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맞더라도 해야 할 일
돌 맞더라도 해야 할 일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5.02.1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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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증세’ 논쟁이 뜨겁다. 그 시작은 지난 연말 담뱃값 인상이었다. 한편에서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담뱃값 인상을 통한 금연 유도는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보건정책일 뿐 증세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담뱃값 인상은 가난한 서민에게는 실질적인 증세나 다름없는 ‘서민증세’라고 공격했다.

증세 논란이 격화된 것은 ‘13월의 세금폭탄’이라는 연말정산이었다. 연말정산 방법이 기존의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뀌면서 많은 이들이 혼란스러워 했다. 연봉 기준 5천 5백만 원 이상 받는 고소득자는 세금을 더 내야 하겠지만 그 미만의 중산층과 서민에게는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던 정부의 설명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이러다 보니 그동안 별 말이 없던 직장인들의 분노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콘크리트 지지율’이라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기야 30% 선도 무너져 20% 대로 내려앉았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굳이 이런 얘기를 꺼내는 건 이 시점에서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화두 하나를 제시하고자 함이다. 바로 세금 문제다. 국가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조세를 징수하고 재정 지출을 통해서 재분배함으로써 사회의 형평성과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일이다. 즉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 많이 걷고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는 적게 거둬서,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정책에 재정을 투입함으로써 소득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적 긴장도를 낮추는 게 국가의 일이다.

그런 기능의 중요한 수단인 세금과 관련해서는 예로부터 한 가지 원칙이 있었다. 바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이다. 그런 원칙을 놓고 보면, 우리나라의 조세제도는 기형적으로 보인다. 간접세를 제외하면 세금을 내지 않는 국민이 거의 40%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세금이 조금이라도 오를라치면 온 나라가 한바탕 소동에 휘말린다.

원칙대로 하자면 최저임금을 겨우 받든 고액연봉을 받든 소득을 얻는 모든 사람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게 맞다. 그게 단 몇 푼에 불과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걷힌 세금으로 가난한 사람,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면 된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자기가 내는 세금보다 훨씬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하면 된다. 그것이 조세와 재정을 통해 소득재분배를 해야 하는 정부의 역할이다.

물론 이번 연말정산처럼 ‘꼼수 증세’ 논란이 불거지게 만든 건 순전히 정부의 미숙함이다. 직장인의 입장에선 담뱃값 올리지, 주민세 올린다고 하지, 증세는 없다면서 정작 내 주머니만 털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만들었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연말정산에서 성난 직장인을 달래기 위한 조삼모사 정책이 아니라, 소득이 있는 모든 국민에게 과세하고 이를 소득재분배의 원리에 따라 집행하는 일이다. 그걸 왜 이 정부에서 해야 하느냐고 따지지 마시라. 돌 맞더라도 그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