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노무현 대통령이 ‘파워 그룹’
민주노총·노무현 대통령이 ‘파워 그룹’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6.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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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장관·언론 ‘강세’…두 노총 위원장 ‘약세’

창간특집

창간2주년 특집 전문가 조사Ⅰ

대한민국 노사관계는 누가 움직이는가

대한민국 노사관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단체로 민주노총이 꼽혔다. 월간 <참여와혁신>이 창간2주년을 맞아 노·사·학의 노사관계 전문가 100명(민주노총 20명, 한국노총 20명, 기업 30명, 학계·전문가 30명, 명단은 박스 참조)을 대상으로 한국 노사관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개인이나 집단을 꼽아달라고 주문한 결과 민주노총이 65명의 지목을 받아 ‘최고 영향력 집단’으로 꼽혔다.

 

지난해 실시된 같은 조사에서 3위에 머물렀던 민주노총으로서는 약진한 셈. 지난해 영향력 1위였던 노무현 대통령은 한 단계 내려앉아 2위를 기록했다. 모두 58명이 지목. 3위는 이상수 노동부 장관(28)이, 4위는 언론(27)이 차지했다. 5위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23), 6위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22), 7위 여론(19), 8위 노동부(15), 9위 한국노총(13), 10위 경총(8)이 뒤를 이었다.

 

민주노총이 대통령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조사된 것은 의외로 볼 수 있다. 사회 전 분야에서 대통령이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통령중심제 국가인 우리의 현실을 볼 때는 이변이라고 할 수도 있다. 특히 기업 인사노무 담당 임원들의 경우 조사대상 30명 중 22명이 민주노총을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민주노총을 지목한 전문가들은 ‘개별기업의 노사관계, 임단협에 막대한 영향 행사’, ‘현실적인 투쟁력이 있는 집단’, ‘대화나 타협보다 투쟁지향적 성향’, ‘노동운동의 여전한 중심세력’ 등의 이유를 꼽았다.이같은 결과에 대해 한국노사관계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인하대 정재훈 교수는 “민주노총이 가지고 있는 강한 투쟁성과, 그로 인해 산업현장의 산업평화 유지 여부에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현재 민주노총 내 강경파의 목소리로 인해 민주노총 전체의 이미지가 필요 이상으로 과격하고 미숙한 집단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제하고 “바로 이러한 미성숙한 조직 차원의 행동이 국민경제 전체적인 관점에서의 생산적인 노사관계 형성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평가자들의 걱정을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설문대상 전문가들은 하반기 들어 노사관계 로드맵, 산별노조 전환, 한미 FTA 협상 등의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민주노총의 강경투쟁 노선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것이 노사관계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동부 장관 약진 눈길

노무현 대통령이 영향력 2위로 밀려난 것 또한 ‘이변’으로 볼 수 있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고, ‘무기력감’까지 느껴지는 현재의 상황이 노무현 대통령의 순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대통령 중심제에서 대통령의 철학과 입장이 중요’하다는 점과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 및 방향 결정’, ‘노동관련 기관에 대한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는 등의 이유로 노무현 대통령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평가도 많았다.
특히 학계에서는 응답자 30명 중 20명이 대통령을 영향력 1순위로 꼽아 학계 조사 순위로는 1위를 차지했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3위를 기록한 것은 전임 김대환 장관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조사에서 4위를 기록했는데, 2명의 응답자는 김 전 장관을 영향력 있는 인물로 직접 거명하기도 했다.
이상수 장관을 지목한 이유로는 ‘정부의 노사관계 정책방향 결정’, ‘정책총괄자’, ‘향후 전개될 로드맵 입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 등의 이유가 꼽혔다.
주목할 점은 한국노총 응답자 2명 중 1명(10명)이 이상수 장관을 지목했다는 점이다. 이는 민주노총 응답자 중 이 장관을 지목한 사람이 2명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한국노총 응답자들은 ‘김 전 장관 시절에 비해 대화와 타협 분위기가 강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언론·여론 영향력 점점 커진다

