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때문에 차별받거나 배제되는 사람 없어야
언어 때문에 차별받거나 배제되는 사람 없어야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5.03.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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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설득 가능한 말 사용, 꾸준한 노력 필요
공공언어부터 쉬운 우리말로 바꿔 쓰자
[우리 말글 바로 쓰기]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 인터뷰

누구나 우리 말글을 바르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종종 자신도 모르게 남들이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사용한다.

그동안 노동계에서는 쉬운 우리말을 바르게 사용하는 데에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참여와혁신>은 한글문화연대와 함께 ‘우리 말글 바로 쓰기’ 운동을 하려고 한다. <참여와혁신>은 앞으로 노동계에서 나오는 각종 성명서와 보도자료, 연설문을 모아 더 분명하게 뜻을 전달할 수 있게 바꾸는 기사를 연재한다. 이번 호에서는 첫 순서로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로부터 우리 말글을 바르게 쓰는 것이 왜 중요한지 듣는다.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한글문화연대를 소개해 달라.

“사람들은 한글 하면 한글학회를 먼저 떠올린다. 한글학회는 학자들 모임이고 학회다. 한글문화연대는 우리 말글을 지키는 것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시민단체다. 한글날을 공휴일로 재지정하는 데 앞장서는 등 많은 일을 했지만 잘 알려지지는 않은 것 같다.

한글문화연대가 집중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언어 같은 공공언어 중에서 어려운 외국어와 한자어를 없애고 쉬운 말로 고치는 일이다. 특히 국민의 안전이나 생명, 재산, 기본권을 규정하는 말 가운데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바꾸고 있다.”

“국어는 곧 인권”이라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

“국어는 우리에게 익숙할 뿐만 아니라 우리 생각을 표현하고 규정하기 때문에 가장 쉽다. 우리말 어순에 따라서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모두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말 어순으로 말하는데도 ‘컨센서스(consensus)’ ‘싱크홀(sink hole)’ ‘이머전시(emergency)’처럼 그 안에 알아듣지 못할 외국어들이 넘친다.

외국어를 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못 알아들을 사람들이 있는 말을 쓰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그것이 사람들의 생명이나 안전에 위협을 줄 수 있고, 재산상의 손해를 입힐 수도 있다. 기본권이 위축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공무원이 그런 말을 사용한다면, 국민은 그런 공무원 앞에서 자기생각을 표현할 때 일단 주저하게 된다. 결과적으로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까지도 억누를 위험이 굉장히 높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제도나 정책,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데에서 중요하다. 그래서 언어, 우리 국어도 인권으로 볼 필요가 있다. 인권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언어 때문에 차별이 생기고 배제되는 국민이 생기고 일등국민, 이등국민으로 가려질 수 있다. 그런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줄임말이 유행하고 있다.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는 하다. 그중에는 오래 지속될 말도 있고, 유행처럼 사라질 말도 있다. 문제는 말을 줄여 쓰는 언어습관이 굉장히 깊게 박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소통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하지 않고 뭐든지 줄이려고 하는 게 문제다.

공적인 언어생활과 사적인 언어생활을 구분해야 한다. 가령 가족과 대화할 때 가족끼리만 통하는 은어를 사용하는 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공적인 부분에서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말이 될 때는 조심해야 한다.

개인도 누구나 공적인 언어생활을 하고 있다. 회사에서 문서를 작성하거나 학생들이 교과서를 읽고 문제의 답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상생활에서 공사가 섞여 있다. 그런 상황에서 구분해서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 써야 할 자리와 그렇지 않은 자리를 가려서 사용해야 한다.”

우리 말글을 바르게 쓰는 것이 왜 중요한가?

“우리 말글을 잘 쓰고 그것을 통해서 사람들의 의사소통 능력이 더 좋아진다면 매우 효율이 높다. 가장 중요하게는 우리 국민 전체 중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공동체, 언어공동체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국민 전체가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수준을 높이는 일이다. 언어에서 차별하지 않는 대한민국이 될 때 다른 모든 권리에서도 차별하지 않는 나라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로 효율이 높아지면 경제 분야, 문화 분야,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좀 더 좋은 결실을 볼 수 있다. 문화나 경제에서 더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의사소통의 효율이 높아지면 경험을 교류하는 능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잘 연마되고 단련된 생각방법은 말과 글로 표현돼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말과 한글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잘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대화수준을 높여주는 작용을 하면서 대화하고 글을 쓰고 토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하는데, 우리나라 교육이 그렇지 못하다.

우리말과 글을 잘 써서 더 나은 민주공화국을 만들어내고, 차별과 배제를 줄여 경쟁하지만 사람답게 사는 느낌을 주는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언어공동체로부터 출발한다.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우리말과 한글을 제대로 쓰는 게 중요하다.

노동조합운동이 만들고 쓰는 말에 어려운 말은 없는지, 고리타분하지는 않은지 고민해야 한다.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하고, 국민들이 읽었을 때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느낌을 가지고 연대하거나 함께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해야 한다. 당장 힘들더라도 그런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