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체계적인 매뉴얼로 전략적인 투쟁을 할 때”
“이제는 체계적인 매뉴얼로 전략적인 투쟁을 할 때”
  • 박상재 기자
  • 승인 2014.11.0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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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맹 사업장, 모두 산별전환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
‘알권리법’으로 새로운 국면 맞아
[인터뷰 4] 신환섭 화섬노조 위원장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kr

지난 10월 1일 신환섭 화학섬유노동조합 위원장이 세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신환섭 위원장은 여전히 풀어가야 할 숙제가 많다. 전반적으로 무너진 지역 본부들을 추스르는 문제와 산별노조로의 전환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게다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알권리법’을 계기로 화학 사업장이 높은 관심을 받아가는 가운데 화섬노조 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신환섭 위원장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일까?

간단히 당선 소감을 밝힌다면?

“노조 위원장을 6년 했는데, 노동운동을 시작한 지는 한 20년 정도 됐다. 위원장으로 활동한 시간들이 가장 힘들었다. 이명박 정부부터는 사실 싸움을 해도 성과를 뚜렷하게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장도 무기력해지고, 나 또한 많이 지쳤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타임오프제, 복수노조 등 법이 많이 바뀌다 보니 중앙 본부에서도 이를 대응하는 방법을 빠르게 마련하지 못했던 점도 사실이다. 그래도 조직 파행을 겪으며 조직이 식물 상태까지 간 상태에서 이들을 다시 추스르고, 깨진 사업장을 복원해 이제는 대구·경북 지역본부를 제외하고는 정상화가 된 점이 나름대로의 성과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산별노조 위원장이자 화섬연맹의 위원장이기도 한데, 통합 위원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이젠 산별 전환 사업에 치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환되지 않은 사업장은 그동안 나름대로의 대응 방식들을 구축해놨기 때문에 산별 전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곳이 많다. 연맹 위원장이 따로 있을 때는 이런 연맹 사업장들의 요구를 수용하느라 산별 전환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다면, 통합 위원장은 이러한 문제를 조율해 나가기가 좀 더 수월한 면이 있다. 따라서 기존 연맹 사업장에 들어갔던 예산을 줄이며 정리해 나가도록 할 것이고, 산별 전환 사업을 중심으로 더욱 많은 투자를 할 것이다.”

산별 전환을 이끌어내기 위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사실 연맹 사업장이라고 한다면 LG계열사가 전부라고 할 수 있는데, 신규 노조는 더 이상 연맹 산하로 받지 않겠다는 화섬의 방침 아래 LG MMA나 생명과학과 같이 LG계열사 중 산별로 노조가 설립된 곳도 있긴 하다. 다만 오랜 시간 자체적으로 교섭을 진행해왔던 만큼, 산별 전환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기 때문에 기존 사업장을 전환시키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따라서 이젠 특정 사업장 몇 군데를 타깃으로 삼아 집중적으로 힘을 쏟고, 순차적인 산별 전환을 해 나갈 생각이다.”

산별 전환과 더불어 ‘알권리법’이 주목을 받으면서 화섬노조의 역할도 중요해졌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갈 계획인가?

“연맹의 작년 최대 사업이 ‘발암물질 없는 현장 만들기’였고, 거기서 비롯해 알권리법까지 이어져 왔다. 게다가 구미 불산 사고와 같이 큰 사고가 났을 때 우리 조합원들은 직접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노동자이자, 지역 시민이기 때문에 더욱 와 닿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화섬노조에서는 알권리법과 관련한 사업에 모든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예를 들면 발암물질 없는 사업장에서 시작해 안전지도 만들기 사업까지 이어갔던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바닥부터 공감대를 형성해 지역의 이슈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는 법을 바꾸는 시기마다 투쟁을 하는 것도 있겠지만, 걷기 대회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자연스럽게 알릴 장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사고들이 개인에게 ‘당사자의 문제’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결국 화학물질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기업을 압박할 수 있는 방법이자, 지역 사회와 함께 조직 강화를 해 나갈 수도 있는 계기를 마련할 방법이기도 하다.”

피죤지회처럼 구조조정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조직 강화도 힘들 것 같은데.

“피죤 같은 경우 워낙 잘 알려져 있다시피 회장의 경영 방식은 말도 안 될 정도로 심각하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우리 내부적인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윤재 회장은 벌써 몇 번이나 노조를 깨 본 사람이다. 그 방식이 구조조정 하고, 뒤로 돈 찔러주고 분열시킨 뒤 노조 해체하는 것과 같이 일련의 매뉴얼에 따라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노조에는 그러한 매뉴얼이 없다. 그러다보니 일면에서는 어차피 이기지도 못할 거 잠깐 싸우는 척 하고 나중에 돈 주면 그거 받고 관두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 결국 계속 싸우겠다는 사람들이 얼마 남지 않게 되고, 질 수 밖에 없는 걸 알면서도 버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2기에서 3기로 넘어오면서 계속 고민하는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이번 3기의 목표는 여러 상황들을 취합하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매뉴얼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는 2기와 3기의 차이점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 기존 2기가 조직 안정화를 위한 내부 조율이 목표였다면, 3기에서는 자본의 성격에 맞춘 매뉴얼을 기반으로 전략적으로 투쟁해 나갈 때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