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재미로’ 시작한 자전거, 세계를 강타하다
‘그냥 재미로’ 시작한 자전거, 세계를 강타하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15.03.1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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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자전거(MTB)의 아버지, 게리 피셔와 친구들
좋아하는 일에 대해 자유롭게 공유
과학칼럼니스트

봄이 오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페달을 부지런히 밟으면서 앞으로 나가면 아름다운 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봄바람을 맞으며 운동하기에도 그만인 게 바로 자전거다. 용도나 취향에 따라 자전거 종류도 다양한데 특히 산악자전거(MTB: Mountain Bike)는 동호회가 따로 꾸려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자전거를 처음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재미삼아 탄생한 히트 상품

산악자전거는 경사가 급하고 울퉁불퉁한 땅에서도 무리 없이 굴러가도록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좋은 취미거리가 됐다. 관련 산업도 크게 성장해 산악자전거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됐다. 큰 시장을 형성할 정도니 최초로 산악자전거를 만든 건 큰 회사의 연구개발부서나 유명한 발명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의외로 산악자전거는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재미삼아’ 시작한 일에서 탄생했다. ‘산에서도 자전거를 타면 재밌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자신의 자전거를 조금씩 고쳐가면서 오늘날의 산악자전거가 완성된 것이다.

“오래 전 캘리포니아에 있는 자전거 매장에서 근무할 때 일입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산으로 올라가 자전거를 탔는데 마치 서커스 같았어요. 산악지형에서 자전거를 자주 타다보니 브레이크와 변속기도 장착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걸 실행에 옮겼죠.”

산악자전거 탄생의 아버지라 불리는 게리 피셔(Gary Fisher)는 산악자전거를 처음 만들던 순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1970년대 캘리포니아 주에는 자전거 애호가들이 많았는데, 샌프란시스코 마린카운티에 살던 피셔와 그의 친구들도 그 중 하나였다. 그들은 어느 날 산에서도 자전거를 타면 재밌겠다고 생각했고, 평범한 자전거로 산길을 다니게 됐다. 마치 서커스와 같은 짜릿함을 느낀 그들은 자전거를 조금씩 고쳐 산악지형에 맞게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피셔는 해변용 자전거인 ‘비치크루저’를 개조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비치크루저는 평평한 모래 위에서 달리므로 변속기가 없었다. 대신 모래에 빠지지 않도록 두껍고 지름이 넓은 타이어를 장착했으며, 모래를 씹지 않는 페달을 달고 있었다. 그는 이 자전거에 변속기와 브레이크를 달아 산악지형에서도 잘 달릴 수 있도록 개조했다. 또 브레이크가 쉽게 과열돼 산에 한 번만 다녀오면 윤활유를 갈아야 하는 부분도 윤활유가 쉽게 증발하지 않는 브레이크를 만들면서 해결했다.

ⓒ 김일웅
애호가 호평 속에 속속 새 제품이

이렇게 만들어진 피셔의 자전거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다른 자전거 애호가들을 자극시켰다. 자전거 제작자는 물론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본격적으로 산악용 자전거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이는 산악자전거 전용 프레임을 만들었고, 다른 동호회에서는 오르막길에서 반드시 필요한 강력한 변속기어를 개발했다. 또 손잡이를 소뿔 모양으로 개조해 산악지형에서 타기 좋게 구성했다. 이후로도 산악자전거에 대한 아이디어는 계속 나왔고 혁신은 계속 이어졌다.

마침내 1979년 게리 피셔는 친구인 찰리 켈리(Charlie Kelly)와 함께 산악자전거 전문회사를 차리게 된다. 자본금도 얼마 안 되고, 회사 규모도 작았지만 좋아하는 일이라 열정을 쏟았다. 그리고 그들이 손으로 만든 산악자전거는 1,300달러라는 비싼 값에 팔려나갔다.

이 소식에 놀란 자전거 회사들은 다투듯 산악자전거 만들기에 뛰어들었다. 사람들의 새로운 수요가 파악됐고, 시장이 있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년이 더 지나자 산악자전거의 판매 수익이 일반 자전거를 뛰어넘었고, 1996년에는 산악자전거가 올림픽 종목으로까지 채택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산악자전거는 한 사람의 천재 손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여러 사람들의 새로운 생각이 모여 조금씩 개선되고 발전하면서 탄생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유롭게 생각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새로운 세상의 문이 열린 것이다. 맨 앞에서 그 문을 두드렸던 게리 피셔뿐 아니라 자전거를 즐기며 개선하려 했던 수많은 사람 모두가 산악자전거의 발명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