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이후 무너진 조직 복원, 이제 새로운 도전 시작
파업 이후 무너진 조직 복원, 이제 새로운 도전 시작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4.11.0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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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중심으로 조합원 신뢰 다시 쌓아
비정규직 정규직화 남은 과제, 자신 있다
[인터뷰 5] 서성학 SC제일은행지부 위원장

2010년 65일 동안 파업 이후, SC제일은행지부는 조직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조합원들의 마음이 노조에 등을 진 가운데 임기를 시작했던 서성학 위원장은 지난 3년을 힘들지만 보람 있었던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kr

3년 임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소감은 어떤가?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노사가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위원장을 맡게 됐으니까. 우선 계속해서 적자가 나고 있다. 올해에도 3천억 원 정도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동조합은 파업 이후 조직이 완전히 파괴된 상태였다. 지도부도 뿔뿔이 흩어졌다. 파업 이후 6천 명 수준의 조합원이 2천 명 규모로 줄어들었다. 게다가 은행은 850여 명 규모의 명예퇴직도 진행했다.

일각에서는 이제 SC제일은행지부는 끝났다고 했다. 파업 이후의 상처를 보듬어 안고 회복하기까지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다고 했다. 과연 새 집행부가 제대로 채울 수 있을지 미심쩍어했다. 안팎으로 저렇게까지 무너진 상태에서 과연 노조를 꾸려갈 수 있을까 걱정스런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나?

“오히려 위기가 기회라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졌다. 2005년 이후 입행한 직원들이 천 명 정도 되는데, 이들 젊은 신입 직원들과 은행 안에서는 연령별 갈등도 종종 일어나는 상황이었다. 노동조합의 무너진 조직력을 복원하면서 이왕이면 은행 조직 발전에 걸림돌이 될 이런 다양한 종류의 계층 간 갈등까지 해소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 왔다.

우선 현장 중심의 활동을 대폭 강화했다. 노동조합 간부 전체가 밖으로 돌면서 노동조합의 역할과 활동에 대해서 조합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현장의 영업 환경이나 근무 중에 어떤 것 때문에 힘들어 하는지, 노동조합에는 어떤 주문을 하고 있는지. 과거에는 현장에 나가서 인사만 하고 왔다는 시늉만 내는 정도였다면, 간부들에게 아예 현장에서 살라고 주문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면밀히 내용을 준비하면 은행과의 협상에서도 대단히 전략적으로 대응이 가능하다. 현장에서 생산성을 높이려면,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고 영업 성과를 고취시키려면 어떤 것이 필요한지 굉장히 구체적으로 노동조합 안을 제시할 수 있는 거다.

퀄리티 높은 문화행사를 노동조합이 지속적으로 주최한 것도 중요했다. 노조가 파업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다행히 이러한 노력이 계속될수록 조금씩 조합원들의 마음이 녹기 시작했다.”

무기계약직 직원들이 노조에 가입했다.

“비정규직 직원들의 노동조합 가입은 임기 중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전체 조합원의 1/3 가량을 차지한다.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하고, 정규직과 복지 부문을 완전하게 같게 만들었다. 남아 있는 과제는 정규직 전환인데 이 역시 만들어낼 자신이 있다.

이들 직원이 조합원으로 들어왔다는 것은 노동조합의 조직력이 다시 복원됐다는 의미다. 만약 노조가 전면 파업에 들어간다면, 대체 근무를 해야 하는 계약직 직원들이 함께 파업에 들어간다. 단순히 외형만 커지는 정도가 아닌 것이다. 은행의 입장에서도 긴장을 안 할 수 없다. 노동조합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는 것이다.”

지나치게 사측에 협조적이라는 비판은 없었나?

“조합원들을 더 이상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는 얘기를 취임식 때 했다. 현실적이고 실리적인 노동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희생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위원장과 노조 상임 간부들이 먼저 희생해야 할 거다. 그렇다고 투쟁을 안 한 것도 아니다. 지난 1월에는 고객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서 금융권 최초로 전국의 조합원들이 모여서 장외 집회를 열었다.

파업 당시의 현안이었던 호봉제 폐지, 차등성과급제 도입, 후선발령제 시행과 같은 것들을 계속 지켜냈다. 현장의 강압적인 근무 환경들을 바꿔내는 투쟁도 계속해 왔다. 겉보기에만 치중되어 있는 강경한 투쟁을 내세우기보다, 차근차근 현장의 아쉬운 부분들을 개선해 나갔다. 잃어버린 신뢰가 다시 노동조합에 쌓이기 시작했다.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린 부분은 은행과 협상해 나가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은행의 입장에서도 대화가 통할만 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결국 임금이나 복리 후생 등 조합원들의 권익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연월차와 무관하게 재충전 휴가를 1년에 15일까지 쓰도록 의무화했으며, 복지카드의 수준도 금융권의 최고 레벨이다. 통상임금 문제도 금융권 최초로 상여금과 수당 전부를 통상임금 범위에 포함시켰다. 정년연장 역시 만 62세까지 늘렸다. 지금 보통 임금피크제를 끼워서 만 60세 정년연장이 추세지 않나.”

최근 은행장의 생활을 공개하며 비판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는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마지막 하루가 남았어도 부당한 부분에 대해선 투쟁할 것이다. 노동조합이 정당한 길을 걸어가면 결국 좋은 결과가 남는다는 것을 반드시 경영진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계속 적자가 나고 있는 가운데, 영업 현장의 직원들은 그야말로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판공비며 마케팅 비용도 축소했다. 인력난에 시달려 가며 점심도 굶고 오로지 은행이 잘 되게 하기 위해 일하고 있다. 그런 판국에 은행장이 초호화 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점은 납득할 수 없다. 오히려 더욱 검소한 모습을 보이며 감성경영을 해 나가도 모자랄 판에 이와 같은 모럴해저드는 참 서글픈 현실이다. 빨리 은행장의 해명과 재발 방지를 통해 현장 직원들의 동요를 막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