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기 동안 일방적 탄압 이어졌다
공백기 동안 일방적 탄압 이어졌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5.03.1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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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협의 없이 임금피크제 도입
조합원에게 신임 묻겠다
[사람] 손광태 서울우유노동조합 위원장

서울우유노조는 지난해 커다란 홍역을 치렀다. 임금교섭을 놓고 촉발된 노조 내부의 조직 갈등으로 위원장이 제명됐다가 복귀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렇게 위원장이 자리를 비운 3개월 동안 노조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2일자로 위원장직에 복귀한 손광태 위원장으로부터 그간의 경과와 수습방안을 들었다.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지난 2014년에 ‘위원장 제명’ 사태를 겪은 끝에 위원장으로 복귀했다. 그간의 경과는?

“9월 5일 기존에 근무하던 안산공장 현장으로 복귀하라는 인사발령이 났다. 서울지법 북부지원에 가처분신청을 내고, 위원장 제명을 결정한 3차 대의원대회에 대한 무효 확인 소송을 같이 진행했다. 노무사를 통해 서울지노위에 부당인사배치전환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도 제기했다. 11월 27일에 원직복직을 조건으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은 취하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12월 2일 위원장으로 복직했다. 그동안 직무대행을 했던 부위원장이 사측에 인사발령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 자체로 무효인 대의원대회의 의결사항이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내용증명으로 두 차례 이의제기를 한 것이다. 노동조합 내부의 문제로 인해서 사용자 측이 인사발령을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보냈다.”

2014년 임금교섭이 문제의 발단이었는데, 임금교섭 과정에서의 쟁점은?

“노사가 실무교섭단에 전권을 위임해 빠른 임금교섭을 하기로 해 1박 2일간 집중실무교섭을 하게 됐다. 전권을 위임했지만 임금 5% 인상, 정기상여금 700%를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2014년 1월 1일 기준으로 소급적용, 성과상여금으로 당기순이익의 30% 지급을 마지노선으로 정해줬다. 협상이 지지부진하거나 교착상태일 경우, 그리고 조율과정에서 교섭 내용을 반드시 연락해 달라고 지시했다.

실무교섭단은 연락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금동결, 통상임금 2015년 1월 1일부터 적용, 시간외수당, 심야수당, 특수수당과 휴무수당, 연차수당 요율 변경에 전부 사인했다. 요율을 변경해 전체적인 임금테이블을 현행 수준에 맞춘 것이다.

약간 인상됐지만 요율을 변경함으로써 기대했던 바에 크게 못 미쳤다. 임금동결에 대한 반감이 컸고, 통상임금도 2014년이 아닌 2015년부터 적용하기로 한 것에 대해 조합원들의 비난을 받았다. 결국 대의원대회에서 합의안이 부결됐다. 그러나 사측이 재교섭을 해태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고, 조합원들과 노조가 동요했다. 그러던 중 대의원 발의로 8월 27일 제2차 임시대의원대회가 열렸고, 거기에서 위원장의 리더십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직무대행 측은 제2차 임시대의원대회 정회 직후 연락이 되지 않아 ‘위원장 유고’ 상황이어서 제3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었다고 주장하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제2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정회하고 사측 교섭위원인 이사들을 만나러 간 것이 자리를 비우게 된 이유다. 가다가 부위원장으로부터 제명을 추진하고 있다는 통보를 듣고 노조로 복귀하는데, 오는 도중에 직무대행인 부위원장이 제2차 대의원대회를 폐회하고 제3차 대의원대회를 바로 열어서 제명처리를 해버린 거다. 1주일 전에 안건을 명시해 공고해야 하는 대의원대회 절차를 어겼다. 또 법원과 지노위에서도 위원장이 규약을 위반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명을 밀어붙인 것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공백기인 3개월간의 노조 활동은 어떠했는가?

“3개월간 일방적으로 현장에 대한 탄압이 이어졌다. 점심시간이나 휴게시간에 나가는 것도 사용자의 결재를 받도록 해서 외부에서 식사도 못하게 했다. 노조 게시판에도 사용자의 결재를 받아야 공고를 할 수 있게 하고, 근태관리도 강화했다. 그 과정에서 사측은 당시 직무대행 측에 전혀 협조를 구하지 않았다.

56, 57년생에 대한 임금피크제도 일방적으로 도입했다. 그들이 정년연장의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세대인 것은 맞다. 그러나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때 최소한의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2년간 임금의 30%를 깎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전혀 노측과 협의하지 않았다. 법적으로 검토했는데, 불이익변경 절차를 피하기 위해서 58세를 정년으로 해서 나갈지, 2년 연장하고 2년간 30%를 깎을지 당사자한테 선택하도록 했다. 노무사도 선택형이라서 부당노동행위라고 하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특수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해당 업무를 못하도록 업무지시를 내렸고 현장에서는 거의 안 하고 있다. 그 와중에 선거 때 나를 도왔던 조합원 등에게 인사발령을 냈다. 양주공장에 근무하던 직원을 거창공장으로 발령 내고, 거창공장 근무하던 직원을 용인이나 안산으로 발령을 내 도저히 출퇴근이 불가능하도록 하고 조합원의 생활을 어렵게 하고 있다.

조직을 와해시켜 위원장직을 수행하기 어렵게 하고, 위원장이 힘을 못 쓴다는 것을 조합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언로가 막혀 있고, 대의원대회에서도 사측이 원하는 내용이 아니면 발언하지 못하는 상황으로까지 내몰린 상황이다.”

어떻게 바로잡으려 하는가?

“취임 후에 노조를 개혁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상호 협조의 관행을 혁파하고 노조 내부의 기득권을 조합원 눈높이에 맞춰 바꾸려고 하다 보니까 기존의 관행에 익숙했던 이들의 저항이 상당히 컸다. 또 경영진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서도 건드리다 보니 사측도 비협조적으로 나왔다. 그런 것들이 복합돼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지금도 완전히 봉합되지는 않았다. 지금도 조합원들이 많이 힘들어한다.

이 사태에 대해서 책임 소재와 경중을 떠나 최고 책임자인 내가 거취를 포함해 책임지려고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이런 사태가 두 번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 노조 전임자는 전임자의 정체성에 맞게 정책을 펴고 조합원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래야만 노조가 바로 선다.

내가 먼저 조합원들에게 신임을 묻고, 나머지 전임자들도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려고 한다. 만약 내가 계속 집행하게 된다면 작년에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줘야 한다. 56, 57년생에 대한 임금피크제를 노측과의 협의 없이 도입했기 때문에 58, 59년생의 임금피크제에 대해 협조할 생각이 없다. 나머지 임금이나 복지 부분도 공약했던 대로 반영해서 진행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