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그래의 희망은 끝내 꿈일까요?
장그래의 희망은 끝내 꿈일까요?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5.02.1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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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호 작가가 그린 만화 <미생>이 드라마로 만들어져 크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할 줄 아는 거라곤 바둑밖에 없던 주인공 ‘장그래’가 종합 무역회사에 들어가 일한 2년을 그렸던 만화였죠. 저는 드라마는 보지 않았습니다만 원작 만화를 참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주인공 장그래는 소위 말하는 비정규직입니다. 2년간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일하죠. 노동문제를 다루는 잡지에서 기자로 일하면서 늘 접하게 되는 비정규직의 실제 모습이 저런 모습일까 생각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모든 비정규직이 장그래와 같은 모습이지는 않을 겁니다. 하는 일도 입는 옷도 가지고 있는 생각도 모두 다르겠지요. 하지만 한 가지는 모두 같을 것 같습니다. 바로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그것이죠.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많은 노동자들이 장그래를 보면서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감정이입을 경험한 것은 그런 희망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장그래는 끝내 정규직이 되지 못합니다. 2년의 기간이 지나고 나서 계약해지를 통보받게 되죠. 그런 부분 또한 현실의 비정규직이 늘 경험하는 부분일 겁니다. 그렇게 비정규직은 매번 ‘희망고문’을 당하면서도 계약을 갱신합니다.

정부가 그런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며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내놨습니다. 내용을 보니 그동안의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군요. 뭔가 대단한 것을 내놓을 것처럼 떠들수록 내용은 보잘것없고 실망만 더 커진다는 경험 말입니다.

게다가 기간제의 경우이긴 합니다만 최대 계약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겠다는 대목에 가선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2년의 희망고문도 모자라 이제는 4년간 희망고문을 당하라는 말과 다름없는 말이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그게 비정규직의 바람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더군요. 참 이상합니다. 제가 모든 비정규직을 만난 것도 아니고 딱히 비정규직에 대한 통계를 낸 것도 아닙니다만, 그동안 만났던 비정규직들로부터 기간연장을 원한다는 말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비정규직의 바람이랍니다. 누구의 귀가 문제인지는 독자 여러분께서 판단하시리라 믿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커버스토리로 화이트칼라, 사무직 노동자의 현실을 다뤄봤습니다. 사무직 노동자의 현실을 총체적으로 보여드리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만, 그들이 고민하고 있는 한 자락이나마 드러내고자 애썼습니다.

이번 호도 늦어졌을 뿐만 아니라 두께까지 얇아졌습니다. <참여와혁신>을 기다리고 계셨을 독자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

조금 있으면 설 연휴입니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 가족과 친지를 만나는 즐거움에 미소부터 짓게 됩니다만, 그런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도 주변에 있다는 점을 한 번쯤은 생각하는 명절이 됐으면 합니다. 명절에도 일해야 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넬 수 있는 <참여와혁신>의 독자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건강하고 즐거운 명절 보내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