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함께 일해도 나를 부를 호칭이 없다”
“10년을 함께 일해도 나를 부를 호칭이 없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4.12.1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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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업무지원직, 현장에서 구분 없다?
“분리하거나 합치거나, 한 가지로 확실히 하라”
[인터뷰 4] 윤정욱 한국마사회 업무지원직노조 위원장

한 지붕 네 노조, 한국마사회는 직원들의 근무형태에 따라 각기 노조가 설립돼 있는 대표적인 복수노조 사업장이다. 중규직의 설움을 호소하고 있는 업무지원직의 현 상황의 모습을 윤정욱 한국마사회 업무지원직노조 위원장을 통해 엿본다. 

ⓒ 박종훈 기자 jhpark@laborplus.co.kr

한국마사회 안에 노동조합은 매우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황은?

“말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은 다양하게 조직돼 있다. 우선 마사회 정규직들로 구성된 한국노총 공공노련 한국마사회노조가 있고, 파트타임 근로자들의 한국노총 공공노련 한국마사회 시간제경마직노조,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의 한국노총 공공노련 한국마사회 업무지원직노조가 있다. 그리고 조교사들에게 고용된 마필관리사들의 조직인 한국노총 공공연맹 전국마필관리사노조가 있다.

무기계약직 노조인 업무지원직노조가 출범할 당시,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교섭창구단일화제도에 따른 사측과의 교섭 부분이었다. 교섭 대표노조가 정규직노조가 되면서, 업무지원직의 현안 해결에 집중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 물론 조직 간 협의를 통해 소기의 성과도 있었지만 앞으로 더욱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업무지원직노조 조합원들이 가장 바라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

“조합원들이 가장 큰 불만을 갖고 있는 점은 역시 처우에 대한 차별, 특히 임금 격차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업무지원직의 임금은 기본급으로만 비교해 봐도 정규직의 39% 수준이다. 정규직은 급여규정에 따라 기본급 외에도 시간외근로수당, 휴일근무수당, 연차휴가수당, 장기근속수당, 정근수당, 가족수당, 대우수당, 직무대행수당, 특수직무수당 등이 가산된다. 조직의 성과에 따라 성과상여금도 덧붙는다. 하지만 업무지원직은 휴일근무수당, 중식비, 특수직무수당 밖에 없다.

그런 상황이니 조합원들에게 이른바 준법 투쟁에 대한 얘기를 하기도 한다. 어차피 정해진 예산 안에서 인건비를 상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연장근무 같은 것을 거부하자는 얘기다.

문제는 부서나 팀 안에서 일을 하다보면 이게 금 긋는 것처럼 명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는 거다. 정규직 직원 중 누군가 아프거나,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일을 못 하게 될 경우엔 할 수 없지 않나? 업무지원직이 대신 그 일을 도맡게 된다.

안 그래도 정규직과 업무지원직의 일이 일선 현장에서는 구분되지 않는 현실이다. 당초 업무지원직이라는 직군이 신설될 때 목적과는 다르게, 현장의 정규직 직원의 고령화, 도태에 따라 많은 업무가 혼재돼 진행된다.”

조합원들이 느끼는 불만이 현장에서 표출되기도 하나?

“10년을 근무해도 정규직 신입직원 초임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는다. 근로 의욕이 생기려야 생기기 어려운 실정이다.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표현을 사회양극화와 관련해 흔히들 쓰지만, 업무지원직이 체감하는 감정은 더욱 크다.

하다못해 일터에서 호칭 문제만 해도 그렇다. 업무지원직의 경우 딱히 직급이 없어서 부를만한 호칭이 마땅치 않다.

장기 근속한 조합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당장 계좌에 들어오는 급여 액수도 서글프지만,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자기를 부를 때 제대로 불러줄 호칭이 없다는 점에 새삼 울컥한다고 그런다.

노조에서 주장하는 것은 간단하다. 이왕에 처우의 차등이 있으니 업무지원직을 말 그대로 별개의 직군으로 온전히 분리, 관리라도 하라는 거다. 직급, 호칭 문제와 같은 사소하고 간단한 문제에도 뚜렷한 방침이 없다는 것은, 사실상 회사가 업무지원직 문제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는 의미다.”

ⓒ 마사회업무지원직노조

업무가 혼재돼 있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가?

“업무분장표를 예로 보면 업무지원직이 정규직과 동일노동을 하고 있다는 게 너무 잘 드러난다. 경마를 하는 날처럼 실제 일하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다. 제조업 생산공장에서는 사내하청이나 파견 근로자들이 하다못해 조끼라도 다른 색상을 입고 있는데, 우린 어떤가?

안 그래도 마필보조 업무는 위험하고 신체적 부상의 위험이 크다. 나도 마찬가지고, 오래 근무한 업무지원직들이라면 한 번쯤 큰 부상을 입어본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누군가 다치거나 아프면 그 업무를 대신 수행해야 할 거 아닌가. 일반직, 업무지원직할 거 없이 여유 인력이 곧바로 대체되어 일해야 한다.

물론 조직의 운영 상 가등급, 나등급의 업무지원직처럼 정말 말 그대로 스페셜리스트들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들을 별도로 관리하고 사용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라등급, 마등급, 바등급은 사실 어떤 기준에서 등급이 나뉘는지 아주 모호하다. 비슷한 자격요건임에도 불구하고 과천경마장에서는 마등급으로 일하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제주경마장에선 바등급으로 일하는 직원도 있다. 관리, 운용 프로세스가 없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