. 그러자 전기충격을 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던 학생들이 단추를 눌렀다. 남학생 18명 중 12명이 4번 이상 단추를 눌렀고, 여학생들은 24명 중 6명이 단추를 눌렀다. 이들에게는 자기만의 생각을 하며 15분 동안 홀로 앉아 있기가 이미 피하고 싶다고 밝혔던 전기충격을 받는 것보다 더 싫었던 것이다.

“마음은 세상에 관여하도록 설계됐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건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다. 우리에게는 가만히 앉아서 우리 주변과 스스로를 정신적으로 분리하고 내면을 돌아보며, 과거를 떠올리고 미래를 계획하는 등 상상하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이런 능력을 가졌다고 해서 즐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외부 세상에 관심을 갖고, 외부 활동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고 싶은 본능이 더 큰 것처럼 보인다.

윌슨 박사는 “마음은 세상에 관여하도록 설계돼 있다”며 “심지어 우리가 혼자 있을 때에도 우리 관심은 대체로 외부 세계로 향하고 있으며, 명상 같은 훈련이 없다면 대부분 사람은 외적 활동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사람들이 홀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길 어려워하는 정확한 이유를 찾기 위해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만약 사람들이 혼자 생각에 빠지길 좋아했다면 지금과는 조금 다른 문명이 만들어졌을지 모른다. 혼자 지낼 공간이 많고, 모임이나 축제도 지금보다 훨씬 적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은 웬만하면 고독한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비행기 좌석에서 영화가 나오고, 기차역에 서점이 있어 책을 들고 기차에 오를 수 있게 해준다. 또 집집마다 인터넷이 연결돼 있고, 하루에도 몇 시간씩 텔레비전을 보면서 홀로 생각하는 시간을 줄이고 있다. 그만큼 세계와 연결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강하다는 의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