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린 ‘변방’의 사람이 돼 버렸다”
“그동안 우린 ‘변방’의 사람이 돼 버렸다”
  • 박상재 기자
  • 승인 2014.09.0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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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형태 제각각…4대보험 가입도 안 된 경우 있어
지도자도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안전망 마련되길
[인터뷰 6] 송영대 한국축구인노동조합 사무총장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kr

한국축구인노동조합이 지난 7월 28일 설립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리고 8월 28일 조합원 총회를 통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체육계에서 지도자 노조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송영대 한국축구인노동조합 사무총장을 통해 그들이 왜 노동조합 설립을 결심했는지 들어 보았다.

한국축구인노조가 설립됐다. 체육계 지도자 노동조합이 설립된 게 이례적인 일이기도 한데, 노동조합 설립 동기가 궁금하다.

“시작하게 된 동기는 현직 지도자들이 불이익을 당했을 때 힘을 쓸 수 없다는 점이었다. 혼자 힘으로 모든 부당한 처우에 대해 맞서야 하는 것이다. 정말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지도자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겠지만, 사실 대부분 지도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팀을 완성도 있게 만들어가는 도중에 계약해지나 재계약을 거부당하는 경우이다. 이 때 서로가 힘이 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에서 노동조합 설립을 결심했다.

한 10년 전부터 이런 게 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실천에 옮기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처음엔 지도자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전문가들과 계속 교류하며 다른 사례들을 보기도 하니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설립을 결심했고, 그렇게 1년 정도 구체적인 준비를 거쳐 지금까지 왔다.”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을 말하는 것인지?

“모든 인사 결정권을 쥐고 있는 ‘오너’ 입장의 사람들은 단기간에 높은 성과를 이루기만을 바란다. 따라서 현직 지도자들은 단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가시적인 결과에만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 있고, 더욱 윗사람 눈치 보기 급급해진다. 시합이 끝나고 학부모들과 식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계약 해지의 사유가 되고,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높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이유로 재계약을 거부당하고. 이런 건 다른 누가 취임을 해도 마찬가지의 결과를 보인다.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선수생활을 하다가 지도자 길로 접어드는데, 축구만 하던 사람들이 재계약을 못하면 더 낮은 조건의 지도자 자리를 찾을 수밖엔 없다. 그마저도 자리가 없어서 대기해야만 하는 상황이라 고용자 입장에서는 ‘사람은 많으니 아쉬우면 나가라’는 태도로 지도자를 대한다. 결국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되는 상황이 반복된다.”

현직 지도자들의 전반적인 근무 환경이 대해 궁금하다.

“근무환경은 천차만별이다. 초·중·고등학교 모두 다르다. 초등학교는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중·고등학교는 200~300만 원, 대학교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 중에는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감독들도 있다. 특별한 가이드라인도 없고, 이를 견제하는 세력도 없으니 나오는 결과다. 근속연수는 보통 2~3년 정도인데, 1년 단위로 끊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 외에도 주말리그를 하다 보니 주말 출근은 당연하고, 출근 시간도 다 제각각이다.”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kr

지도자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축구협회를 상대로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것인가?

“그렇다. 제도적인 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와 같은 사업장을 상대로 요구를 한들 그 쪽도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운동부에 대한 지원 제도가 없으니, 학교 측에서도 예산 책정이 안 되는 것이다. 축구인노조가 축구협회에 요구해 기본적인 틀을 마련하도록 할 것이다. 제도적 틀은 지도자뿐만 아니라 선수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대부분 축구부 운영비용은 거의 학부모 주머니에 의존하고 있는데, 결국 금전적인 이유로 운동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는 선수들도 많다. 지도자, 선수 모두 ‘변방’의 사람들이 돼 버렸다.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지도자의 근무 형태가 어떤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처음 팀을 맡고 원하는 성과를 내기 위해선 충분한 5년 정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처음 팀을 맡을 때는 본인의 색깔을 반영할 선수단을 구축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입생을 통해 점차 지도자의 스타일에 맞게 선수단을 구축하고, 선수단을 교육하고 목표를 달성하기위해 필요한 시간이다. 하지만 실제 현직 지도자들은 일단 눈치 보느라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다며 2년 계약을 맺는다. 그러다 재계약도 실패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이제 출범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조합을 이끌어 나갈 것인가?

“지금은 조합원을 모으는 게 우선이다. 8월 28일에 출범식을 갖는데, 지도자들은 모두 선·후배 관계라 거의 매일 연락을 하고 지내며 관계를 유지했었던 만큼 조합원을 모으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8~9월 중으로는 최소 500명, 연말까지는 1,000명을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모인 조합원들과 고용안정을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데 노력할 것이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지도자들도 정년을 보장받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지도자들이 설 곳을 잃으면 이를 보조해 줄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한 것이다. 지도자로서 갖는 직업적인 특수성도 있고,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들이 많지만 조합원 서로 의지하며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