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교가 아니라 원칙에 확신 가진다
기교가 아니라 원칙에 확신 가진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5.01.1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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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사제도 저지·직군통합, 다사다난했던 첫 3년
카드사 공통 현안 대응할 연대 고리 모색
[사람] 이경 KB국민카드지부 위원장

ⓒ김효진 객원기자 kkimphoto@gmail.com
은행, 카드사 등 일정 규모의 금융 사업장 노동조합들이 최근 직면한 비정규직 이슈는 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속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기간제 직원들의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서 고용안정이라는 한 고비를 넘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별도의 직군을 신설해 조직 내에서 처우에 차등을 두는 부분은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소위 ‘중규직’에 대한 논란이 그것이다. 뭐라고 부르든 ‘정규직’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조직 발전 보고 정공법으로 돌파

각 사업장마다 차이는 있지만 특히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이와 같은 문제를 개선해 나가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임금이나 복리후생 등의 처우를 끌어올려서 정규직 직원들과의 차등을 줄이려는 시도도 있다. 기존 정규직의 하위 직급이나 호봉에 일괄적으로 통합을 시킨 예도 있다.

지난해 10월 재선에 성공한 이경 KB국민카드지부 위원장도 임기 동안 일반직과 사무직, 분리직군 통합을 이끌어낸 바 있다. 노동조합이 주도한 직군통합에 대해 내부에서의 불만도 상당했다고 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직군통합은 318명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거예요. 조직 내에선 그게 싫은 사람도 있어요. 나는 좀 더 노력을 했기 때문에, 어려운 시험에 합격했기 때문에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고요.

또 최근의 추세를 보면 다른 조직도 비슷하지만 결정적으로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아니라면 조합원들이 잘 안 뭉쳐요. 직군통합 이슈와 달리 신인사제도 저지를 위해 노조가 나섰을 때의 분위기가 사뭇 달랐던 것도 그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경 위원장이 소신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직무에 있어서 차이를 정확히 구분할 수 없는 내부 구성원들이 실질적으로 처우에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이 조직 전체의 발전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명확하다는 것이다.

또 일부 불만을 갖고 있는 이들도 있겠지만, 조합원들의 수용도 조사를 벌였을 때 70% 이상 다수가 노조의 안에 대해 지지를 보냈다는 점도 든든한 배경이 되었다.

“임기 동안 경영진이 두 번이나 바뀌면서 결국 세 명의 사장을 만났습니다. 앞으로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죠. 1년 임기 자리보전에 급급한 경영진도 많습니다. 그러면 누가 주인의식을 갖고 조직을 끌어나가야 할까요. 조직에 애정을 갖고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자율경영, 독립경영의 모범적인 사례가 될 거라고 설득했습니다.”
 

형식적인 소통은 더 이상 필요 없어

이경 위원장은 지난 임기 초, 막 당선됐을 즈음만 하더라도 노동조합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 임기 3년 동안 앞서 언급한 굵직한 사안에 대응하는 것 이외에도, 조합원들과의 소통 문화를 바꿔나가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분회 순방과 같은 활동을 많이 바꿨죠. 보통 점심이나 저녁식사, 술자리를 같이 하고 헤어지는 형식적인 자리였거든요. 어디든 점심시간이 끝나는 오후 1시에 맞춰서 갑니다. 그리고 하위직급 직원들부터 한 명씩 면담을 해요. 본부 직원들 같은 경우엔 노조 사무실에서 하기도 하고요. 그러고 나서 업무시간이 종료되면 직원들의 의견을 물어서 식사를 가거나 합니다. 모두 65개의 분회가 있는데, 분회 순방을 이처럼 노동감찰 겸 면담시간으로 문화를 바꿨습니다. 현장의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창구가 되지요.”

이 위원장은 카드사 노동조합 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같은 업종이니 각자의 사례를 공유하기도 하고 연대할 수 있는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블랙컨슈머, 감정노동에 대한 문제 역시 동종 사업장 노동조합이 연대해 대안을 마련하려고 한다. 카파라치 제도 도입과 같이 금융당국이 실질적으로 건전한 영업에 훼방을 놓는 현실 여건을 바꾸기 위해서도 연대의 힘은 필요하다고 느낀다.

옥신각신 늘 부대낄 수밖에 없는 게 노사관계지만 궁극적으로는 두 축이 조직의 변화와 발전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점은 한결 같은 생각이다.

“친구가 밥을 사주고 타사 카드로 결제하려고 하면 빼앗아 구겨버리고 제 카드로 계산했을 정도로 애사심이 있었습니다. 회사든 노동조합이든 기득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고, 묵묵히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구성원들이 상실감을 갖지 않게 해야 돼요.

정치적인 부분에 휘둘리며 뚝딱 1년 만에 분사가 진행되며 혼란들이 있었고, 첫 임기 3년은 그런 비상식적인 제도 변화를 막느라 소모가 컸습니다. 앞으로 3년 임기는 그동안 집행부가 쌓아온 기조와 문화를 지켜내며, 더 많은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