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안정·최저임금·비정규직 이슈 총파업 중심으로
고용안정·최저임금·비정규직 이슈 총파업 중심으로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5.04.1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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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종합대책·노동시장 구조개선 논의…정부 정책 “악화일로”
4.24 총파업 이후 임단투 연계해 파상 투쟁 전개할 것
[사건] 민주노총 4.24 총파업

ⓒ 노동과세계 변백선
지난 2월 12일 열렸던 민주노총 제61차 정기대의원대회, 조합원 직선으로 선출된 한상균 집행부의 핵심 공약이었던 4월 총파업이 의결됐다. 이후 내부 준비를 거쳐 4월 24일 총파업 돌입 일정이 정해졌다.

1996년 12월 노동법개정투쟁 총파업이 24일 동안 이어진 이후, 거의 20년 만이다. 그동안 민주노총의 ‘총파업’ 결의는 번번이 발목을 잡혔다. 노개투 총파업을 기억하는 이들도, 그동안의 ‘뻥파업’을 기억하는 이들도, 민주노총의 4.24 총파업을 기대와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민주노총이 밝힌 총파업의 주요 목표를 보면, 그동안 무게중심이 덜 쏠렸던 비정규직 문제, 최저임금 인상 등의 과제가 전면으로 부각돼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저성과자 ‘학대 해고’를 막아라

민주노총은 ▲ ‘더 쉬운 해고, 더 낮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을 노린 ‘박근혜 노동자 죽이기 정책’ 분쇄 ▲ 공적연금 강화 및 공무원연금 개악 중단 ▲ 최저임금 1만 원 쟁취 ▲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및 노조법 2조 개정, 모든 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를 이번 총파업의 4대 목표로 정하고 있다.

‘더 쉬운 해고, 더 낮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은 고용과 임금,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 추진과 연관돼 있다.

민주노총은 저성과자 해고제도 도입,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 연공급 폐지·직무성과급 도입, 임금피크제 도입, 통상임금 범위 축소, 근로기준법 개악 통한 노동시간 연장·유연화 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3월 말까지 노사정위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에서 주로 논의된 내용들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노동시장 구조개선 주요 과제 중 “일반적인 고용해지 기준 및 절차에 관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두고, “이는 노동자를 강제로 전직시키고 무리한 업무를 부과해 강제로 퇴직시키는 ‘학대 해고’를 합법화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통상해고 기준을 정부가 마련해 사업장에 배포함으로써, 사용자가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노동자를 합법적으로 퇴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이다.

공공부문의 경우 이와 같은 저성과자 퇴출 제도를 이미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 1월 16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확정된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 방향을 보면, 임직원이 2년 연속 업무성적이 최하위 등급을 받을 경우 면직처분하겠다는, 이른바 ‘2진 아웃제’가 명시돼 있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연공급제를 폐지하고 직무·성과급을 도입하는 부분, 임금피크제의 실시, 앞서 언급한 저성과자 퇴출제도 등을 수월하게 도입하기 위해 취업규칙의 변경을 보다 용이하게 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과반수 노동조합의 동의나 과반수 노동자들의 집단적 동의 요건 등을 완화하기 위함이란 것이다.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총파업 중심으로

민주노총의 총파업 핵심 의제로 최저임금 인상의 내용이 포함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민주노총은 IMF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정부는 재벌특혜 경제정책을 집행하였고, 그 결과 비정규직과 저임금 노동자가 광범위하게 확산됐고 계급·계층 간 불평등이 확대됐다고 규정했다.

또한 저임금계층 일소, 임금격차 해소, 분배구조 개선을 위한 최저임금 제도가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생계를 보장하기에는 턱 없이 낮은 수준으로 정해져 왔다고 주장한다. 2015년 적용 최저임금인 시급 5,580원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16만 원 수준인데, 이는 2014년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한 미혼 단신노동자 생계비인 150만 6,179원에 못 미치는 액수이며,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 평균 정액급여 대비 41.4%, 임금총액 대비 32.7%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민주노총은 지난 3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을 시급 1만 원, 월 209만 원으로 인상하는 것을 총파업 핵심 요구안으로 내세운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요구안은 도시근로자 1인 가구 소비지출에 노동자 평균 가구원 수인 2.5인 기준의 가구균등화지수를 반영하고, 여기에 다시 2015년 경제성장률(3.4%), 물가상승률(1.9%), 소득분배 개선치(2.8%) 등을 반영한 액수다. 도시근로자 1인 가구 소비지출은 2014년 통계청 도시근로자 1인 가구 가계지출에서 근로소득세, 사업소득세, 재산세, 자동차세 등 경상조세와 법정사회보험료 등을 제외한 기본적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출을 말한다.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kr
비정규직 종합대책, 고통의 연장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한 우려 역시 4.24 총파업 핵심의제에 담겨 있다. 기간제와 파견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린다는 계획은 35세 이상에만 적용한다는 단서조항이 있긴 하지만, 일정 시점이 지난 뒤에는 모든 연령층으로 확대될 것을 민주노총은 우려하고 있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것을 정부는 4년 동안 고용불안 없이 일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용자는 4년 이내에 언제든지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도 주장한다. 결국 정부의 대책은 “수습기간을 4년으로 만드는 것”이며 “비정규직의 고통을 연장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파견업종과 대상을 확대하는 것 역시 불안정 노동의 확산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현행 파견법은 파견 허용 업종을 32개로 제한하고 있다. 이를 55세 이상 고령 노동자와 고소득 전문직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모든 업종으로 파견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55세 이상 고령 노동자는 328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17.4% 수준이다. 관리전문직은 452만 명으로 24.1%이다. 정부안대로라면 중복치를 제외하더라도 약 741만 명(39.5%)에게 파견노동을 전면 허용한다는 의미다. 전체 노동자 10명 중 4명을 새로 파견노동 대상에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고소득 전문직’의 경우 표준직업분류표 상 대분류 1(관리직)과 대분류 2(전문직)에 대해 모두 파견을 허용하겠다는 발상이라는 게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대분류 1, 2에 포함된 세세분류 업종은 모두 400여 개에 달한다. 판사,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감정평가사 등 흔히 생각하는 전문직도 해당하지만, 초·중·고등학교 교사, 유치원 교사, 보험 및 금융 관리자, 자동차 부품 등 기술영업원, 기자 등도 해당한다.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kr
이러한 ‘전문직’의 파견 허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어떤 업무든 ‘전문가’로 포장하면 파견 허용 업종으로 둔갑할 수 있다는 우려다. 파견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제조업 완성차 공장을 예로 들면, 품질관리(QC) 업무를 ‘자동차 품질검사 지원 전문 업무’로, 보전 업무는 ‘기계장치 수리 지원 전문 업무’로, 생산관리 업무는 ‘물류·배송 전문 업무’로 딱지를 붙이면 모두 전문직으로 파견 노동자를 쓸 수 있을 거라는 거다.