지난해 조사에서 5위, 9위에 위치했던 언론과 여론이 4위와 7위로 올라온 것도 눈에 띈다.
‘언론이 여론의 전달자 역할을 한다’거나 ‘노동운동 방향이 과거와 다르게 국민들의 지지 없이는 안 된다’, ‘집단행동도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노사관계 및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대하는데 지대한 공헌’, ‘노사관계 발전, 노동기본권 보장의 걸림돌’이라는 불만 속에서 언론과 여론의 영향력을 해석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응답자는 언론에 대해 “최근 들어 노사관계의 주요이슈를 선점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등 오히려 정부기관을 견인하는 수준”이라고 답변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해보다 한 단계 올라선 5위에 랭크됐다. 반면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6위에 머물러 지난해 조사에서 대통령에 이어 2위를 기록했던 이수호 전 위원장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이용득 위원장에 대해서는 ‘노동운동의 방향전환 모색’, ‘신노사문화 전환’ 등 새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대한 평가가 많았다. 다만 이 위원장은 자신이 속한 조직인 한국노총 응답자들로부터 몰표(12)를 받았고 ‘노동계 대표로서 고군분투 하지만 별 성과가 없는 게 흠’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조준호 위원장은 ‘전임 위원장에 비해 개인의 영향력이 많이 약화되었다’는 평을 들었다. 임기 1년의 보궐 위원장이라는 점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8위를 기록해 지난해 10위에 비해 두 단계 올랐지만 지목 빈도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경총은 노동부와 자리를 바꿔 지난해 8위에는 올해는 10위를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기업 응답자 중 경총을 지목한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반해 민주노총에서 5명이 지목했다는 것이다.
기업 인사노무 담당자들은 경총의 역할에 대해 불신과 불만을 갖고 있고, 산별교섭의 파트너로 경총과 만나는 일이 잦은 민주노총은 오히려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이외에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 최고경영자(2)를 비롯, 민주노동당, 비정규 노조, 노사정위원회, 금속노조, ILO, 기획예산처, 노사정위원장 등의 의견도 있었다.


노사관계 발전에 기여한 집단 ‘없다’
한편 지난 한해 동안 노사관계 발전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개인이나 집단을 묻는 질문에는 ‘없다’는 응답이 58%에 달했다. 민주노총 16명, 한국노총 10명, 기업 15명, 학계 17명 등 모든 조사대상 집단에서 없다는 응답이 과반수를 넘었다. 많은 응답자들은 ‘노사관계의 발전이 아니라 오히려 퇴보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없다는 응답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지목 빈도를 기록한 것은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11)이었다. 이 위원장은 한국노총 4, 기업 5, 학계 2명의 지지를 받았다. 노사정 대화 적극 참여, 투자 유치 활동, 민주노동당과의 선 긋기 등 민주노총과의 연대를 모색하던 지난해와 달라진 이 위원장의 행보가 재계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끌어왔다.

 

이런 가운데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을 지목한 경우가 10명에 달하는 것은 주목된다. 기업 7명, 학계 3명이 김 전 장관이 노사관계에 기여했다고 꼽으면서 ‘법과 원칙에 따른 노사관계 관행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단 한 사람도 김 전 장관을 지목하지 않아 노사의 상반된 시각을 보여줬다.


이외에 한국노총(4), 민주노총(3) 등이 꼽혔지만 대부분 자신들이 속한 상급단체를 꼽은 노동계 답변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 김태환 전 한국노총 충주지부장, 현대중공업노조, GS칼텍스노조, 언론, 전태일기념사업회, 민주노동당 의원을 꼽은 경우도 있었다. 

 

 

어떻게 조사했나

<참여와혁신> 창간 2주년 기념 노사관계 전문가 설문조사는 노동계(양노총 각 20명), 기업(30명), 학계·전문가(30명) 등 100인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노동계는 주요 기업 노조 위원장이나 상급단체 임원급, 기업은 인사노무 담당 임원, 학계·전문가는 노사관계학회 소속 연구자를 중심으로 명단을 작성했다.


지난해 실시된 조사에서는 노동계 40명, 기업 20명, 학계 20명, 정부 20명으로 구성했으나 올해는 정부 관계자를 배제했다. 지난해 조사 결과 정부 관계자들의 경우 신분상의 문제를 들어 응답을 꺼리거나 익명을 요청해 응답률이 40%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대신 기업과 학계의 인원을 늘렸다.


해마다 실시되는 조사의 연속성과 응답의 일관성을 위해 가능하면 지난해 응답자와 같은 사람들로 선정했으며, 자리를 옮긴 경우에는 같은 직책을 맡은 사람으로 했다. 설문 구성은 노사관계 영향력 등 해마다 같은 내용으로 구성되는 6개 문항과 현안 문제 5개 문항 등 총 11개 질문으로 구성됐으며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조사했다.


또한 설문에 응답한 100인의 명단은 공개하되 개별 질문 내용에 대한 개인의 응답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조사 _ 박경화·함지윤·김경아·김창기·윤종혁·현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