파견 대상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주노총의 문제제기가 그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세월호 사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도 안 되는 현실

1년 전 발생한 세월호 사고는 한국 사회를 충격과 슬픔에 잠기게 했다. 안타까운 인명이 희생된 것은 물론이고, 원인 규명과 사후 수습 과정에서 보인 미숙함으로 인해 세월호 사고는 사회갈등의 아이콘처럼 자리 잡았다.

정부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생명, 안전 핵심 업무에 원칙적 비정규직 사용 제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자 기간제, 파견 사용 금지 및 정규직 전환 지원’ 등의 내용을 담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부각된 생명, 안전 핵심 업무 비정규직 사용 제한의 경우, 민주노총은 “선박, 철도, 항공 사업에 제한적으로 적용함으로써 대상 업무와 적용 대상이 선장, 기관장, 기관사, 조종사, 관제사 등으로 비중이 극히 낮아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세월호나 철도, 항공 사고 등의 재난사고에서 드러났듯, 재난 대처 및 구호에서 핵심 업무의 구별 기준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 산업재해 발생 사업장의 80%가 중소 영세 사업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안전보건관리자의 정규직 고용은 기업 규모에 따른 차등 적용이 아니라 전면 적용되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4.24 총파업 이후 파상 투쟁 지속

 < 2015년 총파업 투쟁 흐름>

1~2월 : 주체 조직화기
- 의제별 주체 조직화 및 사업장 대표자 결의대회
- 노동시장 구조개악
- 공무원연금
- 간접고용, 비정규직

3~4월 : 집중 조직화기
- 노사정위 및 국회 대응투쟁
- 민주노총 총파업 전 조합원 찬반투표
- 최저임금 1만 원 500만 서명운동

4월 이후~ : 상반기 총파업 투쟁기
- 4.16 총파업 선포대회(세월호 1주기)
- 4.24 선제 총파업 돌입
- 5.1 노동절 노동자대회
- 6월 장그래 대행진
- 파상파업으로 발전(정치파업, 임단투 등 모든 동력 집중)
- 저지투쟁에서 쟁취투쟁으로

하반기
-노동법 전면재개정 등 총파업 투쟁

민주노총은 3월 21일부터 4월 8일까지 조합원 총투표를 진행한다. 총파업 성사를 위한 첫 번째 분기점이라고 볼 수 있다. 개표 결과는 9일이나 10일 경 공개될 예정이다. 지난 20일에는 1박 2일 일정으로 속리산 유스타운에서 단위사업장 대표 및 임원 등 7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단위사업장 대표자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총파업 조직을 위한 각 지역본부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됐다. 총파업 승리 실천단을 출범시키고 본격 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서울지역본부는 3월 18일 명동우체국 앞에서 투쟁선포식을 가졌고, 울산지역본부는 같은 날 총파업 실천단 발대식을 열었다. 강원·대전·대구·인천지역도 3월 13일 실천단 교육이나 발대식, 수련회 등을 통해 각각 재벌 배불리기에 맞선 노동자-서민 살리기 민주노총 총파업 조직화를 결의했다.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kr
세종충남본부도 3월 19일 온양온천역에서 투쟁선포식 및 총파업승리 실천단 발족식을 가졌다. 지역 전체 산별대표자와 조합원 350여 명이 모였다. 충북본부는 3월 25일 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와 총파업 실천단 발대식을 열었고, 전남은 하루 전인 24일부터 사흘 동안 순천, 목포, 나주 등지에서 파업학교를 진행했다. 경기본부는 4월 1일 총파업 실천단을 발족한다.

민주노총은 분산된 각 산별연맹의 투쟁 시점을 모아내고 공동투쟁전선을 구축하는 방법으로 4.24 선제 총파업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노동시장구조개선, 공무원연금 등 주요 이슈에 휘둘리지 않고 정세의 주도권을 잡는 공세적 투쟁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시기적으로 이와 같은 현안이 집중된 4월에 기선을 제압한다는 것이다.

또 단발성 투쟁이 아니라 4.24 총파업을 시작으로 5월 1일 노동절과 6월 사내하청노동자 총파업, 최저임금 1만 원 쟁취 투쟁, 산별임단투로 이어지는 파상 투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4.24 총파업을 시발로 이어지는 파상 투쟁은 하반기 전면적인 총파업 돌입을 위한 구축사업이라는 것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고 각종 이슈들을 해결하는 데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